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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워치부터 호텔 상품권까지…'회장님 선물상자' 열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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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1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부산엑스포 유치기원 행사 '플라이 투 월드 엑스포'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1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부산엑스포 유치기원 행사 '플라이 투 월드 엑스포'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스마트워치부터 호텔 상품권, 직원의 이름이 적힌 편지까지-. 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선물 경영학’이 화제다. 임직원을 격려하는 1차 효과를 넘어, PI(President Identity·최고경영자 이미지)와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향후 성과 창출에도 도움이 효과를 노린 것이란 해석도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총수가 야구배트 선물한 까닭

지난 13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부산 사직구장을 7년 만에 찾았다.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하고 롯데자이언츠 선수들을 만나 스마트워치를 선물했다. 롯데 관계자는 “구단 창단 40주년을 맞아 선수들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물었더니 스마트워치를 가장 선호했다”며 “신 회장은 (롯데자이언츠) 연고지인 부산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는 부산 롯데타워 건립, 부산 사직야구장을 재건축해달라는 지역 요구까지 부산 관련 현안이 많다. 게다가 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2030 세계박람회의 부산 유치를 위해서도 뛰고 있다.

신 회장은 이튿날엔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 사직구장을 재건축하는 사업이 부산 시민의 기대대로 추진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야구 배트를 선물했다. 이후 부산 시그니엘 호텔에서 계열사 대표 등 80여 명을 모아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회의)을 열고 “부산에서 VCM을 진행한 것은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응원하는 의미”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야구배트를 선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야구배트를 선물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외적 이미지 개선에도 효과? 

지난달 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계열사 임직원 80여 명에게 개별적으로 편지를 보내고 격려금과 포상 휴가를 줬다. 편지에는 “누리호 2차 발사의 성공을 축하하며, 지난 시간 무한한 헌신으로 성공적인 개발을 이끈 ○○○ 책임(직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누리호 1차 발사 실패 때도 김 회장이 관련 임직원에게 편지와 과일 바구니를 보낸 사실도 함께 알려졌다.

그러고 나서 며칠 뒤인 지난 6일엔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건물 앞에 1000명 분량의 쿠키·커피와 함께 ‘대통령이 쏜다’ ‘누리호 발사 성공을 축하합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문구가 붙은 트럭 2대를 보냈다. 이를 보고 김 회장의 발 빠른 선물을 다시 떠올리는 이들이 적잖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이 6일 대전 유성구 항우연에서 음료를 주문하기 위해 줄 서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누리호 2차 발사 성공 등을 위해 노력한 연구원들을 위해 커피와 쿠키 푸드트럭을 보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이 6일 대전 유성구 항우연에서 음료를 주문하기 위해 줄 서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누리호 2차 발사 성공 등을 위해 노력한 연구원들을 위해 커피와 쿠키 푸드트럭을 보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게다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월에 우주발사체 체계종합기업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체계종합기업 선정은 정부 주도였던 발사체 개발 사업을 민간 주도로 전환한다는 의미로, 2027년까지 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기술 등을 이전받게 된다.

이 체계종합기업 후보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경쟁 중이다. 한화그룹과 그 총수가 우주 산업에 적극적이라는 메시지가 대외적으로 강조되는 게 나쁠 게 없는 셈이다.

일 많아진 조직선 구성원 다독이기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지난 5월 대한상의 임직원 300여 명에게 호텔 상품권 50만원권을 나눠줬다. 앞서 대한상의가 대기업과 스타트업 등 수십 개 기업이 참여하는 협의체 ‘신(新)기업가정신협의회(ERT)’를 출범시키고 각종 대외 활동에 적극 나서는 시점에 나온 ‘깜짝 선물’이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기존에 중소·중견 기업 중심이던 대한상의가 대기업을 망라하는 행사, 정부 관련 행사도 주도하는 등 조직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회장으로서 조직을 다독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조직까지 꾸려지는 등 대한상의 일은 더 늘어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조직원 챙기기’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선물을 주는 이도 많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코로나19에 걸렸거나 자가격리 중인 임직원에게 편지와 위생용품 등을 보내 내부 반응이 좋았다.

한 대기업 직원은 “작은 선물도 몸이 힘들 때 예상치 못했던 CEO의 메시지와 함께 받으면 나름의 감동도 받고 더 열심히 일할 생각이 들긴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선물도 명분과 시기가 맞아야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시각도 있다. 한 기업의 관리자급 인사는 “너무 일상화한 선물, 정당한 이유가 없는 선물, 그것을 못 받은 조직 구성원의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키는 선물은 내부 사기 진작이나 CEO 이미지 개선에 별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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