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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고유가? 우린 상관없다" 이 기업 '넘사벽' 대표상품 [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우크라이나, 유가급등. 강달러? 요즘 입만 열면 ‘이래서 주식시장이 안 좋다’고 주장하는 데 쓰이는 단골 메뉴들인데요. 그래서 앤츠랩글로벌은 ‘그런 요인들에 영향을 좀 안 받는 종목은 없나’라는 창의적인 고민에 빠지게 되었고, 월가에서 나온 자료들을 뒤적거린 끝에… 짜잔! 찾았습니다. 오늘 들여다 볼 종목은 희귀병 신약개발을 주로 하는 미국 제약회사 버텍스 파마슈티컬(Vertex Pharmaceuticals; VRTX) 입니다. (나스닥에만 Vertex라는 이름의 회사가 두 곳 더 있고 일본증시와 인도증시에도 Vertex라는 회사가 있으니 티커를 확인하세요.)

버텍스 파마슈티컬은 1989년에 하버드대학이 있는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창업했는데 처음에는 에이즈 치료제도 만들고, C형간염 치료제도 만들고 그랬어요. 그런데 이 회사가 좀 독보적인 게, 보통 신약개발은 여러가지 화학물질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여기는 ‘합리적 신약설계(rational drug design)’라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 냈다고 합니다. 질병을 일으키는 세포 분자의 구조를 연구한 뒤, 그 분자와 작용해서 분자의 기능을 변화시키는 약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인데요.

보스턴에 있는 버텍스 파마슈티컬 본사. 셔터스톡

보스턴에 있는 버텍스 파마슈티컬 본사. 셔터스톡

이런 혁신 덕분에 주가는 신약을 내놓을 때마다 꾸준히 올랐고, 2010년대에 들어서는 S&P500 종목 중에 ‘주가상승 톱15’에 들기도 했습니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선정하는 ‘세계 40대 기술혁신 기업’에 꼽히기도 했고요.

본격적인 도약의 계기가 된 건 수십년간 연구개발 끝에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종 승인한 TRIKAFTA라는 치료제 입니다. 유전자 결함으로 심각한 폐 질환을 일으키는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rosis)을 치료하는 약인데요. 낭포성 섬유증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기관지 안에서 비정상적으로 끈적끈적한 점액이 분비되면서 기도와 기관지의 만성폐쇄를 유발하는 병입니다. 환자의 대부분이 백인이라는 특징도 있는데요. TRI-라는 접두사에서 보듯 TRIKAFTA는 버텍스가 기존에 개발한 세 가지 약품을 함께 복용하는 방식입니다. 유럽에선 KAFTRIO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고요.

획기적인 낭포성 섬유증 치료제 트라이카프타. 셔터스톡

획기적인 낭포성 섬유증 치료제 트라이카프타. 셔터스톡

낭포성 섬유증 환자들에게 이게 얼마나 대단한 약이냐면, 예전에는 그저 증상을 완화하는 약만 있었는데, TRIKAFTA의 등장으로 낭포성 섬유증도 이제 사망에 이르지 않고 평생 조절 가능한 질병이 된 거라고 합니다.

현재 이 TRIKAFTA가 버텍스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환자 1명이 1년 투약하는 데 31만1503달러(약 4억829만원)이고, 미국에서 이 약이 듣는 환자는 2만7000여명으로 전체 낭포성 섬유증 환자의 90%라고 합니다. 결국 버텍스는 낭포성 섬유증 치료에만 집중하면 되고, 인플레이션이나 우크라이나 같은 거시 변수에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1분기 실적발표 때 버텍스는 올해 낭포성 섬유증 관련 매출 가이던스를 84억~86억 달러로 잡았는데요. 약값 곱하기 환자수와 거의 일치합니다.

낭포성 섬유증 환자 이미지컷. 셔터스톡

낭포성 섬유증 환자 이미지컷. 셔터스톡

이쯤되면 궁금해 지는 게 과연 이 회사가 낭포성 섬유증 약만 가지고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인데요. 버텍스는 기존 TRIKAFTA의 효능을 증대하고, 현재 6세 이상으로 돼 있는 걸 더 어린 아이에게도 투약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한편, 겸상적혈구증, 1형 당뇨병 등 다른 질병에 대한 신약개발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우선 TRIKAFTA의 효능을 증대하는 연구는 현재 임상 3상이 진행 중이고요. 아까 TRIKAFTA가 90%의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다고 했는데, 나머지 10%는 CFTR 단백질이라는 게 생성되지 않아서 TRIKAFTA가 듣지 않는 건데요. 현재 모더나(네, 그 코로나백신 만드는 업체)와 함께 mRNA 방식으로 10% 환자들의 폐 세포가 CFTR 단백질을 생성하도록 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 내 10만명의 환자가 있는 겸상적혈구증(sickle cell disease) 치료제, 역시 10만명의 환자가 있는 베타-지중해빈혈(beta thalassemia) 치료제, 160만명의 환자가 있는 걸로 추산되는 1형 당뇨병 치료제도 개발 중입니다.

미국 수도 워싱턴DC에 있는 식품의약국(FDA). 셔터스톡

미국 수도 워싱턴DC에 있는 식품의약국(FDA). 셔터스톡

사실 다른 신약을 만들어서 매출 창구를 다각화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낭포성 섬유증에 대한 버텍스의 우위가 워낙 넘사벽이어서 시간적인 여유가 조금은 있다고 하겠습니다. 앤츠랩글로벌에서 예전에 한 번 소개한 적이 있는 다국적 제약회사 애브비(AbbVie)는 수년간 낭포성 섬유증 치료제를 개발해 오다가 올해 4월 임상 2상에서 목표하던 효능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사업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버텍스의 시장 장악력은 현재로선 아주 공고하다고 하겠습니다.

버텍스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82억 달러(약 10조7527억원)에 달하는 점도 장기적인 신약개발 투자와 성장에 큰 도움이 됩니다. 버텍스의 기업가치가 735억 달러란 점을 생각하면 현금성 자산이 기업가치의 10%가 약간 넘는데, 상당히 많죠?

저 위에 있는 주가 차트를 보시면 올해 들어 일부 급락 구간이 있었는데요. 5월에 난데없이 FDA로부터 1형 당뇨병 치료제에 대해 임상보류 결정을 받기도 했고(최근 풀림), 알파-1 항트립신 결핍증 치료제는 버텍스 스스로 임상 2상을 중단했습니다. 신약개발을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곤 하죠. 월가의 애널리스트들도 이런 리스크들에 대비하라고 조언하면서도 버텍스의 장기적인 성장성은 낙관적으로 보는 편입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낭포성 섬유증은 '독점', 인플레-우크라는 '노 상관'

※이 기사는 7월 22일에 발간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널리 공유해 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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