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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기 “경제가 핵심인데, 좋아질 것 같지 않아 걱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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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비서는 비서일 뿐 입이 없다”던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24일 기자들과 만났다. 윤석열 정부 공식 출범 전 비서실장에 내정됐던 김 실장이 기자들과 간담회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실장은 “지난 주말, 윤석열 정부의 장차관이 다 모여서 국정 상황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며 “경제가 제일 핵심인데, 앞으로도 경제가 좋아질 것 같지 않아서 걱정”이라고 운을 뗐다.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각부 장관과 차관·처장들을 한데 모아 워크숍을 했는데, 김 실장이 논의 내용을 ‘경제 우선’으로 정리한 것이다. 김 실장은 “윤 대통령은 경제 이슈를 기획재정부나 산업자원부 같은 곳에만 의존하지 말라고 했다”며 “국방부는 방위산업, 국토교통부는 해외 건설, 농림수산식품부는 스마트팜같이 각 부처가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즉석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즉석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실장은 그러면서 “저를 위시해 장차관들도 정치인보다는 전문가가 많다 보니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들이 있었다”며 “정무감각을 갖고 언론인들과도 자주 접촉하며 특히, 국회와 소통해 달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특히 “연금·교육·노동개혁 등 3대 개혁은 국회 협조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한다. 소통하라는 대통령의 주문이 있었다”고 전했다. “국회를 설득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발이 닳도록 국회를 드나들라고 할 정도로 정성을 보이라는 말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실장은 과거 이명박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경험에 빗대어 “걱정이 많이 된다”는 말도 남겼다. “9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의 상황은 ‘사나워졌다’거나 ‘거칠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협조라기보단 투쟁 같은 분위기가 많다”는 이유다.

김 실장은 이날 예정에도 없이 기자들과 만난 배경과 관련해 “하도 존재감이 없다고 해서…”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참모들의 역할을 LCD(액정표시장치)에 비유해 설명했다. 그는 “똑같은 TV 화면이라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보다는 LCD가 낫겠다는 생각”이라며 “OLED는 소자가 발광해 모양을 예쁘게 하지만 자칫 번짐 효과가 크다고 한다. 비서실장은 뒤에서 백라이트 역할(LCD)을 하는 게 더 맞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다만 “(윤 대통령이 스타가 되라고 얘기한) 장관들은 발광체가 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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