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6.5조 감세…“투자 안 늘고 세수만 쪼그라들 우려”

중앙일보

입력 2022.07.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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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는 최근 기업의 세 부담 완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민간의 투자 확대→경제 성장→미래의 탄탄한 세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업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재 처한 경제 상황에서 이 선순환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기업이 당장 투자를 늘릴 수 없는 데다, 국가 재정에 쓰일 세수마저 쪼그라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기획재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보면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25%로 높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낮추기로 했다. 과세표준 200억원 이하 기업에는 20%의 세율로, 200억원 초과 기업에는 22%의 세율로 법인세를 부과한다. 기재부는 향후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이전보다 6조5000억원(10.8%)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대기업 4조1000억원, 중소·중견기업은 2조4000억원의 세 부담이 줄게 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기업의 세 부담 완화는 정부의 세금 수입 감소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법인세 감세로 인한) 세수 감소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면서 “한편으론 기업의 투자 확대에 기여해 성장 기반을 확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는 기업이 정부의 바람대로 적극적인 투자 확대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389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3분기 경기전망지수(BSI)는 지난 2분기보다 17포인트 내린 79를 기록했다. BSI는 100을 넘으면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고,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다.

업계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인플레이션(고물가) 등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내년에도 지속해 기업들이 설비투자 등에 나서기 힘들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향후 5년 세부담 증감

향후 5년 세부담 증감

기업의 투자를 강제로 유도하는 정책 수단은 줄어든다. 기업의 소득 중 투자·임금·상생협력 등으로 환류되지 않고 유보된 돈에 20%의 세금을 물리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투상세제)를 올해로 종료키로 하면서다. 투상세제의 전신인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가 감세 혜택에도 기업 투자가 이뤄지지 않자 도입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다른 나라에선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규제성 조세제도”라며 이번 세제 개편안에 포함시켰다.

기업에 손실이 났을 때 결손금을 다음 사업연도로 이월하는 이월결손금의 공제 한도도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되돌린다. 대기업 등의 이월결손금 공제 한도를 소득의 60%에서 80%로 올리기로 했다. 그만큼 세입이 준다.

결과적으로 불확실한 경제 여건하에서 기업에 대한 세 부담 완화책이 투자·고용 증가 효과를 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5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이 법인세를 낮췄지만, 기대만큼 기업 투자가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업에 있어 투자는 세금 변수보다 시장의 수요 증가가 중요한 결정 요인이란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당수 기업이 지금 투자를 하면 손해가 날 것으로 보는 만큼 세 부담을 내렸다고 해서 투자를 더 하진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양 교수는 “다만 이번 세제 개편은 미래에 경기가 좋아질 때를 대비해 미리 세 부담을 내려놨다는 의미에선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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