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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블록스에 둥지 튼 삼성·현대차…“얘들아, 놀러와” 메타버스 마케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로블록스에 선보인 ‘삼성 스페이스 타이쿤’. [로블록스 캡처]

로블록스에 선보인 ‘삼성 스페이스 타이쿤’. [로블록스 캡처]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세계 최대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 체험형 가상공간 ‘삼성 스페이스 타이쿤’을 선보였다. 간단한 게임 형태로, 자원을 획득해 아이템을 구매하고 제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게임엔 스마트폰, 가전 등 삼성전자의 제품이 등장한다. 지난 22일 ‘삼성 스페이스 타이쿤’에 접속해보니 활성 이용자(AU·Active User) 수는 500여 명에 그쳤다. 첫 공개 당시 2500여 명의 AU를 기록했던 데 비해 크게 줄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지난해 9월 로블록스에 ‘현대 모빌리티 어드벤쳐’를 열었지만, 아직 전 세계 유저의 방문 횟수가 많진 않다.

로블록스의 인기 게임은 최소 10만 명이 넘는 AU를 유지한다. 같은 시간 로블록스에서 가장 인기 많은 역할수행게임 ‘브룩 헤이븐’의 AU는 41만 명(누적 방문 횟수 205억 회), ‘입양하세요!(Adopt Me!)’는 22만 명(누적 방문횟수 291억 회)이 넘었다.

국내 대기업이 공을 들인 가상공간을 방문하는 이들이 적은 건 로블록스를 이용하는 주된 사용자층의 관심사와 거리가 먼 이유가 크다. 로블록스는 단순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는 탓에 성인 눈높이에선 유치하거나 조악한 퀄리티의 게임이 많지만, ‘미국의 초딩 놀이터’로 불릴 만큼 10대 초반에서 인기가 높다. 미국 16세 이하의 55%가 로블록스를 즐긴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 기간 유저가 크게 늘었는데 유저 평균 연령은 13세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3학년 김윤모(10)군은 “친구들과 노는 게임은 정해져 있다. 나이키나 삼성전자 같은 공간에서 노는 친구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 모빌리티 어드벤처’. [로블록스 캡처]

‘현대 모빌리티 어드벤처’. [로블록스 캡처]

그럼에도 대기업이 앞다퉈 메타버스 공간에서 마케팅에 나서는 건 ‘유저가 있는 플랫폼에 마케팅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장래 고객들에게 브랜드 친밀감을 높이는 한편 메타버스 플랫폼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차원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알파(2011년 이후 출생한 세대)나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 등 어린 세대가 즐겨 찾는 공간인 만큼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회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게임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로드맵을 갖고 장기적으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태규 광운대 게임학과 교수는 “메타버스 플랫폼 자체가 아직은 걸음마 단계로, 대기업의 로블록스 진출은 실제 현실과 가상 현실이 융합된 공간에서 어떻게 소비자의 친밀도를 높일 것인지 타진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세계적으로 활성 이용자 연령층은 13~14세로 이들의 구매력 자체는 크지 않다”며 “향후 메타버스 플랫폼이 어떻게 적용될지 실험하는 테스트베드 역할로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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