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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도 탐낸 韓 VFX기술력의 총합...‘외계+인’ 제작 비하인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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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외계+인' 1부 촬영 당시 현장에서 최동훈 감독이 주연 배우 김태리와 장면을 의논하고 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단숨에 보기 어려웠다는 배우‧제작진도 글로 표현된 이 상상의 세계를 여러 번 읽고 이해하며 빠져들었다고. 김태리는 “영화란 말도 안 되는 걸 즐기는 것”이라며 “최동훈 월드에 몸을 맡겨버렸을 때 배우로서 대단한 걸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사진 CJ ENM]

영화 '외계+인' 1부 촬영 당시 현장에서 최동훈 감독이 주연 배우 김태리와 장면을 의논하고 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단숨에 보기 어려웠다는 배우‧제작진도 글로 표현된 이 상상의 세계를 여러 번 읽고 이해하며 빠져들었다고. 김태리는 “영화란 말도 안 되는 걸 즐기는 것”이라며 “최동훈 월드에 몸을 맡겨버렸을 때 배우로서 대단한 걸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사진 CJ ENM]

“이런 영화를 찍겠다고 하면 대부분 한국에선 낯선 장르라고 반대하거든요. 정말 그럴까? 관객들은 볼 준비가 되어있는데 만드는 우리가 너무 틀을 만드는 게 아닌가, 생각했죠. ‘전우치’(2009)를 잇는 장르 이종교합을 통해 뭔가 보여준다면 한국영화의 변화와도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SF 사극 액션 영화 ‘외계+인’을 만든 쌍천만 감독 최동훈(‘도둑들’ ‘암살’)의 개봉 전 출사표다. ‘외계+인’은 2부작 중 1부가 지난 20일 개봉해 나흘간 66만 관객을 동원했다. 순제작비 330억원이 투입된 1부의 손익분기점 730만명까진 아직 길이 멀다.
영화는 고려 시대와 2022년 현대를 오가며 인간의 몸에 수감됐다 탈출한 외계인 죄수들과 그들을 잡으려는 외계 로봇, 도사들이 운명을 건 전투에 휘말린다는 내용. 등장인물이 많은데다 생소한 세계관을 설명해야 하는 1부는 “신선한데 어렵다” “어른들이 보기엔 만화영화 같다” “아이들과 재밌게 봤다” 등 반응이 엇갈린다.
그럼에도 볼거리를 실감나게 구현한 기술적 완성도엔 칭찬이 나온다. 기획 단계부터 “한국적인 방식으로 ‘어벤져스’만큼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거듭 말해온 최동훈 감독은 3년 가까이 완성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2020년부터 프리비주얼(사전 시각화) 작업에 돌입했다.

김태리‧류준열‧김우빈‧소지섭 등 화려한 출연진 못지않게, 제작진도 베테랑으로 꾸렸다. 미술은 ‘아가씨’로 2016년 한국 최초 칸영화제에서 수상(벌칸상)한 ‘암살’ 류성희 미술감독, ‘기생충’으로 2020년 미국미술감독조합상을 수상한 ‘도둑들’ 이하준 미술감독이 힘을 합쳤다. 두 감독 모두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이 쏟아지는 실력파. 미술감독 2명이 한 작품에 뭉친 것도 한국 상업영화 사상 처음이다. 컴퓨터그래픽(CG)은 ‘신과함께’ ‘승리호’ ‘백두산’ 등을 만든 덱스터스튜디오 제갈승 VFX 슈퍼바이저, 우주선으로 변신하는 로봇과 외계인, 총격 액션, 도술을 아우른 다채로운 와이어 액션은 ‘기생충’ ‘곡성’(2016) 등에 참여한 유상섭‧류상철 무술감독이 맡았다. 한국 영화 최장 387일 간의 촬영 기간. “영화 서너 편을 동시에 진행하는 느낌”(제갈승)이었다는 제작진이 들려준 영화 비하인드를 키워드 별로 정리했다.

영화 '외계+인'에서 시공의 터널이 뚫린 장면. CG 작업 이후. [사진 제갈승 VFX 슈퍼바이저]

영화 '외계+인'에서 시공의 터널이 뚫린 장면. CG 작업 이후. [사진 제갈승 VFX 슈퍼바이저]

영화 '외계+인'에서 시공의 터널이 뚫린 장면. CG 작업 이전. [사진 제갈승 VFX 슈퍼바이저]

영화 '외계+인'에서 시공의 터널이 뚫린 장면. CG 작업 이전. [사진 제갈승 VFX 슈퍼바이저]

◇최동훈의 꿈=영화 ‘블레이드 러너’(1981) 원작자 필립 K 딕의 소설들과 ‘토탈리콜’(1990), ‘터미네이터’ 시리즈 등 할리우드 SF 액션 고전을 즐겁게 회고하는 최동훈 감독은 “그때 느낀 충격을 관객에게 전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외계인이 정말 있다면 과거에도 있지 않았을까’란 상상에서 ‘외계+인’을 출발했다. 이 낯선 영화를 어떻게 하면 관객이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최대 고민. 어떤 대사는 50, 60번도 더 고쳤단다. 이야기 분량이 늘어나며 2부로 나눠 동시에 찍게 됐다.

◇외계인=이하준 미술감독은 “이번 영화는 역대 가장 많은 ‘비포(Before)’와 ‘애프터(After)’가 있었다”고 말했다. CG로 완성될 장면을 상상하며 찍어야 했던 장면이 그만큼 많았다. 외계인 캐릭터가 대표적이다. “인간과 비슷하지만 신비로운 두려움을 느끼면 좋겠다”는 최동훈 감독 바람에 따라 제갈승 VFX 슈퍼바이저는 외계인의 진화 과정까지 상상했다.

영화 '외계+인'에서 외계인. CG 작업 이후. [사진 제갈승 VFX 슈퍼바이저]

영화 '외계+인'에서 외계인. CG 작업 이후. [사진 제갈승 VFX 슈퍼바이저]

영화 '외계+인'에서 외계인. CG 작업 이전 대역 배우가 연기하고 있다. [사진 제갈승 VFX 슈퍼바이저]

영화 '외계+인'에서 외계인. CG 작업 이전 대역 배우가 연기하고 있다. [사진 제갈승 VFX 슈퍼바이저]

완성된 영화 속 외계인은 지능이 좋고 초음파로 의사소통하며 눈코입과 손발 관절은 퇴화한 상태. 실제 현장에선 ‘부산행’ ‘킹덤’ ‘곡성’ 등의 ‘좀비 안무가’ 전영이 외계인 모션 캡처를 맡았다. 딱 붙는 의상에 2~3m 외계인 키에 맞춰 긴 막대를 달고 연기했다. 촉수의 움직임은 무술팀과 CG팀이 의논해 작업했다. 김태리는 “양복쟁이 외계인과 제가 따로 찍은 액션신을 현장 모니터로 바로 한 장면처럼 합성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며 “기술력에 놀랐다”고 했다. 류성희 미술감독에 따르면 ‘안상수체’로 유명한 안상수 시각 디자이너가 이번 영화를 위해 외계 음성언어 체계를 만드는 등 외계 문명을 따로 구상해 영화 속 미술에 반영하기도 했다.

◇우주선‧로봇‧시간이동 포탈=“영화 ‘콘택트’ 등 수많은 외계 비행선을 봤는데 어떻게 디자인해도 기시감이 들었어요. 예전에 지구에 가깝게 접근한 거대한 암석이 외계 비행체인지 아닌지 화제가 된 걸 보고 행성의 자연적 요소로 보이는 심플한 디자인으로 가자고 했죠.” 최동훈 감독의 말이다.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은 광물에 모티브를 얻어 영화 속 외계 기술의 기본 단위 ‘큐브’가 탄생했다. “접으면 작지만 펼치면 넓어지는 부채”(최동훈 감독)처럼 작은 암석 조각이 열리고 확장돼 외계인 죄수를 가둬두는 소형 감옥이 되고, 로봇, 비행선으로 모습을 바꾸기도 한다는 설정이다. 시공간을 이동하는 관문 ‘포털’도 허공에 무수한 큐브 조각이 쪼개졌다 사라지는 이미지로 표현했다. 제갈승 VFX 슈퍼바이저는 “영화에서 수천 수만개 큐브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도록 프로그램을 자동화했다”면서 “방대한 양의 CG를 한정된 시간에 표현할 수 있게 된 기술 덕분에 가능해진 장면”이라고 말했다.

영화 '외계+인'에서 가드(김우빈)이 외계인 죄수를 포획해 봉인한 감옥. CG 작업 이후. [사진 제갈승 VFX 슈퍼바이저]

영화 '외계+인'에서 가드(김우빈)이 외계인 죄수를 포획해 봉인한 감옥. CG 작업 이후. [사진 제갈승 VFX 슈퍼바이저]

영화 '외계+인'에서 가드(김우빈)이 외계인 죄수를 포획해 봉인한 감옥. CG 작업 이전. [사진 제갈승 VFX 슈퍼바이저]

영화 '외계+인'에서 가드(김우빈)이 외계인 죄수를 포획해 봉인한 감옥. CG 작업 이전. [사진 제갈승 VFX 슈퍼바이저]

극중 외계 로봇 ‘레드로봇’ 외양은 영국산. 제작진이 우연히 발견한 디자이너 비디 지(Beedie G)의 로봇 디자인을 저작권을 사서 사용했다.

◇도술‧총격‧외계촉수 난무한 액션=조선 시대 도술을 펼쳤던 전작 ‘전우치’에 이어 색다른 액션에 도전한 최동훈 감독. 유상섭 무술감독은 ‘최동훈 액션’을 “중국의 화려하지만 과장된 동작, 일본의 피 튀기는 살육전과 결이 다른 한국적 감성의 액션 스타일”로 정의했다. 초강력 촉수 외계인과 로봇이 주를 이루는 현대 장면에선 “마블 영화처럼 인간을 능가한 능력치의 액션”을, 고려시대 도술은 “속도감 있는 와이어 액션”에 초점을 맞췄다. 장풍을 맞고 날아가는 장면이 실감 나려면 실제 촬영부터 기존 와이어 액션보다 빨라야 했다. 와이어를 고정하는 크레인에 당기면 속도가 빨라지는 레일을 달고, 와이어 위에서 회전이 가능한 턴테이블까지 매달아 다채로운 액션을 시도했다. 류준열, 김태리는 이번 영화를 위해 액션 스쿨 훈련 외에 기계체조, 절권도를 배우기도 했다.

영화 '외계+인' 1부 현장에서 고려시대 도사 역 배우 염정아와 조우진이 촬영 직전 포즈를 취했다. [사진 CJ ENM]

영화 '외계+인' 1부 현장에서 고려시대 도사 역 배우 염정아와 조우진이 촬영 직전 포즈를 취했다. [사진 CJ ENM]


◇고려‧현대 넘나든 초대형 세트= 류성희 미술감독은 최동훈 영화의 미술 특징을 “소품이나 도구를 캐릭터처럼 사용하고, 위트‧유머가 있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이 잘 드러난 게 고려시대 공간이다. 특히 비밀을 감춘 공간 ‘밀본’에서 여러 개의 팔이 달린 불상은 극 중 과거에도 존재했다는 설정의 촉수 달린 외계인과 연관성을 갖고 만든 것. 프랑스 기메 박물관에서 발견한 실제 조선 시대 관음상에서 착안했다. 모든 공간이 액션에 최적화돼야 했던 영화의 특성상 현대 장면에선 초대형 도심세트가 숙제였다.
 “보통 3000~5000억원 하는 미국 VFX 영화와 예산으론 비교할 수 없는 한국 VFX 영화를 구상하며, 솔직하게 보여주자는 방식을 택했다”는 최동훈 감독. 인간보다 크고 빠른 외계인들의 액션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7개월 간 서울 도심 공간을 본 따 길이 200m, 폭 100m의 왕복 4차로 도로부터 실제 2~3층 건물, 가로수와 조경, 신호등까지 설치해 작은 도시를 만들고 CG로 보완했다. 이 도심 세트는 이하준 미술 감독이 맡았다. 최동훈 감독은 “비행선이 날아다닐 때 한강 다리, 서울역, 신문사 사옥이 나오고, 외계 로봇도 아파트 복도를 걸어 등장하도록 했다. 비행선이 지하 주차장으로 치고 들어오는 장면을 위해 시외버스 주차장에서 버스 100대를 옮겨 놓고 찍기도 했다"며 "거기에 촬영용 차들을 세워놓고 수많은 조명기와 기둥을 조금씩 터뜨리며 촬영했다”고 돌이켰다. 이어 “CG의 순간적인 마법 뿐 아니라 매우 많은 아날로그적 바탕이 있었죠. 그 모두가 결합할 때가 재밌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외계+인' 1부 촬영 현장에서 고려 시대 세트에서 대규모 와이어 액션 촬영을 진행한 모습이다. [사진 CJ ENM]

영화 '외계+인' 1부 촬영 현장에서 고려 시대 세트에서 대규모 와이어 액션 촬영을 진행한 모습이다. [사진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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