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70일만에 마이크 잡은 김대기 "하도 존재감 없다고 해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오픈라운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 간담회를 했다. 김 실장은 참모들의 역할을 자체 발광하는 OLED 대신, 발광체가 따로 있는 LCD에 빗댔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오픈라운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 간담회를 했다. 김 실장은 참모들의 역할을 자체 발광하는 OLED 대신, 발광체가 따로 있는 LCD에 빗댔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비서는 비서일 뿐, 입이 없다”던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24일 기자들과 만났다. 윤석열 정부 공식 출범 전 비서실장에 내정됐던 김 실장이 기자들과 간담회를 한 건 이 번이 처음이다.

김 실장은 “지난 주말, 윤석열 정부의 장ㆍ차관이 다 모여서 국정 상황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며 “경제가 제일 핵심인데, 앞으로도 경제가 좋아질 것 같지 않아서 걱정”이라고 운을 뗐다.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각부 장관과 차관·처장들을 한데 모아 워크숍을 했는데, 김 실장은 이날 논의 내용을 ‘경제 우선’으로 정리한 것이다. 김 실장은 “윤 대통령은 경제 이슈를 기획재정부나 산업자원부 같은 곳에만 의존하지 말라고 했다”며 “국방부는 방위산업, 국토교통부는 해외 건설, 농림수산식품부는 스마트팜같이 각 부처가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그러면서 “저를 위시해 장ㆍ차관들도 정치인보다는 전문가들이 많다 보니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들이 있었다”며 “정무 감각을 갖고 언론인들과도 자주 접촉하며 특히, 국회와 소통해달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과반 야당이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 협조 없이는 입법 사항을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해 더 적극적으로 뛰라는 의미다. “국회를 설득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김 실장은 “발이 닳도록 국회를 드나들라고 할 정도로 정성을 보이라는 말이 있었다. 결국은 나라를 잘되게 하는 게 정치인들의 목적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실장은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던 자신의 경험에 빗댄 발언도 했다. 김 실장은 “9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의 상황은 ‘사나워졌다’라거나 ‘거칠어졌다’는 느낌이 든다”며 “협조라기보단, 투쟁 같은 분위기가 많아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내외 환경 변화가 급격히 일어날 때, 우리끼리 싸우면 꼭 파탄이 났다”며 “임진왜란 때도 그랬고, 정유재란 때도 그렇고, 갈라진 민심 같은 것은 다듬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24일 기자 간담회에서 연금개혁 등을 위해 사무실에 앉아 있지 말고 발로 뛰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24일 기자 간담회에서 연금개혁 등을 위해 사무실에 앉아 있지 말고 발로 뛰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 실장은 “연금개혁과 교육개혁, 노동개혁 등 정부가 하려는 3대 개혁은 국회 협조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한다”며 “국회에 가서 세미나도 많이 열고, 행정부도 사무실에만 앉아 있지 말고 전문가도 많이 만나고, 소통하라는 대통령의 주문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이날 예정에 없이 기자들과 만난 배경과 관련해 “하도 존재감이 없다고 해서…”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참모들의 역할을 LCD에 비유해 설명했다.

김 실장은 “똑같은 TV 화면이라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보다는 LCD(액정표시장치)가 낫겠다는 생각”이라며 “OLED는 소자 하나하나가 다 발광하는 반면, LCD는 백라이트가 있어서 빛을 비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OLED는 소자가 발광해 모양을 예쁘게 하지만, 자칫 번짐 효과가 크다고 한다”며 “비서실장은 뒤에서 백라이트 역할을 하는 게 더 맞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윤 대통령이 스타가 돼라고 얘기한) 장관들은 발광체가 돼야 한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