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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曰 "삼성에서 왜 놀아요"…그래도 대기업 목매는 '이것'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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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 13일 선보인 로블록스 체험형 게임공간 '삼성 스페이스 타이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 13일 선보인 로블록스 체험형 게임공간 '삼성 스페이스 타이쿤' [사진 삼성전자]

지난 22일 세계 최대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삼성전자의 체험형 가상공간 ‘삼성 스페이스 타이쿤’에 접속했다. 경영 시뮬레이션(타이쿤) 형식을 가졌지만 아주 간단한 게임 형태다. 자원을 획득해 아이템을 구매하고 제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게임 속에는 스마트폰부터 가전까지 실제 삼성전자의 제품이 등장한다.

10대 초반 세대가 좋아하는 특성상 로블록스 게임들은 단순하고 그래픽도 조악한 편인데, ‘삼성 스페이스 타이쿤’은 그 중에선 ‘고퀄(퀄리티가 높음)’에 속한다. 하지만 한참을 돌아다녀 봐도 다른 유저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이날 ‘삼성 스페이스 타이쿤’의 활성 이용자(AU·Active User) 수는 500여 명에 그쳤다. 첫 공개 당시 2500여 명의 AU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썰렁한’ 수준이었다.

22일 접속한 '삼성 스페이스 타이쿤' 의 플레이 화면. 공개 당시만 해도 활성 이용자 수가 2500명 가량 됐지만 이날은 500여명에 불과했다. [로블록스 캡처]

22일 접속한 '삼성 스페이스 타이쿤' 의 플레이 화면. 공개 당시만 해도 활성 이용자 수가 2500명 가량 됐지만 이날은 500여명에 불과했다. [로블록스 캡처]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9월 공개한 ‘현대 모빌리티 어드벤쳐’에도 들어가 봤다. 가상세계에서 차량을 직접 운전하거나 도심항공 모빌리티(UAM·Urban Air Mobility), 목적기반차량(PBV· Purpose Built Vehicle) 등 현대차의 핵심 미래 제품을 체험할 수 있다. 업데이트로 최근 공개된 전기차 ‘아이오닉6’를 경험할 수 있고, 레이싱 미니게임은 제법 박진감이 넘쳤다.

하지만 이곳 역시 다른 유저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현대 모빌리티 어드벤쳐’의 이날 AU는 32명. 넓디넓은 가상공간에 ‘나 홀로’ 돌아다니는 상황이었다. 로블록스의 인기 게임들은 최소 10만 명이 넘는 AU를 유지한다. 같은 시간 ‘브룩 헤이븐’의 AU는 41만 명(누적 방문 횟수 205억 회), ‘입양하세요!(Adopt Me!)’는 22만 명(누적 방문횟수 291억 회)이 넘었다.

22일 접속한 현대자동차의 '현대 모빌리티 어드벤처' 플레이 화면. 아이오닉6 등 업데이트가 됐지만 사용자를 찾기 어렵다. 이날 활성 이용자 수는 30명에 불과했다. [로블록스 캡처]

22일 접속한 현대자동차의 '현대 모빌리티 어드벤처' 플레이 화면. 아이오닉6 등 업데이트가 됐지만 사용자를 찾기 어렵다. 이날 활성 이용자 수는 30명에 불과했다. [로블록스 캡처]

앞다퉈 로블록스 뛰어드는 대기업

로블록스는 2004년 데이비드 바수츠키와 에릭 카셀(2013년 타계)이 공동 창업한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처음엔 교육용 2D 물리 시뮬레이터로 시작했지만, 점차 성격이 바뀌어 지금은 게임을 비롯해 소셜미디어 성격까지 갖는 대표적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레고 모양의 캐릭터를 아바타 삼아 자유롭게 꾸미고 가상공간에서 활동하거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로블록스 스튜디오’라는 툴을 이용해 누구나 쉽게 게임이나 가상공간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 전 세계 1050만명에 달하는 개발자는 콘텐트를 제작하고 유통한다. 가상화폐 ‘로벅스’를 통해 수익의 70%를 가져가고 현금화할 수도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단순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는 탓에 성인 눈높이에선 유치하거나 조악한 퀄리티의 게임이 많다. 동시에 채팅창이 활성화되고, 북적거리기 때문에 인터페이스에 적응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미국 초딩 놀이터’로 불릴 만큼 10대 초반에 인기가 높다. 미국 16세 이하의 55%가 로블록스를 즐긴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에서도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유저가 크게 늘었는데 유저 평균 연령은 13세로 나타났다.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해외 대기업도 로블록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명품 브랜드 구찌가 로블록스 아바타가 착용하는 ‘디오니서스 디지털 전용 가방’을 내놨는데 무려 4115달러(약 46만원)에 팔렸다. 세계적 스포츠용품 업체인 나이키도 로블록스에 ‘나이키 랜드’라는 가상공간을 만들었다.

로블록스 속 나이키 체험공간인 '나이키랜드' [사진 나이키]

로블록스 속 나이키 체험공간인 '나이키랜드' [사진 나이키]

물론 해외 대기업의 로블록스 공간 역시 ‘썰렁하긴’ 마찬가지다. 이날 로블록스 ‘구찌 타운’의 AU는 485명에 불과했다. ‘나이키 랜드’는 85명이었는데, 한참을 돌아다녀도 다른 유저를 만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대기업이 공을 들인 가상공간에 유저를 찾기 어려운 건, 주된 사용자층의 관심사가 아니어서다.

대기업들의 로블록스 공간은 ‘고퀄’의 그래픽에 게임성도 높지만, 대부분 10대들은 더 조악해 보이는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다. 초등학교 3학년 김윤모(10)군은 “친구들과 노는 게임은 정해져 있다. 나이키나 삼성전자 같은 공간에서 노는 친구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왜 로블록스인가

로블록스 인기게임 '올스타 타워 디펜스'의 플레이 모습. 이용자가 많고 대화창도 분주하다. [로블록스 캡처]

로블록스 인기게임 '올스타 타워 디펜스'의 플레이 모습. 이용자가 많고 대화창도 분주하다. [로블록스 캡처]

대기업이 앞다퉈 메타버스 공간에서 마케팅에 나서는 건 ‘유저가 있는 플랫폼에 마케팅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장래 고객들에게 브랜드 친밀감을 높이고 새로 등장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테스트베드로 여긴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알파(2011년 이후 출생한 세대)나 젠지(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 등 어린 세대가 즐겨 찾는 공간인 만큼 그들의 눈높이에 선호되는 스타일에, 회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재해석해 게임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간 이벤트로 선보이는 게 아니라 세대에게 맞는 콘텐트로 녹여 로드맵을 갖고 장기적으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태규 광운대 게임학과 교수는 “메타버스 플랫폼 자체가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며 “대기업의 로블록스 진출은 실제 현실과 가상 현실이 융합된 공간에서 어떻게 소비자들의 친밀도를 높일 것인지 타진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 구찌의 로블록스 속 체험공간 '구찌 타운' [사진 로블록스]

명품 브랜드 구찌의 로블록스 속 체험공간 '구찌 타운' [사진 로블록스]

대기업들의 메타버스 참여가 당장 매출로 이어진다기보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크리에이터의 생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험하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활성 이용자가 100명이든, 200명이든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전통적인 기업의 브랜드나 상품을 메타버스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만으로도 성과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활성 이용자 연령층이 13~14세인데, 이들이 실제 구매력이 있어서라기보다 향후 메타버스 플랫폼이 어떻게 적용될지 실험하는 테스트베드 역할로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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