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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배터리 달았네" 우주여행 가던 머스크에 쏟아진 조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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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3월 2일 일론 머스크가 로켓 '팔콘9' 발사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9년 3월 2일 일론 머스크가 로켓 '팔콘9' 발사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혁신가'

그는 한때 혁신의 상징이었다. 기업가보다는 '미래 설계자'로 불리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고, 대표적 할리우드 영웅물인 '어벤져스'의 핵심캐릭터 '아이언맨'의 현실 모델이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50)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이야기다.

약 8년 전 해외여행을 가듯 우주여행을 갈 수 있게 만들겠다는 그의 구상을 사람들은 그저 운이 좋아 돈을 많이 번 '괴짜의 상상적 포부'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를 통해 이를 현실로 만들었고, 그를 비웃었던 내로라하는 기업인들을 누르고 세계 부호 1위에 올랐다.

그러나 그에 대한 호감도는 오히려 그가 '괴짜'로 불리던 그 시절이 더 나은듯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탄 발언들이 쌓이면서 호감도가 추락하는 것은 물론, 비트코인 매각 및 트위터 인수 무산 등 굵직한 결정에 있어서 번복이 이어지면서 신뢰도마저 무너지는 분위기다.

◇"절대 안 판다"더니…비트코인 75% '도둑 손절' 논란

머스크는 '도지(Doge)'코인 신봉론자로 유명하다. 자신을 '도지아빠(Dogefather)'라고 부르며 도지코인으로 테슬라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언으로 '밈 코인(Meme Coin·유행성 가상화폐)'에 불과했던 도지코인을 폭등하게 만들었다. 또 지난해 2월에는 무려 15억 달러(1조9700억 원)어치의 비트코인을 구매하며,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언으로 코인시장을 요동치게 했다. 최근 가상화폐 폭락장 속에서도 비트코인와 도지코인을 팔지 않겠다는 세계 부호 1위의 발언은 많은 투자자들이 '버티게' 만들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계정에 '#bitcoin'이라고 적혀있다. 트위터 캡쳐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계정에 '#bitcoin'이라고 적혀있다. 트위터 캡쳐

그러나 지난 20일(현지시간) 테슬라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의 75%를 처분했다고 갑작스럽게 공개했다. 테슬라의 정확한 비트코인 투자 손실 규모는 알 수 없지만,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사들이기 시작한 시기의 시세와 보유분의 75%를 현금화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대부분 손해를 보고 처분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머스크는 발표 후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에 따른 불확실성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몰랐기 때문에 현금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팔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비트코인 보유량을 다시 늘릴 수 있다. 테슬라의 2분기 처분을 비트코인에 대한 어떤 평가로 받아들이지 말아 달라"며 "테슬라가 보유한 도지코인은 하나도 처분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코인을 절대 팔지 않겠다는 그의 발언을 믿었던 가상화폐 시장과 투자자들은 말 그대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었고, 그를 '배신자' 혹은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며 분개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에 대해 "테슬라가 '가상화폐 암혹기'에 매파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위터 '57조원 인수' 도장 찍고는 3개월만에 "철회"

지난 8일에는 무려 440억 달러(57조596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던 트위터와의 계약을 파기했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4월 트위터를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는데, 불과 3개월만에 '없던 일'로 철회한 것이다.

트위터 로고와 트위터 인수 계약을 파기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로이터=연합뉴스

트위터 로고와 트위터 인수 계약을 파기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로이터=연합뉴스

더욱이 트위터 측이 머스크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라며 계약 강제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델라웨어주 법원에 제기하면서, 머스크는 긴 소송전에 휘말리게 됐다.

그는 트위터가 자신에게 가짜 계정 현황을 제공한다는 계약상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트위터는 활성 이용자의 약 5%가 가짜 계정이라고 주장하지만, 머스크는 트위터의 설명을 믿을 수 없으며 트위터가 대중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다고 반박해왔다.

이에 따라 법원은 앞으로 이 '가짜 계정 현황'의 공개 문제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며 트위터가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고 이에 따라 머스크가 인수를 철회해도 되는지를 결정할 전망이다.

그러나 첫 재판부터 머스크에게 유리한 분위기는 아니다. 머스크 측은 자료준비 등을 위해 내년 2월 이후에 첫 재판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트위터 측은 재판이 길어지면 사측의 손해가 막대하다며 신속 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트위터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오는 10월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재판 일정과 관련한 이번 판결은 내년 2월 재판을 추진해온 머스크에게는 타격"이라고 전했다.

◇복잡한 사생활에 '눈살'…휴가 사진엔 '조롱'

머스크는 세 차례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면서 복잡한 여자관계 및 사생활로도 유명하다. 첫째 부인인 작가 저스틴 윌슨과 아들 6명을 뒀으나 첫째는 생후 10주 만에 사망했다. 이후 캐나다 출신 팝가수 그라임스와의 관계에서는 2명을 낳았다. 최근에는 머스크가 세운 뇌신경과학 관련 테크 회사인 '뉴럴링크' 소속의 15살 연하 임원 시본 질리스와 사이에서 쌍둥이를 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로써 그의 알려진 자녀는 9명이다.

지난 2018년 5월 7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세 번째 부인인 캐나다 출신의 팝가수 그라임스와 함께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열린 '2018 멧 갈라'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018년 5월 7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세 번째 부인인 캐나다 출신의 팝가수 그라임스와 함께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열린 '2018 멧 갈라'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최근에는 머스크의 친부가 41살 어린 자신의 의붓딸과 관계를 맺어 쌍둥이를 낳았다는 소식까지 언론에 공개되면서, 그의 집안과 여성편력을 연결짓는 무분별한 비난까지 난무하고 있다.

이렇게 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쌓이다보니 지난 19일에는 머스크가 그리스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찍힌 사진이 네티즌들의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가 그리스 미코노스섬에서 요트를 빌려 휴가를 보내고 있는 사진인데, 사진 속 머스크는 수영복 차림이었다. 물에 빠졌다가 나온 듯 머리에 젖은 상태로 음료가 담긴 컵을 들고 있다.

네티즌이 일론 머스크의 몸매를 조롱하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트위터 캡처

네티즌이 일론 머스크의 몸매를 조롱하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트위터 캡처

이에 네티즌들은 "억만장자라고 다 가진 게 아니다", "머스크가 몸에 있는 배터리 1팩을 공개했다"며 머스크를 희화화하는 댓글들을 퍼부었다. 머스크와 강아지가 서 있는 사진을 나란히 비교하며 닮았다고 풍자한 네티즌도 있었다. 과거 '아이언맨 현실 모델'로 많은 이들의 선망이 되던 머스크의 영웅적 이미지는 이미 찾아볼 수 없는 분위기다.

머스크 또한 네티즌들의 조롱 섞인 반응에 "가슴에 자유를!"이라며 능청스럽게 답했다. 또 머스크 옆모습과 닮은 강아지 사진을 함께 올린 네티즌에겐 "내 종아리가 더 커"라고 맞대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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