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日 그렇게 말하지 마요" 패러디 봇물…한국말 빛낸 '분당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화 '헤어질 결심' 촬영 당시 현장에서 주연 배우 탕웨이(오른쪽)가 형사로 출연한 코미디언 김신영과 쉬는 시간 포즈를 취했다. [사진 CJ ENM]

영화 '헤어질 결심' 촬영 당시 현장에서 주연 배우 탕웨이(오른쪽)가 형사로 출연한 코미디언 김신영과 쉬는 시간 포즈를 취했다. [사진 CJ ENM]

이 사랑, 깊고도 꾸준합니다. 밀려드는 여름 대작들 틈에서 탕웨이, 박해일 주연 멜로 ‘헤어질 결심’(6월 29일 개봉)이 관객들 사이에 끊임없이 회자됩니다. 역시 박해일이 이순신 역할로 주연한 ‘한산: 용의 출현’(7월 27일 개봉)은 주요 무대가 바다라는 점도 절묘하게 겹쳐 ‘헤어질 결심’ 명대사 패러디가 관객들 사이에 화제가 됐습니다. “우리 일(日)을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그 칼은 바다에 던져버려요. 왜가 영영 찾을 수 없게.” “왜가 그렇게 나쁩니까?” “그 친절한 장수의 머리를 가져다주세요” “나는요 완전히 침몰했어요” 등이죠.
패러디 놀이를 주도하는 건 이른바 ‘헤친자’들. 헤어진 결심에 미친 자들의 줄임말이죠.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차지한 이 영화는 지난달 29일 개봉 직후엔 ‘범죄도시 2’ ‘탑건: 매버릭’ 등 액션 대작에 밀려 흥행이 저조하단 평가가 많았지만, 입소문이 나며 관객들이 꾸준히 이어지는 추세입니다. 22일까지 이 영화 누적 관객 수는 139만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개봉 전 이미 전 세계 193개국에 선판매되면서 120만명으로 낮아진 손익분기점도 넘어섰습니다.

'헤어질 결심' 관객 20명 중 1명, 2회 이상 봤다

영화 '헤어질 결심' . [사진 CJ ENM]

영화 '헤어질 결심' . [사진 CJ ENM]

영화는 산에서 추락사한 남편의 용의 선상에 오른 중국인 아내 서래(탕웨이)와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아름다운 화면으로 표현해냈죠. 수사 과정이 연애하는 것처럼 보일 만큼 배우들의 애틋한 감정 묘사, 결말의 절절한 여운 때문에 극장에서 보고 또 봤다는 N차 관람객이 많습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에 따르면, 지난 17일까지 ‘헤어질 결심’을 본 전체 관객 중 5.2%가 2번 이상 관람했고, 이 중 3번 이상 본 관객도 0.9%나 됩니다.
특히 중국 배우 탕웨이가 맡은 주인공 서래가 한국말과 중국말, 번역기 기계 음성을 오가며 형사 해준과 나누는 대사들이 화제입니다. 박찬욱 감독, 정서경 작가(영화 ‘아가씨’, 드라마 ‘마더’ 등)가 공동 집필한 『헤어질 결심 각본』은 예약 판매 하루만인 19일 온라인서점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습니다. 서래가 사극 드라마로 배웠다는 설정의 고풍스러운 단어와 문장이 새삼 한국말의 아름다움과 함께 안개 낀 듯 보일 듯 말 듯 한 두 사람의 마음을 오래도록 곱씹게 합니다.

'헤친자' 만든 저력, 내년 美아카데미 시상식 이어질까 

탕웨이, 박해일 주연 수사 멜로극 '헤어질 결심'(6월 29일 개봉)이 영화의 여운에 빠진 관객들의 N차 관람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팟캐스트(J팟) ‘배우 언니’가 23일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와 함께한 ‘전지적 탕웨이 시점 ‘헤어질 결심’ 리뷰’에서 자세한 내용 정리했습니다. [사진 CJ ENM, 배우 언니]

탕웨이, 박해일 주연 수사 멜로극 '헤어질 결심'(6월 29일 개봉)이 영화의 여운에 빠진 관객들의 N차 관람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팟캐스트(J팟) ‘배우 언니’가 23일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와 함께한 ‘전지적 탕웨이 시점 ‘헤어질 결심’ 리뷰’에서 자세한 내용 정리했습니다. [사진 CJ ENM, 배우 언니]

한국 영화 ‘만추’(2014)로 만난 김태용 감독과 결혼해 ‘분당댁’이란 별명까지 얻은 탕웨이는 이번 영화를 위해 한국어 기초 문법부터 배웠다고 합니다. 대본에 적힌 말만 영혼 없이 앵무새처럼 따라 하기 싫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런 우직한 고집은 영화 속 서래에게도 녹아들었습니다. 박 감독, 정 작가가 이번 영화는 큰 틀을 정해두고 이미지에 맞는 탕웨이, 박해일을 먼저 캐스팅해, 실제 이들을 토대로 캐릭터를 빚어나갔기 때문이죠. ‘헤어질 결심’에서 탕웨이의 연기는 출세작이자, 중국 활동까지 어렵게 만들었던 문제작 ‘색, 계’(2007)를 넘어섰다는 칭찬도 나옵니다.
인디와이어, 스크린데일리 등 외신들은 일찌감치 내년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국제장편영화상 부문 유력한 후보로 ‘헤어질 결심’을 주목하고 있죠. 앞서 칸에서도 경쟁부문 진출작 21편 중 평단의 최고 평점을 받은 터. 올해 북미 극장가에서 정식 개봉 예정인 ‘헤어질 결심’은 작품상‧감독상 등 주요 부문에도 출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칸에서 탕웨이의 여우주연상 수상이 점쳐지기도 했던 만큼 연기상 부문 후보 진출도 노려볼 만합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배우 탕웨이는 이 영화로 “박찬욱 감독님이 내 삶의 한 부분을 완성해줬다”고 했다. [사진 CJ ENM]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배우 탕웨이는 이 영화로 “박찬욱 감독님이 내 삶의 한 부분을 완성해줬다”고 했다. [사진 CJ ENM]

정서경 작가는 탕웨이로 인해 멜로 영화를 쓸 결심을 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 터. 탕웨이가 어떤 배우이기에 지금의 ‘헤어질 결심’을 있게 했을까요. 중앙일보 팟캐스트 ‘배우 언니’가 23일 공개한 탕웨이 편(https://www.joongang.co.kr/jpod/episode/899)에서 정리해봤습니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와 함께한 〈전지적 탕웨이 시점 ‘헤어질 결심’ 리뷰〉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