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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BNPL,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외상?

중앙일보

입력 2022.07.23 06:00

팩플레터 255호, 2022.7.22

Today's Topic
BNPL,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외상? 

팩플레터 255호. 그래픽=김혜림 디자이너

팩플레터 255호. 그래픽=김혜림 디자이너

‘금요 팩플’ 설문 언박싱입니다. 지난 화요일엔 K-BNPL의 현재와 미래를 담은 ‘[팩플] 귤이냐 탱자냐, K-BNPL’ 레터를 보내드렸습니다. 김인경·윤상언·하선영 기자가 취재했는데요. 오늘은 윤상언 기자의 취재 후기를 전해드립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했던가요. 혁신적이라는 핀테크 서비스, 어쩌면 기존 금융서비스와 한 끗 차이일지도 모릅니다. 저희가 취재한 BNPL(Buy Now Pay Later) 얘기입니다. 물건값을 먼저 내주고, 매달 나눠서 상환하는 구조는 사실 신용카드랑 크게 다를 부분이 없거든요.

물론 결정적 차이는 있습니다.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어려운 사회초년생이 포진한 ‘젠지(Generation Z·1995~2004년생인 Z세대)’를 서비스 타깃으로 잡은 것이겠지요. 할부결제라는 마법을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에게 BNPL은 신세계였을 겁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네·카·토 등 빅테크의 자신감도 상당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네이버 파이낸셜 관계자는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사회초년생 등 후불결제가 필요한 이용자층이 존재하고, 유용한 결제수단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고요. 토스 측도 “(BNPL 서비스 사용 후) 토스페이를 다시 사용하는 재사용률, 유저가 토스 페이에서 결제하는 월 결제액의 증가 효과 등 긍정적인 지표들이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규제와의 싸움에서 누가 더 오래 버틸 것이냐는 점입니다. 한국에선 금융당국 수장의 말 한마디에 각 금융사의 대출금리, 사업방향 등이 왔다갔다 하기도 하지요. BNPL도 예외는 아닙니다. 2년마다 제도상 예외를 허용해달라는 혁신금융서비스를 갱신해야 하고, 최대 금액도 월 30만원으로 제한됩니다. 돈을 나눠서 갚는 할부 결제도 불가능하고요.

금융당국이 규제를 엄격하게 정해놓은 이유는 분명합니다. 잘못하면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거나, 경제 전반의 부실을 불러올 수 있으니까요. 사실 저도 취재 과정에서 과거 2003년 즈음 한국사회를 덮친 ‘카드 사태’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정부의 신용카드 사업 활성화를 등에 업고, 카드 회사들이 월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에게 마구잡이로 신용카드를 발급했었거든요. 자연스레 연체자가 늘어나자 부도가 나는 카드사들이 생겼습니다. 이를 계기로 개인의 대출 상환능력을 숫자나 등급으로 나누는 ‘개인 신용평가’ 제도가 나왔습니다. 지금 우리가 대출을 받고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때 신용점수를 따지게 된 이유입니다.

다시 BNPL로 돌아와서. 감독 당국이 한결같이 걱정하는 부분도 연체율이었습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단순화해서 얘기하자면, BNPL은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힘든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사람들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해주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지적했습니다. 상환 능력을 믿기 어려우니 이용 한도를 높여주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핀테크 업계의 희망대로 BNPL 비즈니스가 제도화되고 규모 있게 성장하기까지 갈 길이 멉니다. 빅테크가 BNPL 서비스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윤관석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각각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통과까지 넘어야할 산도 많아 보이고요.

BNPL 사용자가 더 늘어날 수 있을지 곰곰 따져보면서, 오늘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러 가실까요? 이번 주엔 총 48명이 설문에 참여해주셨습니다.

지난 레터에서는 ‘BNPL을 사용해본 적 있나요?’라는 질문을 드렸습니다.

응답자의 79.2%‘안 써봤다’고 답해주셨습니다. ‘써봤다’고 응답한 분들은 20.8%였습니다. BNPL을 사용해본 분들은 이런 경험담을 남겨주셨어요.

“체크카드를 주로 사용해 현금 보유 시에만 소비가 가능했는데, 급하게 사야 할 물건을 지금 당장 현금이 없어도 구매할 수 있어 좋았다.”
“실물 카드를 들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이 간편했습니다.”
“좋은데 무섭다. 일부러 소비 막으려고 신용카드를 안 쓰는데, 이걸 시작으로 신용카드를 써버릴까 봐.”
“네이버페이 후불결제를 써봤는데 이커머스에서 소액결제가 대부분이다 보니 후불결제까지 할 유인이 부족해 신기해서 한번 써보고 다시 쓰지 않았습니다. 30만원 한도가 정작 후불결제가 필요할 때는 못 쓰게 하는 걸림돌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혹시 써볼 생각이 있으세요?’라는 질문을 드렸습니다.

‘쓸 생각이 없다’고 답변하신 분이 78.9%, ‘쓸 생각이 있다’는 답변이 21.1%였습니다. 대부분 이미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간편결제 서비스까지 쓰는데 굳이 BNPL을 쓸 이유를 못 느끼겠다는 답변을 주셨어요. 중·저신용자의 충동구매를 유발해 사회의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신용카드, 체크카드,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쿠팡페이가 있는 세상에서 굳이?”
“신용카드가 익숙한데다, 그 신용카드마저도 최근엔 포인트충전 결제 시 적립 포인트 혜택이 큰 ‘OO페이’로 대체되는 중입니다. 보통 수준의 상환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겐 BNPL이 매력적인 이유가 아직 없어요.”
“신용카드로 충분합니다. BNPL은 결국 타겟이 신용도가 낮아 신용카드 발급이 안되는 저신용자들일텐데, 수익성·안정성 확보가 될까요?”
“근본적으로 충동구매를 유발하여 소비자에게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한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서비스인지 의문.”
“첫달에는 적은 돈으로 비싼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신나지만 그 다음달부터는 빚이기 때문에 금전 관리가 힘듦.”
“소비 습관에 따라 BNPL을 사용하느냐 사용하지 않느냐가 결정될 것 같다. 주어진 예산(월급) 내에서 오버 지출없이 사용하는 소비습관을 가지고 있어 체크카드에 길들여져 있음.”
“BNPL, 신용결제 모두 순기능으로 작동한다면 더 진보한 금융생활 방식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무이자 무신용, 외상거래거래 주 타깃이 사회초년생이나 씬파일러들이라면 그저 듣는 것만으로 두렵습니다. 양극화되는 건 아닐까요? 무지출 챌린저와 외상거래 중독...ㅜㅜ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걸까요?”

반면 ‘쓸 생각이 있다’고 답한 분들이 남겨주신 의견은 다음과 같아요.
씬파일러라 신용카드 발급이 안 되거든요.”
“돈 없고 급할 때 써보고 싶어요!”
“신용카드와 유사한 방식이지만 새로운 방법이기 때문에 사용해보고 싶어서.”
“후불결제에 대한 호기심.”

오늘 팩플 언박싱, 흥미로우셨나요?
저희는 다음주 화요일에 다시 찾아뵐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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