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비건미트' 어디까지? 닭다리·가슴살 육질차까지 재현한다 [비크닉]

중앙일보

입력 2022.07.23 05:00

업데이트 2022.07.26 16:16

[비크닉]브랜드 소개팅-유홍훈 농심 식재개발실장

안녕하세요. 브랜드 소개팅 전문 정세희 기자입니다. 요즘 비건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떠오르면서 대체육에 대한 관심도 커가고 있어요. 주 소비층인 비건 인구가 250만명으로 증가한 데다, 동물복지와 친환경 관심 갖는 사람들도 많아진 까닭이죠. 늘어난 수요에 식품기업이 대체육에 도전하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데요. 눈에 띄는 회사가 있어요. 바로 농심입니다. 농심은 신라면의 회사잖아요. 그런데 최근 대체육 식품을 선보이고 레스토랑까지 냈다고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두근두근 소개팅 시작합니다.

대체육 역사는 1000년 전에 시작됐다  

대체육이란 대체 단백질 식품을 일컫는 말로, 고기를 대신할 수 있는 식품을 말해요. 대체육 역사는 생각보다 굉장히 오래됐어요. 인류 최초의 대체육은 바로 ‘두부’입니다. 전통적으로 동물성 식품이 귀했던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1000년 전부터 콩을 이용한 조직화 단백 식품인 두부를 즐겨 먹었다고 해요. 400년 이상 이어져 오는 인도네시아의 청국장인 템페, 밀고기라도 불리는 세이탄도 대체육의 원조 격이라고 볼 수 있어요.

가장 오래된 대체육인 두부 [사진 중앙일보]

가장 오래된 대체육인 두부 [사진 중앙일보]

밀고기라도 불리는 세이탄 [사진 위키피디아]

밀고기라도 불리는 세이탄 [사진 위키피디아]

서양에서는 19세기부터 채식주의를 신봉하는 일부 기독교 종파에서 소규모로 생산됐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973년 유가폭등으로 식량 위기가 발생하면서 본격적으로 대체육 연구가 활성화됐다고 해요.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콩고기(콩단백)’라는 이름으로 도시락 반찬에 등장하기 시작했죠.

비건 인구가 늘고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체육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2017년 주요 식품 기업들이 대체육 시장에 진출한 이후 투자와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요. 글로벌 시장 규모 순위를 보면 한국은 38위(1740만 달러)로 이제 태동기라고 볼 수 있죠. 참고로 1위는 미국(10억 달러), 2위는 영국 (6.1억 달러), 3위는 중국(2.8억 달러)이랍니다.

닭의 다리, 가슴살 부위까지 따라 한다고?

유홍훈 농심그룹 식품연구소 식재개발실장 [사진 농심]

유홍훈 농심그룹 식품연구소 식재개발실장 [사진 농심]

비크닉이 만난 사람은 유홍훈 농심그룹 식품연구소 식재개발실장입니다. 지난 2017년부터 현재까지 농심의 대체육 브랜드인 ‘베지가든’을 이끄는 분이죠.

요즘 대체육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느냐면요. 농심은 닭의 부드러운 다리살, 다소 퍽퍽한 가슴살 등 부위별 질감까지 나타낼 수 있대요. 소, 돼지, 닭 등 종류별 다른 맛과 향을 내는 건 당연하고요.

“베지가든대체육은 실제 고기 질감을 90% 가까이 구현해내요. 저희는 고기가 음식의 부재료가 되는 음식이 아닌, 고기가 주인공인 스테이크나 너비아니 같은 메뉴에 자신이 있어요. 질감 자체로 승부한다는 거죠.”

이러한 자신감은 자체 개발한 기술에서 나왔어요. 바로 HMMA(High Moisture Meat Analogue, 고수분 대체육 제조기술) 공법입니다.

“콩, 완두 등 식물성 단백을 혼합해서 수분과 함께 고온에서 밀어내면 좁은 구멍을 통과하며 조직이 발생해요. 포슬포슬한 백설기를 가래떡 기기에 넣으면 쫀득쫀득한 질감으로 바뀌는 것과 비슷해요. 이후 냉각을 하면 대체육에 결이 생기죠”

기술력이 왜 중요하냐면 국내 대부분 기업이 핵심 원료 기술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식물로부터 추출한 단백질을 조직화한 형태를 식물성 조직 단백(Texturized Vegetable Protein, 이하 TVP)이라고 하는데요. 아직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TVP를 가져오고 이를 배합하는 후공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대체육 이름 떼고도 맛있어야  

베지가든 스테이크 단면컷 [농심]

베지가든 스테이크 단면컷 [농심]

농심은 왜 질감에 집중할까요. 사실 처음 대체육을 개발하라는 미션을 받았을 때 유 실장은 ‘고기 좋아하는 사람이 과연 먹을까?’라는 의문을 품었대요. 그동안 대체육은 콩이나 두부 맛 나는 가짜 고기라는 인식이 강했잖아요.

“그런데 미국 비욘드미트를 먹어보고 깜짝 놀랐어요. 꽤 고기 같은 거예요. 그런데 한국 고객은 더더욱 고기를 흉내 내는 정도로는 안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미국은 아무래도 고기를 워낙 많이 먹은 나라기 때문에 육류의 부작용에 대해 모두 인지하고 있어요. 그만큼 비건이 절실한 사람이 많죠. 하지만 한국은 다르잖아요. 동양은 예전부터 채식을 많이 하고 고기 먹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아직 고기에 대한 호감도 높죠. 결국은 정말 고기 맛이 나야 성공해요.”

농심의 주요 타깃은 비건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으로 넓게 잡았대요. 엄격한 비건을 고수 하지 않더라도 건강한 식품과 동물 복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로요.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할 때 대체육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라면이 그러했듯 대체육이 식량 위기 구할 것  

충북의 한 농촌의 모습 [사진 중앙일보]

충북의 한 농촌의 모습 [사진 중앙일보]

그래서 라면 회사 농심이 왜 대체육에 도전하는 거냐고요? 유 실장은 대뜸 농심의 역사를 꺼냈어요.

“1965년도 농심이 설립된 시절은 우리나라가 먹고 살기 힘들었을 때예요. 라면은 배고프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쌀을 대체할 수 있는 ‘식량’이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국가에서 라면 가격을 컨트롤하는 거고요. 대체육도 마찬가지예요. 당장 30년만 지나면 세계 인구가  100억명에 가까워지고, 육류로는 식량을 충분히 공급할 수 없어요. 새로운 식량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기존 저희의 철학과 다르지 않아요.”

매출의 78%가 라면인 농심 입장에선 따끈따끈한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했을 겁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5년 4조 2400억 원에서 올해 6조1900억 원으로 커졌고, 2023년엔 7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대체육이 2030년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를, 2040년에는 60% 이상을 차지해 기존 육류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도 있고요.

농심 짜파게티 [사진 농심]

농심 짜파게티 [사진 농심]

그래도 라면과 대체육은 안 어울린다고요? 사실 짜파게티에 들어가는 동글동글한 완자는 식물 성분을 사용한 대체육이에요. 실제 신동원 농심 회장은 직원들에게 “우리는 수십 년 전부터 이미 만들고 있었다”고 자신감을 북돋웠대요. 라면 회사였기 때문에 개발에 유리한 것도 있었다고 합니다.

“대체육은 질감뿐만 아니라 맛도 중요한데요. 저희는 라면 수프에 국물 내는 기술이 있잖아요. 소고기가 없어도 고기 맛이 나고, 새우가 없어도 새우 맛이 나는 수프가 대표적이죠. 소, 돼지, 수산물, 참치 등 다양한 액상 기술을 대체육에 활용했어요”

미생물 먹이까지…살벌한 비건 인증  

베지가든은 글로벌 비건 인증기관인 영국 비건 협회에서 비건 인증을 받았는데요. 굳이 영국에서 받아야 하나 싶었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국가 공인 기관이 없는 상태래요. 식약처가 한국비건인증원을 인증 기관으로 승인한 적이 있긴 하지만 기한이 지난 2019년 5월까지로 끝난 상태고, 이후엔 민간 기관의 자율 인증으로 그 체계가 바뀌었어요.

암튼 1944년 설립된 영국 비건협회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비건 인증 기관이래요. 브랜드 하나를 인증하는 게 아니라 제품 원료부터 생산 전 과정을 까다롭게 살펴봐 인증받기가 정말 어렵다고 해요.

“저희 대체육에 맛을 내는 소재가 하나 있거든요. 천연 단백질인 밀 단백을 효소를 써서 분해해서 만드는데요. 예전에 식품첨가물인 MSG를 대체하는 재료로 쓰였죠. 그런데 이게 딱 걸렸어요. 효소를 키울 때 쓰이는 미생물에게 주는 먹이에 유당(우유의 젖당 성분)이 들어간 게 발견된 거예요. 결국 효소 업체에 사정해 유당 대신 다른 식물성 당 성분으로 바꿨어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동물성 성분까지 잡아낼 생각으로 철저하게 관리를 해요.”

한 끼 7만7000원 고급화 전략

대체육을 개발하며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근 비건 레스토랑도 오픈했습니다. 농심은 지난 5월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비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Forest Kitchen)’을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차렸는데요. 저녁 10개, 점심 7개 요리가 있는데 이 중 3가지 요리에 대체육을 사용해요. 디너에 7만7000원, 런치에 5만5000원. 꽤 비싸죠?

농심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 메뉴 [사진 농심]

농심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 메뉴 [사진 농심]

비건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면 햄버거, 파스타 등을 제공하는 캐주얼 레스토랑이 더 친근했을 것 같은데 왜 고급 레스토랑을 지향했을까요.

“사실 캐주얼 비건 다이닝은 꽤 많아요. 하지만 외국에서 국빈이 왔을 때 자랑스럽게 초대할만한 레스토랑을 만들어보자, 그런 소망을 담았어요. 비즈니스적으로도 접근성이 좋아요. 롯데  월드타워의 시그니처인 최고급 호텔 시그니엘도 있으니 이곳에 묵으면서 자연스럽게 고급 식사를 할 수도 있고요.”

최근 2040세대에서 파인 다이닝과 오마카세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도 눈여겨봤대요. 비용이 들더라도 색다른 경험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판단한 거죠. 그리고 프리미엄 다이닝을 맛보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소비까지 실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짰다고 합니다. 요즘 잘 나가냐고요? 지난달 방문객 1000명을 돌파했고, 주말엔 모든 예약이 꽉 찼다고 해요.

떡갈비, 너비아니 전통 한식으로 K 비건 이끈다

농심은 B2C 시장뿐만 아니라 B2B 시장에도 공을 많이 들이고 있대요. 단체 급식이나 편의점 제품에 베지가든 재료를 공급하고 있어요. 대체육 업계에서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죠.  궁극적으로 K 비건을 이끄는 리더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해요.

“저희 제품은 서양식 대체육보다는 탕수육, 너비아니, 떡갈비, 완자 같은 제품이 많거든요. 비건의 본토인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K 비건이 얼마나 맛있는지 보여주고 싶어요.”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고기보다 맛있는 음식’으로 평가받고 싶대요. 본능적으로 고기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비건으로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고요.

“요즘에는 모태 비건이 등장할 만큼 많이 대중화됐지만, 아직 채식이 어려운 사람들이 더 많아요. 하지만 맛있는 거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자연스럽게 비건 세계에 입문하게 하고 싶어요.”

비크닉

대체육의 미래  

우리나라 대체육 시장이 이제 막 커지고 있는 만큼 넘어야 할 산도 많아요. 영양적으로 보면 단백질 함유량은 일반고기와 비슷하지만, 고기 맛을 흉내 내려고 하다 보니 포화지방과 나트륨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지적이 있어요.

문제는 현재 대체육을 인증하고 관리할 제도가 아직 없다는 거예요. 정부가 대체육을 유망산업으로 선정하고 올해까지 대체식품에 대한 표시 규격 기준, 안전 관리 절차를 마련한다고 하니 지켜봐야겠어요.

참, 기존 축산업계와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예요. 축산업계에선 당장 대체육이라는 단어를 써선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거든요. 고기가 아닌 데 왜 고기 육자를 쓰냐는 건데요.

사실 이는 이미 해외에서 발생한 일이기도 해요. 미국에서 2019년 7월에 식물로 만든 인공 고기를 식육·고기 등으로 부르는 것을 막는 법안이 발의됐고, 미주리·미시시피·루이지애나주 등 3개 주에서 법이 통과됐어요. 유럽의회에서는 육류를 함유한 식품에 대해서만 ‘버거’ ‘스테이크’라는 명칭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표결에 부쳐지기도 했죠.

대체육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인류의 건강, 환경, 윤리 이슈로 인해 대체육 시장은 앞으로 점차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특히 푸드 테크가 발전하면서 맛, 식감, 영양, 가격 문제는 생각보다 빨리 해결될 것으로 보이고요. 그럼 먼 훗날 대체육이 고기를 대체할 날도 올까요? 적어도 대체육과 진짜 고기를 놓고 무엇이 더 맛있을까 고민하는 날은 곧 올 것 같습니다.

나가며  

 식용곤충으로 만든 단백질 바[사진 중앙일보]

식용곤충으로 만든 단백질 바[사진 중앙일보]

 배양육으로 만든 닭고기[사진 잇저스트]

배양육으로 만든 닭고기[사진 잇저스트]

비건 식품의 필요성을 말할 때 빠짐 없이 나오는 게 환경 문제잖아요. 식단 하나 바꾼다고 정말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 의심된다고요? 2016년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완전 채식주의 식습관이 세계적으로 확대되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70% 가까이 줄어든다고 해요. 비만, 심장질환, 당뇨, 뇌졸중, 암으로부터 800만 명 이상의 목숨도 구하고요.

기후변화 걱정되고 건강도 챙기고 싶지만 완전 채식은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고기가 주는 행복(?)도 버리기 힘들고요. 수십 년 뒤엔 대체육이 더 맛있고 건강해져서 환경과 인류의 건강을 구해줄 식량이 돼줄지 궁금해져요.

참 이번 뉴스레터엔 소개 못 했지만 대체육 시장엔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대체육만 있는 게 아녜요. 살아있는 동물의 세포를 채취해 세포공학 기술로 배양해 만드는 식용 고기인 배양육도 있고요. 곤충 단백질도 있어요. 식용곤충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이용한 건데요. 암 환자를 위한 간식, 사료·펫푸드, 곤충 분말제품, 단백질 바·셰이크 제품, 곤충 쿠키 등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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