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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오페라 ‘별’ 박세은, 고국무대서 프랑스 발레 정수 선보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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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8호 26면

‘로미오와 줄리엣’ 파드되를 추는 박세은(왼쪽)과 폴 마르크. [사진 파리오페라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 파드되를 추는 박세은(왼쪽)과 폴 마르크. [사진 파리오페라발레단]

353년 역사를 가진 파리오페라 발레의 정수를 국내에서 만난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내한 공연은 1993년 세종문화회관 ‘지젤’ 공연이 유일했을 정도로 보기 드물다. 지난해 이 ‘발레 종갓집’의 왕관을 쓴 동양인 최초의 에투알 박세은이 동료 무용수들과 함께 금의환향해 28~29일 양일간 롯데 콘서트홀에서 ‘2022 에투알 갈라’ 무대를 이끈다. 파리 현지 가르니에 극장에서 공연되는 시즌 레퍼토리 중에서 엄선한 클래식과 컨템포러리를 고루 맛볼 수 있는 풍성한 잔칫상이다.

조지 발란신의 ‘한여름밤의 꿈’을 비롯해 롤랑 프티의 ‘랑데부’, 미하일 포킨의 ‘빈사의 백조’, 뱅자맹 밀피예의 ‘아모베오’까지, 발레 팬이라면 놓칠수 없는 무대들이다. 파리오페라와 인연이 깊은 안무가들의 춤을 소속 무용수들이 직접 보여주기에 프랑스 춤 특유의 우아함에 흠뻑 젖을 수 있다. 장인주 무용평론가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우아함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귀족들의 여흥거리에 불과했던 발레에 예술적 가치를 부여했다는 프랑스의 자부심이 단원 개개인의 사고와 맞물려 전승되고 있고, 그게 곧 우아함의 실체”라고 말했다.

로미오와 줄리엣 중에서 [사진 파리오페라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 중에서 [사진 파리오페라발레단]

박세은이 나서는 순서는 제롬 로빈스의 ‘인 더 나이트’와 루돌프 누레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1970년 뉴욕시티발레단 초연작인 ‘인 더 나이트’는 별빛 가득한 밤 파티장을 빠져 나온 세 커플이 사랑의 다양한 국면을 보여주는 ‘파드되(2인무) 예술의 극치’다. 쇼팽의 ‘녹턴’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파리오페라 소속 피아니스트 엘레나 보네이가 직접 내한해 라이브 연주를 선보이며 파리 현지의 감성을 그대로 재현한다. 박세은은 에투알인 폴 마르크와 첫 번째 커플로 나서, 사랑을 시작하는 이들의 낭만적 서정을 보여준다. 폴 마르크는 박세은 에투알 승급 당시 파트너로, 정확한 기술과 확고한 캐릭터 해석이 장기다.

로미오와 줄리엣 중에서 [사진 파리오페라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 중에서 [사진 파리오페라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1984)은 남성 무용수가 부각되는 누레예프 스타일이긴 하지만, 규범에 저항하는 줄리엣의 주체성도 강조되는 작품이다. 박세은과 폴 마르크가 보여줄 발코니 파드되는 영화적 미장센으로 유명한 하이라이트. 60번의 점프와 22번의 리프트, 8번의 주테(jete) 점프, 24번의 아라베스크, 5번의 키스를 쉴새없이 퍼붓는 고난도 파드되다.

로미오와 줄리엣 중에서 [사진 파리오페라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 중에서 [사진 파리오페라발레단]

정옥희 무용평론가는 “고해상도 사진 같은 러시아 발레와 달리 부드럽게 톤다운된 유화 같은 프렌치 스타일은 호흡을 떨어뜨리지 않고 사뿐하게 딛는 발과 부유하는 듯한 팔 동작으로 절제된 우아함을 보여준다”면서 “박세은을 에투알로 승급시켜준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파 드 되는 무용수의 체력과 테크닉, 표현성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춤이다. 자연스럽고 충동적으로 보이지만 박자를 쪼개며 치밀하게 계산된 움직임으로 쌓아올려야 하는데, 테크닉을 빠르게 쏟아내면서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는 박세은의 통제력에 주목하라”고 관전포인트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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