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1주택은 보험, 집 팔고 전세로 돌아서지 마라

중앙선데이

입력 2022.07.2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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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8호 16면

[실전 재테크] 부동산 전문가 7명 긴급진단

“집 팔고, 무주택 전세로 갈까요?” 최근 주택시장이 얼어붙고, 금리가 치솟으면서 주택 매도에 관한 문의가 늘고 있다. 한 부동산 카페에 올라온 A씨의 사연은 이렇다. 그는 지난해 성북구 정릉동에 내 집을 마련한 신혼부부인데, 임신으로 친정 근처인 성동구 금호동으로 이사를 고려 중이다. A씨는 “원래 실거주 2년을 채우고, 대출 4억원을 받아 친정 근처의 아파트로 갈아탈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금리가 올라 대출 4억원이면 상환 부담이 연 2000만원이 넘을 텐데, 임신과 출산을 고려하면 남편 혼자 외벌이로 감당하기에 무리일 것 같다”고 토로했다.

향후 집값 하락 전망이 짙어지면서 ‘1주택 갈아타기’에서 ‘무주택 전세’로 마음도 옮겨가고 있다. 그는 “지금 집값이 어떻게 봐도 급등할 시점은 아니고, 보합이나 약(弱)하락 정도 예상되니 일단 2년 정도 대출 거의 없이 전세로 살다가, 출산 후 업무 복귀하고 그때 금리 상황 맞춰 다시 집을 샀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이런 경우 어떤 선택이 좋을까.

서울 주택 165만채 불과, 공급 부족 여전

집 팔고 전세로 갈까. 상급지 갈아탈까. 내 집 전세 주고, 새 집 전세(임차인)로 이동할까. 중앙SUNDAY는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 박민수(제네시스 박) 더스마트컴퍼니 대표,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정민하 부동산지인 대표 등 부동산 전문가 7명에게 긴급 진단을 받았다.

주택시장 한파로 7월 셋째주 수도권아파트 매매지수는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그래픽=김이랑 kim.yirang@joins.com]

주택시장 한파로 7월 셋째주 수도권아파트 매매지수는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그래픽=김이랑 kim.yirang@joins.com]

전국 주택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셋째 주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8.5을 기록했다. 약 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 수치가 100보다 낮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걸 뜻한다. 하반기 매수세는 더욱 실종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2010년대 ‘하우스푸어’ 문제가 불거질 당시보다 올 하반기 ‘영끌’ 주택보유자의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0여 년 전 하우스푸어 시절 주택담보대출 금리인 연 5~6% 수준을 올 하반기 추월할 가능성이 높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강화로 신용대출도 막혀 있어 상환능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민하 부동산지인 대표는 “올 상반기만 해도 서울의 경우 서초·용산 등지의 상승 동력이 살아있었지만 지금은 소멸된 상태다. 정부도 당장 규제를 풀어 거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이제 대출을 풀어준다고 해도 금리가 높아 덥석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주택 매수 수요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무쌍한 시장에서 집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심적 갈등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거주 주택의 거래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체로 1주택자의 실거주 주택은 ‘보험’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부동산 전문가 7명 중 5명은 1주택 소유자가 집을 팔고, 무주택 전세로 돌아서는 것에 반대 의견을 냈다. 설혹 어느 순간 집값이 떨어진다 해도, 그냥 살다보면 장기적으로 집값은 우상향한다는 것이다. 당분간 집값이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고 해도, 전망은 전망일 뿐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집값이 떨어지고 2~3년 후 반등기에 다시 사서 들어가면 좋은데, 그렇게 딱딱 맞아떨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며 “무주택자가 돼 언제 다시 집을 사야하나 고민하다가, 다시 오를 때는 겁나서 들어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민수 더스마트컴퍼니 대표도 “불확실성에 ‘내 집’을 걸지 말라”고 당부했다. 금리 인상이 언제 정점일지, 언제 잡힐지, 더 나아가 금리 인상이 잡혀도 대출이자가 얼마나 내려갈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부동산시장의 ‘역습’이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꺼져가는 줄 알았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영향이 갑자기 살아나 주택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집 한 채를 실거주용으로 보유한 사람이라면 당분간 아파트 시세를 보지 말라”며 “지금처럼 시장 거래가 위축된 상태에서 집을 매도하면, 자칫 헐값에 팔고 나중에 비싸게 사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공급 부족 문제가 다시 시장 흐름을 바꿀 여지도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대세 하락은 지금처럼 거래량이 극도로 얼어붙은 상태에서 한두 건 급매로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이상의 거래량이 동반되면서 가격이 떨어질 때다”라며 “서울 주택이 165만채에 불과한데, 현 정부가 250만채 공급으로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했다. 과연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박합수 교수도 “내년 하반기 2024년 총선을 대비한 경제 부양책이 나오고 금리가 안정되면, 공급 부족 문제가 다시 부각되며 시장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하락기에 집을 팔고 전세로 머물다, 다시 상승 초반에 집을 사는 것은 이론적으론 그럴 듯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다만 현재 거주하는 집의 미래가치가 크지 않다면, 급매라도 팔고 2년이 아니라 내년부터라도 매수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실거주 집 한 채라도 팔고 전세로 가라는 의견은 2명이었다. 국내 부동산계 ‘닥터둠’으로 통하는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는 “경기 충격에 따라 2~3년 안에도 40% 넘게 빠질 수 있다고 본다. 급매라도 팔릴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집을 파는 게 좋다”고 말했다. 향후 부동산 시장의 하락을 확신한다면 실거주 주택이든, 아니든 매도가 답이라는 것이다. 반면, 정민하 대표는 가계의 재정 상황에 따라 선택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기본적으로 살던 집을 팔 때 새 주택의 구입을 동시에 진행해 주거를 안정시키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지만, 위 사례처럼 임신과 실직 등으로 소득이 줄어들 것이 뻔한 상황이라면, 전세로 옮겨 부채를 줄이는 방안을 우선 고려해볼 것을 제안했다.

육아나 직장 등의 이유로 주거지 이동이 필요한 상황에서 1주택 포지션을 유지하겠다면, 갈림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갈아탈 것이냐, 현재 거주하는 집을 전세 놓고 이사 가는 곳에도 전세(임차)로 갈 것이냐. 여기에 1주택 유지를 조언한 전문가 5명의 의견은 일치했다. “대출 감당 여력이 있다면, 상급지로 갈아타라.”

주식과 같이 무릎에 산다는 생각으로 준비

전문가들은 조정기로 접어든 현재의 시장 환경은 ‘자산 교체의 적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고준석 대표는 “지금과 같은 조정기가 상급지 갈아타기의 시즌”이라며 “상급지는 가격이 내릴 때는 덜 내리고, 오를 때는 더 많이 오르는 경향이 있으니 가능할 때 갈아타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합수 대표도 “상승기에는 추격 매수가 일어나서 계약을 하러 갔다가도 수천만원씩 올리는 통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정기에는 내 집을 가볍게 해서 팔면, 좋은 매물을 싸게 매입할 기회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상승기에는 저층 등 이른바 ‘못난이 매물’도 몸값이 높아져 잡기 쉽지 않지만, 조정기에는 RR(로얄동, 로얄층) 매물도 골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급지 갈아타기가 무리라면, 현 주택을 보유하면서 새 주택에 전세로 이동하는 것도 차선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박민수 대표는 “상급지 주택 매수를 원하지만 대출 부담이 크다면 차라리 현재 집의 세를 주고 본인도 새 주거지 전세로 가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고금리 이자가 부담된다면, 대출 상환방식의 변경도 고려해볼 수 있다. 고준석 대표는 “체증식 대출로 초기 대출 상환의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만일 집값 하락을 확신하고 이에 따라 집을 매도할 계획이라면, 자신만의 기준가격을 정해놓고 시장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합수 대표는 “현 시세 20억원짜리가 17억원까지 떨어지면 사겠다든지, 20% 떨어지면 사겠다 식으로, 자신만의 기준가격을 정해놓고 매입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주식과 똑같이 무릎에서 산다는 생각으로 준비하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매수 기준이 없다면 진짜 하락기가 와도 집을 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인만 소장은 “막연히 집값이 떨어지면 사겠다는 자세는 앞으로 집을 안사겠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집을 매도할 때는 세금에도 유의해야 한다. 박민수 대표는 “지난해 6월 이후 1년 미만 보유 주택의 양도세율은 70%, 1년 이상 2년 미만은 60%가 적용된다”며 갈아타든, 기존 주택을 팔고 전세로 가든 최소 2년의 실거주 기간은 채우고 이동해야 세금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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