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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혐의 추가된 인하대 가해자…성폭행까지 촬영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하대 캠퍼스 성폭력 사망사건의 가해 남학생이 22일 구속상태로 검찰로 넘겨졌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이날 준강간치사 혐의로 구속한 인하대 1학년생 김모(20)씨에게 성폭력처벌법 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추가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김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사건 현장에서 다양한 실험과 조사를 벌인 끝에 결국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다. 사건을 넘겨받은 인천지검은 이날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부장 검사를 팀장으로 3개 검사실로 팀을 구성하여 모든 혐의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살인죄는 고의성 입증 필요

인하대 캠퍼스에서 동급생을 성폭행하고 숨지게 한 가해자 김모(20)씨가 22일 오전 인천 미추홀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인하대 캠퍼스에서 동급생을 성폭행하고 숨지게 한 가해자 김모(20)씨가 22일 오전 인천 미추홀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김씨는 경찰 수사에서 살인의 고의를 적극적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떨어지는 것을 봤지만 겁나서 도망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한때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 적용도 검토했다.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 때 적용가능한 법리다. 그러나 경찰은 이 역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이날 검찰 송치 전 미추홀서 앞에서 “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느냐, 피해자와 유족에게 할 말은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은 고의범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떨어진 것을 봤더라도 ‘안 죽을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혹은 ‘겁이 나서 도망갔다’고 한다면 고의 성립이 부정된다”고 말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르면 준강간치사에는 강간치사와 같은 징역 11~14년의 양형기준이 적용된다.가중되면 13년 이상, 무기도 적용 가능하다.

17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내 피해자가 발견된 지점 인근 건물 계단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심석용 기자

17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내 피해자가 발견된 지점 인근 건물 계단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심석용 기자

경찰이 김씨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영상 파일을 토대로 불법촬영 혐의를 추가함에 따라 영상의 실체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이 적용한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은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미추홀서 측은 망자의 2차 피해 등을 우려해 영상의 성격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불법 촬영 혐의를 적용했다는 것은 (신체에 대한 촬영이) 고의로 이뤄졌다는 정황이 았다는 의미”라며 “판례와 자료를 검토해 충분히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기소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날 “어떤 의도로 범행 장면을 촬영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침묵했다.

준강간치사 입증도 고난도…기소 혐의도 관심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에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심석용 기자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에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심석용 기자

법조계 안팎에선 기소 단계에 이르면 김씨에게 적용되는 혐의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 단계에서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는 않았지만, 보강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추락한 사실을 알았던 김씨가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벗어나는 과정에 대한 다른 정황과 진술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해성 연구위원은 “검찰에서 혐의를 달리 적용하거나 공소장을 변경할 수도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며 “상당히 쟁점이 많은 재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받고 있는 준강간치사 역시 유죄로 인정된 재판례가 흔치 않은 입증이 어려운 혐의다. 살인에서 고의성 입증이 가장 큰 난제라면 준강간치사에선 늘 성폭행과 사망의 인과관계 입증이 관건이 돼 왔다. 지난 2018년 20대 여성이 직장 상사의 강제추행을 피하려다 아파트 8층에서 떨어져 추락사한 사건에서도 경찰은 준강간치사죄를 적용해 피의자를 송치했지만 검찰은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고 보고 준강제추행죄로 기소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추행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본 재판부는 구형보다 높은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지난 2019년에는 만취한 여성이 벽에 머리를 부딪혔는데도 차에 데려가 성폭행한 뒤 차 안에 방치해 숨지게 한 50대 남성이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준강간치사로 송치됐지만 “준강간 행위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치사 혐의는 무죄가 되고 준강간죄만 유죄로 인정됐다. 한 형사전문변호사는 “피해자의 심신상실상태를 이용하기 때문에 폭행이 동반되지 않는 준강간의 경우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받기 더 어려운 면이 있다”며 “그대로 기소되더라도 법정에서 공방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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