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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받은 "빵 바구니" 우크라이나는 왜 비극의 땅이 됐나[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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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문 우크라이나

세르히 플로히 지음·허승철 옮김
한길사

“자연은 축복을 받았지만 역사는 저주를 받았다.”
우크라이나인들이 자신의 운명에 대해 흔히 하는 자조적인 말이다. 축복은 ‘유럽의 빵 바구니’라는 별칭에서 짐작하듯 드넓고 비옥한 국토에 대한 찬사다. 반면 저주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침략과 지배를 당했던 비극을 빗댄 말이다.

유라시아 스텝에 자리 잡은 우크라이나는 동서 충돌의 단층대에 위치한다. 이로 인해 지정학적으로 전쟁과 갈등의 피해자가 되기 쉬웠다. 유럽의 문 역할을 했던 우크라이나가 번성했던 시기는 동서 세력의 가교 역할을 했을 때다. 인적, 물적 교류는 물론 정치와 사상 등 많은 문화유산이 우크라이나를 통해 전달됐다. 역사적으로 우크라이나는 로마 제국, 오스만 제국, 합스부르크 제국, 로마노프 제국 등 강대국들의 접촉점이자 전쟁터였다.

불행하게 지금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러시아 사이의 최전방 전선이자 버퍼 존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도 신냉전의 뉴프런티어로서 겪고 있는 비극인 셈이다.

저자인 세르히 플로히 하버드대 역사학과 석좌교수는 이 책 『유럽의 문 우크라이나』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많은 질문을 던진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은 무엇인가, 우크라이나 문제는 왜 국제적으로 파장을 크게 일으킬까,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등이다. 저자가 책에 서술한 역사적 단초들을 되짚다 보면 이에 대한 답을 독자 스스로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시기적으로 우크라이나의 2000년 역사를 2개의 파트로 나눈다. 제1부에선 전반 1000년을, 제2~5부는 후반 1000년을 다룬다. 우크라이나의 역사에 주목하다 보면 서유럽과 동유럽을 심도 있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를 지배했던 강대국들의 역사를 또 다른 각도에서 분석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 플로히 교수는 타라스 셰브첸코 키이우 국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살았다. 30대에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 자리 잡았으며 현재 하버드대 우크라이나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번역을 맡은 허승철 고려대 교수는 주우크라이나 한국 대사를 지냈고, 우크라이나 관련 서적을 10권 이상 낸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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