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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털터리 라이더의 삶…한강 갔던 그가 허리 편 2년후 생긴 일 [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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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
손원평 지음
창비

허리를 펴면 인생이 달라질까?
나우누리 시절 청년기를 보내고, 역병 확산기에 마스크 사업에 손을 댔다가 망하고, 날이 추워 한강에 뛰어들기마저 포기하고 돌아온 중년 남성 김성곤 안드레아의 경우에는 달라졌다. 그가 두 번째 한강에 간 장면으로 시작하는 소설 『튜브』는 두 번의 한강 입수 시도 사이 2년 동안의 일을 그린다.

그는 '노력하지 않은 시간은 별로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이것저것 사업에 손을 대며 성공을 좇았다. 하지만 이 2년은 다르다. 빈털터리 상태에서 배달 라이더 일로 연명하던 그가 처음으로 시도한 건 '자세 바르게 하기'. 방에 누워 예전 사진을 돌려보던 그가 가장 행복했던 12년 전 가족사진에서 그때의 자신에게 동경을 느낀 뒤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등을 펴는 단순한 일에서 시작된 나비효과로 그의 인생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크고 의미있어 보이는 것만 좇던 그는 '작고 의미없어 보이는 것들로도 삶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름이 양탄자 같네'라며 사소한 행복을 느끼던 아내와 달리 '그 투자처가 믿을만하대'라며 큰 말을 전하기만 하던 그가 노란 단풍을 주워 아내에게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식의 변화는,  작지만 꾸준하다.

작가는 2017년 발표한 소설 『아몬드』 에서 청소년의 성장을 그렸다. 이번 신작은 중년의 성장을 그렸다. 1979년생인 작가와 동년배들이 겪을법한 이야기다. "등을 펴면 인생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작한 일이 불러오는 새로운 삶의 궤적에 꼭 성공만 있는 건 아니지만, 김성곤의 자세는 확실하게 변한다.

작가의 말에 '우린 실내 수영장이 아니라 풍랑 속에 살고 있다'고 쓴 작가는 소설을 통해 '스스로 만든 지푸라기에 바람을 넣어 커다란 튜브를' 만들어 수면 위로 떠오르라고 응원한다. '작은 불씨만 한 번 탁 켜주면 밝게 빛을 뿜어낼 텐데 그 한 방이 없는', '켜지지 않은 성냥' 같은 이 시대 청년과 모든 사회인을 응원하는 메시지도 중년의 주변을 둘러싼다. 행운이 늘 행운이 아니고 불행이 늘 불행이 아닌, 변화하는 삶에서 남는 건 무엇일까 곱씹게 만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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