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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이어 ‘로봇’까지…중국 완성차 업체가 ‘부업’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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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부업’이 인기다. 최근 지리자동차가 중국 스마트폰 업체 메이주(魅族)를 인수하며 스마트폰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중국판 테슬라라 불리는 전기차 생산 업체 웨이라이(蔚來·NIO)도 최근 스마트폰을 제조하겠다 선언했다. 웨이라이 설립자 리빈(李斌)은 “조만간 웨이라이 전기차에 어울리는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자사의 자동차-스마트폰 상호 연결을 통한 미래 IOT 생태계 구축 및 확장, 사용자 데이터 확보, 통합 운영체제(OS) 개발 등이다. 5G의 대중화와 IOT가 화두가 된 시점에서 스마트폰이 자동차를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장치라고 본 것이다.

스마트폰 외에도 업계 거물들이 뛰어드는 분야가 있다. 바로 ‘생체공학 로봇’ 분야다.  

더 컨투어스 ‘두 유 러브 미’에 맞춰 춤을 추는 아틀라스와 스팟. [사진 보스턴 다이내믹스]

더 컨투어스 ‘두 유 러브 미’에 맞춰 춤을 추는 아틀라스와 스팟. [사진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 공학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오늘날에는 인간과 같은 감각적 기능을 갖춘 생체공학적 로봇(휴머노이드 로봇)이 부상하고 있다. 인간을 모방한 휴머노이드는 기술 발전에 대한 상징성이 매우 크고 현재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는 생활공간에 직접 투입하여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개발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수십 년간의 개발 끝에 최근 몇 가지 생물학적 기능을 통합할 수 있는 기술을 로봇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생물학적 피부를 비롯한 근육 및 골격의 섬세한 표현은 아직 부족하나 근육 기능의 경우 생성 단계가 현실화되고 있다.

생체공학 로봇 제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기업 중 하나는 전기차 제조 업체 ‘샤오펑모터스(小鵬汽車·Xpeng)’다. 샤오펑은 산하 기업 ‘샤오펑펑싱(小鵬鵬行, 이하 펑싱)’을 통해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펑싱은 샤오펑자동차가 2016년 투자·설립한 중국 대표 로봇 개발 스타트업이다. 펑싱은 로봇 동작 제어, 자동 운전, 자연어 처리 등의 분야에서 AI 기술을 도입하고 로봇 시스템에 자동차 엔지니어링 및 제조 시스템을 통합하고 있다.

[사진 샤오펑 로보틱스]

[사진 샤오펑 로보틱스]

샤오펑펑싱은 최근 IDG캐피탈의 주도로 1억 달러가 넘는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 2년간 중국 생체공학 로봇 영역에서 받은 단일 투자 금액으로는 최대 규모다.

쉬즈건(徐誌根) 샤오펑펑싱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투자가 완료되면 샤오펑펑싱은 생체공학 로봇 영역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갖는 동시에 품질이 한층 강화된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생체공학 로봇이 앞으로 2년 안에 실생활 깊숙이 들어와 사람들의 가장 친한 ‘헬퍼’가 될 것이라면서 사람들의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해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지난해 말 펑싱은 인공지능(AI) 로봇 말 ‘샤오바이룽’을 개발해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샤오바이룽은 말을 형상화한 모습으로, 관절을 통해 자연스러운 사족 보행을 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로봇에 탑재된 카메라와 라이다로 주변 물체와 환경을 식별하고 운행 경로를 탐색할 수 있다. 샤오펑측은 샤오바이룽은 어린이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교통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로봇말 ‘샤오바이룽’ [사진 샤오펑펑싱]

인공지능(AI) 로봇말 ‘샤오바이룽’ [사진 샤오펑펑싱]

로봇산업에 관심을 갖는 완성차 업체는 샤오펑뿐만이 아니다. 테슬라 역시 지난해 8월 휴머노이드 로봇인 ‘테슬라 봇(Tesla Bot)’을 선보였다. 당시 소개된 테슬라봇은 높이 5피트 8인치(172cm), 무게는 125파운드(56kg), 시속 5마일(8km)로 걸어 다니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해당 로봇에는 내비게이션, 카메라, 라이다, 인공 신경망 등의 첨단 기술이 탑재된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봇은 사람을 대신해 위험하거나 반복적인 작업 등에 투입하기 위해 고안됐다”며 “테슬라 차량에 테슬라봇을 탑재해 완전 자율주행을 실현할 것”이라는 포부도 내비쳤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오는 9월 30일 프로토타입이 출시될 예정이다.

테슬라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테슬라봇`의 시제품 구성안. [사진 테슬라]

테슬라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테슬라봇`의 시제품 구성안. [사진 테슬라]

우리나라 기업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로봇 제조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로보틱스 사업을 선도하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이미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족형 로봇의 필수적인 보행 제어 알고리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드 역시 로봇업체 어질리티 로보틱스와 협력해 직립 보행 로봇 디지트를 개발했다. 샤오미, 바이두, 화웨이 및 기타 기술 및 인터넷 거물들도 자동차 제조를 넘어 자체 생체공학 로봇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신에너지 차 시장 훨훨 나는데, 왜? 

중국 신에너지 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국 승용차연합회(乘聯會)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신에너지 내수용 판매량은 331만 대, 시장 점유율은 14.8%로 2020년 대비 9% 포인트 증가했다. 승용차연합회는 지난 몇 년간의 높은 성장 모멘텀으로 보았을 때, 올해 말까지 신에너지 차 판매량은 550만 대, 점유율은 25%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자동차 시장이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자동차와 로봇산업의 연계가 더욱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자동차 업체가 로봇을 개발한다는 것은 더는 생소한 일이 아니다. 1996년 일본 혼다의 ‘아시모’와 2005년 일본 도요타의 ‘파트너 로봇’이 대표적이다.

CES 2022 '엔지니어드 아츠' 부스에 자리한 영국 '엔지니어드 아츠(Engineered Arts)'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 관람객이 간단한 질문을 하면 다양한 표정으로 답한다. [사진 트위터]

CES 2022 '엔지니어드 아츠' 부스에 자리한 영국 '엔지니어드 아츠(Engineered Arts)'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 관람객이 간단한 질문을 하면 다양한 표정으로 답한다. [사진 트위터]

특히 기술적인 관점에서 휴머노이드 로봇과 전기차는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기술 대부분이 로봇 제작에 필요한 요소다. 일론 머스크도 로봇이 테슬라 차량과 동일한 AI 컴퓨터와 자동 조종 카메라를 가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테슬라는 차량과 로봇 등의 분야에서 대규모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테슬라봇에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완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용으로 개발된 신경망에 8대의 카메라가 탑재된다.

일론머스크는 테슬라봇이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 말했다. 특히 고반복·고위험 등의 작업에서 인간의 노동을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체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세계 경제가 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샤오펑 CEO 허샤오펑은 “자동차와 로봇 비즈니스의 연계가 ‘1+1〉2’ 효과를 낼 수 있다”며 “향후 스마트 자동차 제조사도 스마트 로봇 제조사가 될 것이며, 두 산업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의 성장 동력 되기엔 아직 불충분? 

중국 공신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중국의 로봇 업계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2020년에는 지정 규모 이상 로봇기업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26.9% 감소하고, 업계 순이익률은 3.33%로 매우 저조했다. 상대적으로 보급률이 높은 청소 로봇이나 산업 로봇조차 적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극도로 높은 연구개발(R&D) 비용과 생산 비용도 문제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이족보행 로봇 ‘Atlas(아틀라스)’의 단일 개발 비용은 수백만 달러에 달하며, 외관 재료 비용만 2만 달러에 달한다. 테슬라봇의 가격은 대략 1만 달러(약 1200만 원)로 추정되는데 2015년 소프트뱅크가 선보인 휴머노이드 ‘페퍼’가 1800달러(약 220만 원)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비싼 편이다. 특히나 중국 업체들은 반도체, 모터, 감속기, 센서 등 핵심 부품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아 생산 원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이다.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로봇 시장의 잠재력도 미미한 수준이다. ‘불쾌한 골짜기’ 이론도 대두된다. 인간을 닮은 로봇에 대한 회의적인 시장 반응과 더불어 높은 비용과 연구 개발의 어려움으로 상업화 전망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사진 샤오펑펑싱]

[사진 샤오펑펑싱]

한편 샤오펑펑싱은 아직 신제품의 가격과 타깃 고객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경영진과 연구개발팀이 여전히 모순을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국의 로봇 산업은 시장 규모 면에서 유망 업종으로 꼽힐 만큼 잠재력이 크다. 중국 컨설팅 업체 즈옌즈쉰(智研咨询)에 따르면 2016~2023년 중국의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64억 8천만 위안에서 613억 5천만 위안으로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특히 2019년 이후 현재까지 연평균 50%에 육박하는 복합 성장률을 보이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향후 완성차 업체들이 로봇 분야에서 어떤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보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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