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혹은 먼 미래 언젠가에는 전기차 전성시대가 온다는 걸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2011년 전 세계에서 5만 대 겨우 팔리던 전기차는 지난해 기준 670만 대가 팔리며 10년 만에 134배 성장했는데요. 친환경 기조 속 각 나라의 적극적인 육성 정책이 더해지며 이미 기업 간 경쟁을 넘어서 차세대 기술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대결 구도로 이어진 모양샙니다.
다만 동학개미 입장에서 중요한 건, 다른 건 모르겠고! 그래서 독일, 중국, 미국(그리고 KOREA!) 중에 “누가 제일 잘 나가?”일텐데요.(스마트폰이 인류의 삶을 바꿔 놓을 거란 사실은 우리 모두 알았어도 애플 주식에 투자하진 않았잖아요😂)
국내 주식형 액티브 펀드 가운데 가장 큰 금액(무려 1조2000억원!)인 글로벌 전기차&배터리펀드와 KINDEX G2전기차&자율주행 액티브 ETF를 운용하는 황우택 한국투자신탁운용 Multi 전략본부 책임을 만나 자세히 물어봤습니다.
- 개별 종목뿐 아니라 액티브 펀드, 상장지수펀드(ETF)까지 투자금이 몰린다
- 성장성이 있다는 건 누구나 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미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걸 보며 패러다임 대전환 시기 어떤 기업이 탄생하는지 봤다. 여기에 국가별 지원 경쟁까지 붙었다. 전기차 산업이 겉보기엔 친환경 바람을 타고 성장하는 듯하지만 본질은 미래 신사업을 주도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다. 특히 유럽은 에너지 독립을 위해서도 전기차가 꼭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모든 나라가 깨달았다.
- 또 메타버스 같은 분야는 실체가 모호하지만, 전기차는 명확한 상품이 있다. 내가 직접 타보고 씹고 뜯고 맛볼 수 있다. 거기에 성장성이 담보됐으니 돈이 몰린다고 생각한다.
- 그래서 가장 잘하는 나라는 어디인가?
- 스마트폰은 애플이 모든 시장을 싹 가져갔다. 패러다임 대전환이라는 측면에서는 스마트폰 분야와 비슷하지만, 전기차는 지역 특색이 매우 크게 작용한다. 중국과 한국, 일본, 유럽, 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차가 다 다르다. 미국은 무조건 픽업트럭이 대세다. 유럽은 해치백이고 일본은 실용적인 소형차다. 한 회사가 이런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전부 선점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지금 전기차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도 중요하지만 각 나라의 시장을 점유하고 싶은 욕구가 크다. 특히 중국같이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서 기술 우위가 없는 나라는 전기차 시대에는 기필코 자국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욕구가 있다.
- 그렇다면 나라별로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은 어디인가?
- 침투율이라는 수치가 있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다. 유럽은 지난해 기준 이미 침투율이 30%에 달한다. 중국도 20%를 넘었다. 반면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 전기차 산업을 키우지 않았다. 침투율도 고작 2~3% 수준이었다. 이게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후 6%로 올랐다. 1년 만에 2~3배 성장한 셈이다. 테슬라 주가 약진도 한몫했다. 미국 시장은 성장 가능성도 큰데 시장 자체도 가장 크다. 우리나라도 침투율이 6% 수준에 불과하다.
- 최근 운용하는 ETF에서 미국 비중을 줄이고 중국 비중을 높인 이유는?
- 전기차 분야 투자할 땐 글로벌 경기와 나라별 특성을 다 고려해야 한다. 업황에도 민감하고 정책 변수도 크다. 중국은 최근 코로나19 봉쇄로 조정을 많이 받았다. 중국산 전기차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내수도 타격을 입었다. 올해 3~4월에는 시장에서 중국 봉쇄가 길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우린 반대로 생각했다. 경기 침체 때 봉쇄 장기화는 어렵다고 봤다. 그래서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봉쇄가 풀릴 것이고 주가가 반응하리라 생각했다. 반면 미국은 오히려 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전기차 섹터 투자 시 중요하게 봐야 할 점은?
- 결국 ‘자율주행’ 기술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테슬라가 자동차를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다른 완성차 업체에 팔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니까 주가가 고공행진 할 수 있었다. 자동차 회사가 플랫폼 회사로 진화할 수 있다.
- 국내 투자자는 자율주행을 아주 먼 미래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완전 자율 주행, 손 놓고 잠자도 원하는 목적지 가는 수준은 오래 걸릴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좁은 길이 많고 차량 정체가 심해 자율 주행이 어렵지만, 해외는 다르다. 미국은 200km 직진 후 좌회전 이런 도로가 많다. 지금 기술로도 버스나 화물차같이 정해진 길을 따라서 왔다 갔다 하도록 하는 건 가능하다. 버스전용차로처럼 1차선만 ‘자율주행 전용차로’를 만들 수도 있다.
- 이런 고도 산업 분야는 미국이 압도적이다. 다른 모든 국가가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다. 여기에 전기차의 마지막 두 가지 과제인 배터리 충전 속도, 충전소 문제를 어느 나라가 가장 먼저 해결할지가 관건이다.
- 마지막으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 전기차를 한 대도 생산하지 못했는데 꿈과 희망만으로 주가가 치솟은 기업들이 있다. 이런 곳에 투자하는 건 위험하다. 올해쯤부터 실용성을 갖춘 제대로 된 전기차가 나오기 시작했다. 차는 기호가 중요하다. SUV가 한번 마음에 든 고객은 세단으로 넘어가기 어렵다. 전기차를 경험한 사람이 많아지면 그다음엔 상품 경쟁력이 중요하다.
- 또 전기차 섹터 투자는 중장기로 접근해야 한다. 전 세계 자동차가 한순간에 전기차로 바뀌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 스마트폰처럼 2년마다 차를 교체하진 않는다. 전기차로 서서히 시장이 넘어갈 때마다 투자 포인트가 살아나며 10년, 20년 성장을 공유해야 한다.
이 기사는 7월 20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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