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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식 "盧 면전서 '盧 빨갱이' 민심 전해...尹, 그런 참모 있나" [역대 정권 키맨의 尹위기 진단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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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우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0일 서울 정동 한 식당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윤 대통령의 작은 말실수가 자주 나오면 국민의 신뢰가 계속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김우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0일 서울 정동 한 식당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윤 대통령의 작은 말실수가 자주 나오면 국민의 신뢰가 계속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1년차부터 지지율 위기를 겪었다. 60%대로 시작했던 지지율은 첫 해 말 20%대로 떨어졌다. 노 전 대통령이 그 때 선택한 대통령비서실장이 김우식 당시 연세대 총장이다. 탄핵소추 등 굴곡이 있었지만 1년 6개월의 김 전 실장 재임 기간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20일 서울 정동의 식당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김 전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 하락에 대해 “말실수와 인사 문제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존재감 없는 참모들의 문제를 꼬집었는데, 노 전 대통령에게 ‘빨갱이’라는 시중 얘기를 전한 일화를 설명하며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참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초반으로 떨어졌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높아야 국정운영 동력이 생긴다는 건 당연한 얘기다. 윤 대통령과 참모들이 냉정하게 왜 국민의 신뢰를 잃었는지 성찰해볼 때다.”
왜 신뢰를 잃었다고 보나.
“말 때문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굉장히 임팩트(효과)가 크다. 작은 말실수는 할 수 있지만, 자꾸 반복되면 회복이 어렵다. 피터 드러커가 ‘내가 무슨 말을 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방이 무슨 말을 들었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명심해야 한다.”
김우식 전 비서실장은 20일 강제 북송 등 윤석열 정부가 제기하고 있는 대북 이슈에 대해 “안보적인 관점에서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김우식 전 비서실장은 20일 강제 북송 등 윤석열 정부가 제기하고 있는 대북 이슈에 대해 “안보적인 관점에서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말실수가 나오는 도어스테핑을 중단해야 하나.
“정기적인 기자회견을 활용하는 게 맞다. 공약 파기 비판에 대해선 ‘저도 인간이다보니 감정적인 말이 나올 때가 있고, 실언도 했다. 양해해달라’고 국민에게 솔직히 말하면 이해 못할 사람 있겠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인사 문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가장 많다.
“윤 대통령이 경험이 적어 자신이 잘 아는 검찰 출신 인사를 주로 등용하는 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국민이 보는 잣대로 적재적소가 아니다, 부적절하다라는 말이 나오면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기 시작하고, 지지율이 떨어진다.”
노 전 대통령의 인사는 어땠나.
“청와대에서 매주 수요일에 비서실장 주재로 인사추천위원회를 열었다. 후보를 두 명 정도로 추리고, 그 결과를 바로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노 전 대통령이 ‘어느 후보가 나은 것 같냐’고 묻고, 내가 답하면 노 전 대통령이 선택했다. 적어도 나한테는 인사 추천 과정에선 ‘누구 시켜라’라고 말한 적은 없다.”
2004년 3월 8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김우식 비서실장(왼쪽) 등과 함께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중앙포토

2004년 3월 8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김우식 비서실장(왼쪽) 등과 함께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중앙포토

김 전 실장은 ‘보수 인사’라고 자처해왔다. 그런데도 노 전 대통령은 그를 청와대로 두 번 불러 “나라를 위해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김 전 실장이 수락했고, 2004년 2월 임명됐다. 기자가 ‘강성 진보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임명이었나’고 묻자 “그런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노 전 대통령이 김 전 실장을 임명했듯, 윤 대통령도 그런 인사가 필요한가.
“그렇다고 본다. 내가 청와대 들어가면서 ‘갈등 해소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노 전 대통령에게 말했다. ‘국민을 다 끌어안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상대편에서 어떻게든 대통령을 꺾으려고 한다’고도 했다. 보수 인사도 많이 만나 노 전 대통령에게 의견을 전달했다.”
‘쓴소리 실장’으로도 유명했다.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노 전 대통령 장인의 남조선노동당 경력을 말하며 노 전 대통령에게도 ‘빨갱이’라고 했다. 이 얘기를 노 전 대통령에게 했더니 얼굴이 빨개지며 ‘그런 얘기는 꺼내지 마세요’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래서 내가 ‘그런 얘기 안 들으시려면 제가 왜 여기 와 있나요’라고 한 적이 있다. 터놓고 별 얘기를 다 했다.”
윤 대통령 주변엔 쓴소리를 하는 측근이 없다고 한다.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측근, 참모가 필요하다. 특히 윤 대통령은 경험이 적기 때문에 경험적 얘기를 많이 해줘야 한다. 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사들과 얼마나 가깝게 지냈나. 그런데 요새 측근들의 행태를 보면 지지율이 떨어질 만 하다. 자중지란이다. 보수층에서도 ‘다 똑같은 놈들’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 전 실장은 20일 “윤 대통령은 대선도 겨우 이겼고, 거대야당과 비우호세력에 둘러싸여 있어 불리한 상황은 맞다. 지지율 하락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김 전 실장은 20일 “윤 대통령은 대선도 겨우 이겼고, 거대야당과 비우호세력에 둘러싸여 있어 불리한 상황은 맞다. 지지율 하락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윤 대통령이 경제 상황 대응도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내가 청와대 있을 땐 주기적으로 세미나를 열었다. 학계로부터 배우는 것도 있지만, 우리의 생각을 학계에 전달하는 역할도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우호 세력이 적다. 경제 정책에 대한 학계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대통령실 참모들이 이런 세미나도 열어야 한다.”
김건희 여사의 행보도 논란인데.
“제2부속실을 만들진 않더라도 2~3명 전담 직원을 배치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김 여사에게 불우아동이나 다문화가정을 돕는 봉사활동 기회를 만들어주는 식으로 풀어가야 한다.”
윤 대통령에겐 광복절 사면이라는 과제도 앞에 놓여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그만하면 됐다. 사면해줘야 한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마찬가지다. 김 전 지사는 청와대에서 일할 때 1부속실 행정관으로 있어 잘 안다. 사람이 아주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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