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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글로벌 아이

긴장 높아지는 대만해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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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대만해협은 좁다. 최단거리는 중국 푸젠(福建)성 핑탄도(平潭島)에서 대만 북부 신주상(新竹商)항까지 128㎞.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87㎞의 1.4배다. 대만해협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다음달 대만 방문 계획이 불을 지폈다. 앞서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18일), 릭 스콧 상원의원(10일), 미 의회 대표단(5월31일), 마이클 스튜먼드 인도태평양사령부 해군 소장(5월25일) 등 석 달 사이 미 정관계, 군 인사들이 여섯차례나 대만을 방문했다. 그때마다 중국은 무력시위를 벌이며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라고 경고해 왔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중국 하이난(海南) 해군항에 정박중인 두번째 항공모함 산둥함. 지난 2019년 12월 17일 정식 취역했다. [사진 중국 군사망 캡처]

중국 하이난(海南) 해군항에 정박중인 두번째 항공모함 산둥함. 지난 2019년 12월 17일 정식 취역했다. [사진 중국 군사망 캡처]

중국 외교부는 “미국과 대만의 어떤 공식 교류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다시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중국의 주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반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미국이 제 길을 간다면 중국은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뒤따르는 모든 후과(後果)에 대해 미국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과거 중국 외교부 발언과 비교해 보면 모든 책임이 상대국에 있다는 식의 표현은 2010년 일본과 댜오위다오(釣漁島·일본명 센카쿠열도) 분쟁이나 지난해 대만과 국교 정상화를 한 리투아니아에 대해 제한적으로 사용된 바 있다. 그만큼 중국에 있어 엄중한 경고의 표현이다.

중국 관방의 분위기를 전해 온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인의 발언은 한발 더 나갔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펠로시 의장이 감히 대만에 방문한다면 큰 사건이 될 것이며 그녀는 중국 분단의 적이 될 것”이라며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대한 역사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지난 1997년 깅그리치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지만 당시 클린턴 전 대통령과 당이 달랐기 때문에 이번 방문은 중국 전체에 대한 미국의 노골적 도발이 될 것이라면서다. “군사적 대결을 감수하고 인민해방군 전투기가 대만 상공을 비행해야 한다”, “미국과 대만이 전면전을 원한다면 해방의 때가 올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 미사일 구축함 벤포드호가 대만해협을 통과한 지난 19일, 중국은 두번째 항공모함인 산둥함을 교차 항해시켰다. 오는 23일부터 나흘간 남중국해에선 중국의 대규모 군사훈련도 실시된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 방문에 대해 “군에선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하는 것 같은데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세 대결에서 배수진으로 돌아선 중국,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행은 성사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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