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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10조’ 현대오일뱅크 IPO 철회…대어급 줄줄이 상장 포기, 왜

중앙일보

입력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중앙포토]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중앙포토]

주식시장에서 하반기 상장 예정인 기업 중 ‘최대어’로 평가받던 현대오일뱅크가 기업공개(IPO) 계획을 철회했다. 이 밖에도 올해 IPO를 추진했던 ‘대어급’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 계획을 연기 또는 철회하고 있다. 국내·외 증시 침체로 투자시장이 얼어붙자 공모 시장도 경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현대오일뱅크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주식시장의 최근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업공개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고 동종 업계 상장기업의 주가 동향도 좋지 않다”며 “실적이 우수함에도 현 시장 상황에서는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IPO 추진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철회는 지난 2012년과 2018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당시에도 경기 악화 등을 이유로 IPO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이번 상장에 대해 관심이 높았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6월 이사회를 열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고, 지난 6월 승인을 받았다.

실적도 좋았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0조6066억원, 영업이익 1조1424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매출 7조2426억원, 영업이익 7045억원의 호실적을 거뒀다. 시장에선 ‘몸값(기업가치)’이 10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또 다시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초 3000대를 찍었던 코스피 지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 금리 인상, 경기 불황 우려 등으로 최근 2300~2400대로 내려앉았다. 이 여파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증시 분위기가 가라앉자 IPO 계획을 미루거나 철회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SK쉴더스·원스토어 등 주목받던 ‘대어급’ 기업들이 상장 철회 의사를 밝혔다. 대명에너지와 바이오기업인 보로노이 등은 희망 공모가를 크게 낮춰서 상장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경우 상장을 앞둔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쏘카와 CJ올리브영·케이뱅크, SSG닷컴(쓱닷컴)·오아시스마켓·컬리(마켓컬리) 등이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배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당장 자금 조달이 급하지 않은 기업은 시황을 보면서 기회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시장이 급격히 가라앉지 않는다면 하반기에는 IPO 움직임이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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