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모습을 스크린에서 보니까 어색하기도 하고, 부담스러웠어요. 긴장했는데 여러분이 반응을 잘해주셔서 너무 좋았습니다.”
트로트 신동 정동원(15)이 영화배우가 됐다. 지난 17일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폐막작으로 대중에 공개된 영화 '뉴 노멀'의 주연을 맡은 것. 영화는 ‘기담’(2007) ‘곤지암’(2018) 등 한국 대표 공포 영화 기수로 꼽히는 정범식 감독이 각본‧연출을 맡아 6편의 단편을 묶은 영화다.
요즘 사회면에 자주 등장하는 섬뜩한 범죄들을 두루 엮었다. 정동원은 배우 최지우, ‘오징어 게임’의 이유미, 아이돌 그룹 샤이니 출신 최민호 등과 나란히 주연을 맡았다. 정동원은 누군가를 도우려다 오싹한 상황에 휘말리는 중학생을 연기했다. 대사 처리가 어색한 구석은 있지만, 어수룩한 10대 캐릭터를 또래답게 잘 살려냈다. 촬영 순서로는 힙합 하는 치킨집 아들로 출연한 드라마 '구필수는 없다'(ENA, 6월말 종영) 보다 빠르기 때문에, 이 영화가 정동원의 연기 데뷔작이라 할 수 있다.
가수 정동원 스크린 데뷔작 '뉴 노멀' #17일 부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 상영 #감독 "배우 정동원, 밝음보다 투명한 느낌" #정동원 "연기 잘한다는 말 듣도록 노력"
그를 영화제 폐막식에서 만났다. 관객과의 대화가 포함된 이날 폐막작 티켓은 지난달 예매 오픈 1분 만에 매진됐다. 폐막식이 열린 부천시청 어울마당 500여석 규모 대강당은 그의 팬클럽 대표색 연둣빛으로 물들었다. 신철 BIFAN 집행위원장이 “정동원 씨 보러 오신 분?” 하자 관객의 90%가 손을 들었다. 턱시도 차림 정동원의 등장과 함께 팬 미팅 같은 환호가 터졌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은 그의 얼굴을 잠깐이라도 보려고 행사장 밖에 진을 쳤다.
"모든 것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연기 도전"
공동 주연 하다인, 영화 음악을 맡은 가수 윤상과 폐막식 자리를 함께한 정범식 감독은 “(정)동원이가 TV 예능에서 연기하고 싶다면서 눈물 연기하는 걸 보고 감정 표현이 좋다고 느꼈다”며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이에 정동원은 “갑자기 대본을 받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첫 연기를 잘 해보자'고 결심했다”고 답했다.
정범식 감독 "정동원 투명한 느낌 있죠"
“첫 촬영 날 동원이가 너무 긴장했어요. 무대를 휘어 잡는 가수인데도요. ‘감독님, 틀리면 안 되잖아요’라고 하길래 ‘틀려도 돼. 틀리면 다시 찍는 게 영화’라고 답해줬죠. 슛 들어가면 직전까지 긴장했던 걸 잊고 연기에 몰두하더군요.”
정 감독의 말에 정동원은 “연기가 처음이라 스스로도 못 하는 걸 아는데 감독님이 ‘넌 대배우가 될 거야’라고 칭찬해주셔서 믿고 따랐다”고 말했다. 단시간 내 촬영을 마쳐야 했던 마지막 건물 내부 추격 장면은 재촬영 없이 한번에 OK를 받았다고 한다. 정 감독은 “배우로서 정동원은 밝음보다 투명한 느낌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영화가 정동원에겐 연기 수업이 됐다. “콘서트 할 때도 많은 노력을 하는데 연기는 열심히 연습해도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바뀌기도 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아 힘들었다”는 그는 “앞으로 연기할 날이 많을 것 같은데 무대에서 완벽하게 노래하는 것처럼 ‘정동원 연기 잘한다’는 말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포부를 비쳤다.
트로트 열풍 속 연기 도전, 몸도 목소리도 폭풍성장
정동원은 11살이던 2018년 ‘전국노래자랑’(KBS1) 경남 함양군 편에 출연해 우수상을 받고 연말 결선에 진출했다. 어릴 적 할아버지 곁에서 트로트를 즐기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이듬해 ‘인간극장’(KBS1) ‘놀면 뭐하니?’(MBC)를 거쳐 2020년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TV조선)에서 최종 5위에 오르며 ‘국민 남동생’에 등극했다. 지난 4월 미니앨범 ‘손편지’는 발표와 동시에 ‘성인 동요’ ‘성인 자장가’란 호응과 함께 각종 음원차트 5위권에 들었다. 음악과 예능에 이어, 이제 배우로서 새로운 도움닫기에 나선 그다.
음악작업을 위해 ‘뉴 노멀’을 여러 번 본 윤상은 “동원 군이 촬영 때만 해도 젖살이 통통했는데 이제 너무 잘생겨졌다. 지금의 동원 군을 기억할 때 이 필름이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정 감독도 촬영을 마친 뒤 후시 녹음을 하러 온 정동원이 그 사이 목소리가 굵어져 노래하듯 음성을 조절하며 녹음했다고 돌이켰다. 개봉 시기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천영화제에서 영화를 먼저 틀게 된 데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정동원이 영화 속 모습과 너무 달라지기 전에 공개하려는 이유도 있었다고 한다.
해외 로케이션이 있는 액션 판타지 대작을 준비하던 중 코로나19로 인해 소규모로 ‘뉴 노멀’을 찍게 됐다는 정 감독은 이번에 출연한 배우들과 다시 작품을 하고 싶다는 가능성도 열어 놨다.
정동원은 배우로서 출발점인 ‘뉴 노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스포일러 방지도 당부했다. “저의 첫 영화이고 아끼고 좋아하는 작품이라 사랑해주시면 좋겠어요. 단,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스포’는 절대 하시면 안 됩니다. ‘스포’ 빼고는 다 해도 돼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