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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간 하루1대 팔았다…현대차 판매왕, 축구장 출근하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5일 경기 평택시 안중지점 이양균 영업이사가 업무일지를 보여주고 있다. 김민상 기자

지난 15일 경기 평택시 안중지점 이양균 영업이사가 업무일지를 보여주고 있다. 김민상 기자

오전 6시에 축구장으로 ‘출근’한다. 포지션은 미드필드다. 중요한 공간에 묵묵히 공을 밀어 넣는 역할이다. 경기 중에나 끝나고 나서나 거의 말이 없다.

1967년 창업한 현대자동차에서 최초로 ‘7000대 판매거장’으로 이름을 올린 이양균(59) 영업이사의 일상이다. 그는 눈을 뜨면 경기도 평택 안중읍에 있는 축구장을 찾는다. 지난 1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도 축구장에서 진행됐다.

이 이사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미리 사다 놓은 음료수를 회원들에게 나눠줬다. 30년 이상 함께 한 50~70대 회원들은 그의 이름을 편하게 부른다.

이후 평택 시내에 있는 현대차 영업지점 2층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책상 위에는 1990년부터 작성한 영업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고객의 인적 사항과 컴플레인(요구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1992년 작성한 일지에는 ‘012’로 시작하는 삐삐(무선호출기) 번호가 그대로 남아 있다. 서혁 현대차 안중지점장은 “안중에서 이 이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비밀수첩에 012로 시작하는 ‘삐삐 번호’

이 이사는 지난달 29일 기준 수소전기차 넥쏘 계약에 성공하며 자동차 누적 판매 7000대를 달성했다. 1990년 현대차에 입사한 뒤 32년 만이다. 업무 일수 기준으로 따지면 하루에 거의 한 대꼴로 차를 판 셈이다. 현대차는 누적 판매 5000대를 돌파한 영업 우수사원에게 ‘판매거장’ 칭호로 준다. 이 이사는 2014년 10월 5000대를 돌파해 이미 판매거장이 됐다.

이 이사는 축구 동호회로 쌓은 지역사회 인맥을 첫째 판매 비결로 꼽았다. 매주 화~금요일 평일 오전 6시에 시작하는 동호회에 주말에 2개를 추가로 가입해 월요일만 빼고 매일 축구를 한다. 이 이사는 “주말 동호회에는 20~30대 회원도 있는데 젊은 감각이 원하는 차량이 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지난 19일 오전 경기 평택시 안중지점 이양균 영업이사가 축구 경기를 뛴 뒤 자신의 차량 코나 일렉트릭 앞에 섰다. 김민상 기자

지난 19일 오전 경기 평택시 안중지점 이양균 영업이사가 축구 경기를 뛴 뒤 자신의 차량 코나 일렉트릭 앞에 섰다. 김민상 기자

평택에서 자라 수원에 있는 대학을 나온 이 이사는 대학 시절부터 이 지역에서 신문‧우유 배달 일을 한 경험이 있다. 1990년대 초반 11만 명 규모였던 평택시 인구는 최근 56만 명을 넘었다. 2018년 미군 부대가 들어서면서 동네는 더욱 북적였다. 농사일을 하면서 주로 1t 트럭을 주문하던 이 이사의 지인들도 자산이 늘어나면서 현대차 제네시스 같은 고급 브랜드를 사기 시작했다.

이 이사는 인간관계를 맺을 때 먼저 차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다만 한 번 인연을 맺은 고객은 좀처럼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좋은 관계를 맺은 고객이 더욱 많은 고객을 소개해 주는 구조를 일찍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 이사는 “‘차량이 고장났다’는 연락을 받으면 정비소 전화번호만 전달해줘서는 안 된다”며 “친분이 있는 정비소 직원에게 ‘고객이 연락할 것이니 잘 부탁한다’는 미리 연락해야 안심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 시간 남짓 걸린 인터뷰에서도 이 이사의 전화는 끊임없이 울렸다. 스마트폰 전화번호부에는 6221명이 저장됐다.

경조사 비용만 연간 1500만원 넘겨 

일주일에 2~3번 경조사를 챙기는 바람에 연간 1500만원 이상 비용이 든다. 법인에 대량으로 파는 서울 강남의 영업사원처럼 이른 나이에 큰 연봉을 버는 자리도 아니지만, 인맥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실적도 점차 좋아지고 있다. 그만큼 경조사비로 들어가는 돈도 늘었다.

그가 누적 판매 대수 3000대에서 4000대 기록을 깨는데 4년1개월이 걸렸지만 5000대는 3년10개월, 6000대는 3년3개월로 기간이 점차 단축됐다. 6000대 판매 이후 더욱 이름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문의가 온다. 내년 정년을 앞둔 이 이사는 “퇴직 전 8000대를 기록할 수 있다”고 포부를 다졌다.

그의 차는 2018년 출시된 코나 일렉트릭이다. 한 번 충전으로 406㎞를 달리는 전기차로 현재는 단종됐다. 하지만 아직 중고시장에서 인기 있는 차종이다. 이 이사는 “평택에도 전기와 수소 충전 시설이 잘 갖춰졌다”며 “50~70대가 주요 고객층이지만, 20~40대가 즐겨 찾는 친환경차에도 관심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경기 평택시 안중지점 이양균 영업이사가 지난 10일 7000번째 고객인 왕연상씨와 함께 서 있다. 왕씨가 구입한 차량은 친환경차인 넥쏘다. [사진 현대차]

경기 평택시 안중지점 이양균 영업이사가 지난 10일 7000번째 고객인 왕연상씨와 함께 서 있다. 왕씨가 구입한 차량은 친환경차인 넥쏘다. [사진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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