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전용

친구 말만 듣는 우리 '순둥이'…'놀이 주도권' 표현력 키워주기

중앙일보

입력 2022.07.21 06:00

지우와 예진이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 “우리 미끄럼틀 타자!”   
예진이의 말에 지우는 미끄럼틀을 함께 탔다. 이번에는 예진이가 그네를 타러 가자고 말했다. 지우는 예진이를 따라가서 그네를 탔다. 어느새 지루해진 예진이가 또다시 지우에게 말했다. “우리 소꿉놀이하자.”  
둘은 흙으로 밥을 만들고, 나뭇잎으로 반찬을 만들었다. 그때 예진이가 “나는 엄마 할게”라고 말했다. 지우도 엄마 역할을 하고 싶어서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나는 언니 할게”라며 예진이에게 역할을 양보했다. 엄마가 된 예진이는 넓적한 바위 위에 음식을 차려주고, 언니가 된 지우는 맛있게 음식 먹는 시늉을 했다.
놀이터 벤치에서 아이들의 놀이를 지켜보던 지우 엄마는 마음이 불편했다. 친구가 하자는 대로만 따라 하는 지우를 보는 게 속상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집에 돌아와 지우에게 대뜸 화를 냈다. “너는 왜 친구가 하자는 대로만 하니? “나도 이거 하고 싶어”라고 말해야 친구가 네 마음을 알지.”  
엄마의 말에 지우는 금세 시무룩해졌다. 아이의 표정을 본 엄마는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조금 쉬었다가 우리 같이 놀자”고 말했다. 지우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엄마, 놀이 시간 다 됐어. 소꿉놀이하자.”  
지우가 장난감을 잔뜩 들고 엄마에게 왔다. “오늘은 어떤 역할 할래?”라는 엄마의 물음에 지우가 잠시 고민하자 엄마가 빨리 결정하라고 재촉했다. 그러자 지우는 엄마에게 먼저 원하는 역할을 고르라고 양보했다. “엄마는 손님 할게.” “그럼 나는 가게 주인 해야겠다.”  
역할이 결정되자 엄마는 바로 손님이 되어 말했다. “샌드위치 하나 주세요!”  
엄마의 주문에 지우가 빵 장난감 사이에 여러 가지 재료를 넣다가 바닥으로 장난감을 떨어뜨렸다. 엄마는 접시를 가져와 지우에게 건네며 말했다. “샌드위치 재료를 너무 많이 넣어서 그래. 다음부터는 조금만 넣어. 그리고 떨어지지 않게 접시에 담아서 줘.” 지우는 엄마가 건네는 접시에 음식을 담았다.

놀이할 때 상대방의 의견을 잘 맞춰주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주로 순한 기질의 아이들이 그렇죠. 이런 아이를 바라보는 양육자는 양면적인 감정이 들기 마련입니다. 친구에게 양보를 잘하는 아이가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상하죠. 친구를 이끌진 않더라도 동등한 입장에서 놀이했으면 좋겠는데, 매번 친구가 주도하는 놀이에 따라가기만 하니까요.

순한 기질의 아이들은 친구와 놀이를 할 때 친구가 원하는 것을 대부분 맞춰줍니다. 양육자와 놀 때는 놀이의 주도권을 양육자에게 넘길 때가 많고요. 이러한 놀이 패턴이 반복되면 점점 더 자기감정과 욕구, 의사를 타인에게 표현하기 어려워할 수 있어요. 순한 기질의 아이일수록, 놀이로 자기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합니다.

이렇게 놀아주세요

①놀이 주도권, 역질문으로 아이에게 돌려주세요  
지우와 엄마가 소꿉놀이를 시작하기 전, 엄마는 아이에게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그때 지우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엄마에게 되물었어요.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 먼저 “내가 손님 할게!”라고 말했죠. 그런데 자기표현이 어려운 아이들은 놀잇감이나 역할 놀이의 내용을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이렇게요.

“엄마도 무슨 역할을 할지 고민이네. 지우는 어떤 역할 하고 싶어?”

아이의 말에 그대로 대답하지 않고, 다시 질문을 던져 한 번 더 놀이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겁니다. 이때 지우가 자발적으로 역할을 선택하면 “지우가 가게 주인 역할을 생각해냈구나!”라고 듬뿍 칭찬해줍니다. 자기가 직접 역할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놀이의 주도권을 갖게 되고, 자신 있게 놀이를 펼쳐나갈 수 있거든요.

②아이보다 놀이를 앞서 진행하지 않아요
이날 소꿉놀이에서 엄마는 손님, 지우는 가게 주인이 되었죠. 그런데 무슨 가게인지는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때 엄마가 손님 역할에 충실한 나머지 “샌드위치 주세요”라고 자기가 생각하는 음식을 바로 주문했어요. 이 한마디로 샌드위치 가게 놀이가 되어버렸죠.

아이가 자기 생각과 욕구를 제대로 표현하며 놀기를 원한다면, 놀이 시작 전에 꼭 물어봐 줘야 합니다. “오늘은 무슨 가게 하고 싶어?”라고요. 혹시 아이가 “잘 모르겠어”라고 말하더라도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기다려주세요. 그런데도아이가 결정하지 못한다면 “제과점, 아이스크림 가게, 슈퍼 중에 어떤 걸 하면 좋을까?”라고 묻는 식으로, 몇 가지 선택지를 주고 고를 수 있게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만약 아이가 제과점으로 결정했다면 양육자는 이렇게 말하면서 아이가 놀이를 주도하도록 도와주세요. “와~ 여기 있는 빵이 다 맛있게 보여서 뭘 먹을지 고민되네요. 사장님께서 추천해 주시겠어요?”

그러면 아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대답할 겁니다. “초코빵이 정말 맛있어요. 딸기 크림이 든 도넛도 맛있고요.” 그럼 양육자는 아이가 추천해준 빵을 맛있게 먹으며 놀이를 하면 되죠. 이렇게 놀이 내용에서 중요한 선택은 아이 스스로 할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아이가 놀이를 주도하게 되고, 나아가 자기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될 테니까요.

③놀이 도중 일어난 실수를 나무라지 마세요
지우가 샌드위치에 재료를 듬뿍 넣어 엄마에게 건네다 떨어뜨립니다. 그러자 엄마는 바로 지적하고 접시를 가져와 아이에게 줍니다. 샌드위치를 잘 만들고 싶어서 여러 재료를 넣다가 발생한 일인데, 결과적으로는 핀잔을 듣는 상황이 되었네요.

이럴 때는 아이가 민망하지 않도록 반응해 줘야 합니다. “사장님, 인심이 참 후하시네요. 샌드위치에 맛있는 재료들을 잔뜩 넣어 주셨군요. 그런데 바닥에 떨어져서 너무 아쉬워요.” 그러면 아이는 다시 샌드위치를 만들거나 떨어진 샌드위치를 다시 접시에 담아서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때 엄마는 “사장님의 정성이 가득 담긴 샌드위치 맛 너무 기대돼요!”라며 맛있게 먹는 시늉을 합니다. 놀이 도중, 아이가 하는 실수나 행동에 대해서 나무라지 마세요. 평소 자기표현이 서툰 아이는 그러면 더 긴장할 수 있거든요. 양육자는 그저 즐거운 놀이파트너가 되어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④친구의 놀이를 따라가기만 하면 양육자가 슬쩍 개입해 주세요
만약 놀이가 한 아이 중심으로 반복되거나, 아이가 하기 싫은 놀이를 억지로 따라 하느라 곤란해할 때는 양육자가 개입하는 게 좋습니다. 지우 엄마의 상황을 예로 들어볼까요? 아이들이 그네 타는 모습을 조용히 관찰하다가 소꿉놀이를 하려고 이동할 때 슬쩍 다가가서 도움을 주는 거예요. 이렇게요. “둘 다 엄마 역할이 하고 싶구나. 공정하게 정하는 방법이 있을까?”

보통 순한 기질의 아이는 엄마가 아이의 입장을 공감해주고 공평하게 놀이하는 방법을 알려주면 그대로 따라가는 편입니다. 혼자 힘으로는 어려웠던 부분을 양육자가 도와주니, 용기가 나서 자기주장을 하게 되는 거죠. 그렇다고 매번 나서서 내 아이 편을 들어줘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혼자서 의사 표현을 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양육자의 적절한 개입을 통해 점점 자기표현을 연습할 수 있어요.

간혹 양육자가 개입을 했는데도 아이가 친구에게 원하는 것을 양보할 수도 있습니다. 두 가지 마음 때문이죠. ①누군가가 자기에게 공감해준 것만으로도 마음이 풀려서 친구가 먼저 놀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했거나 ②갑자기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양보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거예요. 이럴 땐 양육자가 아이의 마음을 직접 물어보는 게 좋아요. 최대한 부드러운 말투로요.

엄마: 지우야, 아까는 엄마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어?

지우: 그냥 친구한테 먼저 하라고 하고 싶었어.

엄마: 예진아, 지우가 예진이를 배려해서 엄마 역할을 먼저 하라고 하네.

예진: 아니야, 네가 먼저 엄마 해.

엄마: 와, 서로 양보하는구나. 지우와 예진이 모두 배려심이 정말 크다. 우리 공평하게 가위바위보로 정할까?

위와 같은 상황에서 대부분은 상대 아이도 “네가 엄마 해”라고 양보를 하는 모습을 보일 거예요. 지우 엄마가 ‘배려’라는 단어를 사용했기 때문이죠. 자기도 칭찬을 받고 싶거든요. 물론 상대 아이가 마음을 바꾸지 않을 수도 있는데요. 그러면 “이번에는 예진이가 엄마 역할을 하고, 다음 차례에는 바꿔서 해보자”라고 언제 역할을 다시 바꿀지 함께 상의한 뒤 놀이를 시작하도록 합니다.

자기표현을 돕는 놀이, 이런 게 있어요  

①내가 표현하는 것을 맞춰 봐요!
아이는 다양한 동물을 흉내 내거나 갖가지 표정을 짓고, 양육자는 아이가 무엇을 표현했는지 맞춰봅니다. 만약 양육자가 정답을 맞추지 못하면 아이가 양육자의 얼굴에 스티커를 하나씩 붙이도록 해주세요. 반대로도 해봅니다. 양육자가 다양한 동작으로 무언가를 표현하고, 아이가 맞춰보는 겁니다. 이렇게 놀이를 하다 보면 저절로 아이의 표현력이 자라고, 자기 의사를 드러내는 데 더 자신감을 갖게 될 거예요.

②나처럼 해봐라. 이렇게!
주의 집중력과 자기 표현력을 모두 키울 수 있는 놀이입니다. 놀이를 2단계로 나누어 점차 난이도를 높이면 한층 더 재미있어요.

1단계에선 이렇게 놀아주세요. “나처럼 해봐요, 이렇게” 노래를 부르며 아이가 하나의 행동을 합니다. 그러면 양육자는 아이의 행동을 따라 합니다. 그러다 역할을 바꿔서 양육자가 하는 행동을 아이가 따라 하게 해도 좋아요. 서로 따라 할 수 있는 행동은 다양해요. 엉덩이 흔들기, 코끼리 코 만들기, 웃긴 표정 짓기 등이 있지요.

2단계에선 놀이의 난이도를 조금 높여봅시다. 두 가지 이상의 행동을 연결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포옹한 후 손으로 크게 하트 그리기’ 또는 ‘코끼리 코로 악수하고 원숭이 흉내 내기’ 처럼요. 아이가 동작을 보여주면 양육자는 그대로 따라 합니다. 동작의 난이도와 개수는 아이의 수준에 맞춰 조절하세요.

③신체와 손바닥 본뜨기
커다란 전지 위에 아이가 누우면 엄마가 아이의 신체를 따라 그려줍니다. 신체를 다 그린 뒤에는 아이가 종이에 그려진 자기 몸에 머리, 눈, 코, 입 등 세부적인 신체 요소를 그려보게 하세요. 한쪽 여백에는 아이의 손과 엄마의 손을 본뜨기해서 그립니다. 본뜬 손의 엄지손가락부터 새끼손가락까지, 서로의 장점을 적어봅니다.

엄마: 이제부터 ‘짱 놀이’를 할 거야. 엄마는 서연이가 잘하는 것을 찾고, 서연이는 엄마가 잘하는 것을 찾아서 손가락에 하나씩 적는 거야. 엄마의 장점이 뭐가 있지?
아이: 음… 엄마는 잘 웃어!
엄마: (엄마 손바닥 그림의 엄지손가락에 ‘잘 웃는다’를 쓰며 말한다)엄마는웃음 짱이네! 우리 서연이는 노래를 신나게 부르니깐 노래짱이야.
아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말한다) 엄마는 양말을 뒤집어서 잘 신어.
엄마: 으악! 엄마는 거꾸리 양말짱!
아이: (깔깔 웃는다)

아이의 손가락 그림이 작아서 장점을 쓸 공간이 부족할 수도 있어요. 그러면 그림으로 간단히 표현해도 좋습니다. 이 활동으로 아이는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지게 됩니다. 긍정적인 자아상은 자기 표현력을 기르는 토대가 되지요.
정리=성소영 객원기자 ssoy419@gmail.com, jung.sunean@joongang.co.kr

친구 하자는대로 맞춰주는 아이, 표현 돕는 놀이법
①순한 아이들은 선택권을 상대에게 주죠. 그럴 땐 역으로 질문하세요. 놀이 주도권을 아이에게 줄 수 있어요.
②아이보다 앞서 놀이를 진행하지 않아요. 아이가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항상 의견을 물어보세요.
③놀이 도중 일어난 실수를 나무라지 마세요. 평소 자기표현이 서툰 아이는 실수를 나무라면 더 긴장하거든요.

관련기사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