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병상의 퍼스펙티브

대통령실 채용 논란...권성동 '강원랜드 채용비리'까지 소환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7.21 00:34

업데이트 2022.09.2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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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채용비리 끝판왕 강원랜드 사건

 권성동 청탁 3건 모두 무죄 받았지만

 민심은 권력비리에 '유죄추정' 확신

 윤석열정부 민심불감증이 근본문제

오병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오병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내가 추천했다. (업무역량이) 충분하다. 높은 자리도 아니고 행정요원 9급으로 들어갔다..(윤석열)후보가 어디가면 (따라다니면서) 추운데 고생했다. 나중에 장제원한테 물어봤더니 대통령실에 안넣었다..넣어주라고 압력을 가했더니 자리 없다고 그러다가 나중에 넣었다고 하더라. 난 그래도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더라..내가 미안하더라.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냐. 강릉 촌놈이.”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직무대행가 15일 취재진에게 한 해명)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학생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적 채용을 옹호하는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2022.7.18/뉴스1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학생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적 채용을 옹호하는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2022.7.18/뉴스1

청년실업시대 금기 건드린 권성동

 권성동 특유의 솔직하고 화끈한 말투다. 그러나 청년실업의 시대, 취업의 공정성이 화두인 시대에 너무 생각 없이 말했다. 말의 내용, 표현, 태도까지 모두..

권성동은 윤핵관 중에서도 핵심 ‘윤핵핵관’이다. 하필이면 그는 채용비리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강원랜드 채용비리’의 주역이었던 국회의원 2명 중 하나다.

다른 한 명은 염동열 전 의원이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18일 염동열에게 ‘3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염동열은 윤리위에 출석하지 못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로 영월교도소에 수감중이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주요 피의자들은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염동열은 징역1년, 권성동의 청탁을 받아준 최흥집 강원랜드 사장은 징역 3년. 그런데 권성동은 1ㆍ2ㆍ3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통령실 9급 행정요원 채용 논란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을 소환해버렸다. 광고를 패러디한 ‘공무원시험 합격은 권성동’‘강원랜드 합격도 권성동’ ‘대통령실 합격도 권성동’등이 커뮤니티와 SNS를 타고 확산되고 있다. 9급 행정요원 사적채용 논란에 강원랜드 그림자가 겹쳤다.

19일 공무원시험 준비 학원 '에듀윌' 광고에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얼굴을 합성한 패러디물이 온라인에서 공유되고 있다. [트위터 캡처]

19일 공무원시험 준비 학원 '에듀윌' 광고에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얼굴을 합성한 패러디물이 온라인에서 공유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채용비리 끝판왕 강원랜드 사건과 권성동

강원랜드 채용비리가 끝판왕인 것은 무엇보다 비리의 규모가 광범하고 행태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2013년 강원랜드 하이원 교육생 선발 합격한 518명 가운데 498명이 청탁 리스트에 의해 합격했다. 이중 226명은 전형단계에서 점수를 조작해 합격처리됐다.’(2018년 3월 21일 산업자원부 발표)

합격자 95%가 청탁이고, 그들 중 45%가 점수조작이다. 권성동은 강원랜드 취업비리 3가지에 연루됐는데, 그 중 첫번째가 교육생 청탁이다. 11명을 합격시켰다. 판결문에 따르면, 권성동은 강원랜드 간부인 지인 A를 통해 청탁 리스트를 인사팀에 전달하고, 이후 최흥집 사장에게 따로 확인청탁했다. 이들 중 일부는 점수조작으로 합격했다.

권성동의 두번째 청탁은 자신의 5급 비서관 B를 강원랜드 과장으로 취업시킨 사건이다. 2013년 최흥집 사장이 권성동 의원실을 찾아와 강원랜드 카지노 출입자에 대한 소비세인상과 감사원 감사를 무마해달라고 로비했다. 권성동은 ‘챙겨보겠다’고 약속하면서 최흥집에게 ‘사람 하나 안뽑소’라고 물었다. B를 채용해달라는 얘기다.

최흥집은 강원랜드 인사팀에 경력채용을 지시했다. 난색을 표하던 인사팀은 결국 전형조건을 B의 경력에 맞춰 다시 짰다. 33명이 지원했지만 B가 유일하게 전형자격을 모두 충족시켜 합격했다.

세번째 청탁은 권성동의 선거운동원이었던 친구 C를 강원랜드 사외이사로 취업시킨 사건이다. 사외이사 추천권은 형식상 강원랜드 대주주인 광해관리공단에 있지만, 실제론 관할부처인 산업부에서 지명했다.

권성동은 2013년 11월 산업부 공무원을 통해 사외이사 자리를 청탁했다. C는 폭력ㆍ음주운전 전과4범이다. 다음해 3월 지역주민들의 반대시위에도 불구하고 C는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안미현 검사가 2018년 5월15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 교육문화관에서 강원랜드 수사외압 사건 수사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미현 검사가 2018년 5월15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 교육문화관에서 강원랜드 수사외압 사건 수사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원랜드 수사 끌어낸 검사의 양심선언

강원랜드 채용비리가 끝판왕인 또다른 이유는 검찰수사가 전례없는 우여곡절을 겪었다는 점이다. 그나마 수사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안미현 검사의 끈질긴 문제제기 덕분이다.

관할 춘천지검은 2017년 4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를 마치고 최흥집 사장과 인사팀장을 불구속기소한다. 청탁한 사람은 없고 청탁받은 사람만 기소됐다.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다.

9월 재수사를 맡은 검사가 안미현이다. 수사에 필요한 압수수색이나 권성동 소환, 최흥집 구속 등이 모두 대검찰청의 반대로 좌절됐다. 안미현이 2018년 2월 4일 MBC 탐사보도 스트레이트에 출연해 폭로했다.

‘권성동 의원의 소환조사 필요를 느꼈지만 상부로부터 승인이 나지 않았고, 권성동 의원 측이 나에게 여러 가지 경로로 자신 관련 증거 목록들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다.’

의심을 받게된 대검찰청이 2월6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을 발족시켰다.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하기로 약속했다. 수사단이 출범하고도 진도가 느렸다. 안미현이 5월 15일 다시 기자회견을 자청 ‘수사단의 압수수색마저 저지당했다. 자유로운 수사가 이뤄지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나흘뒤인 5월 19일 수사단이 권성동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수사단은 마지막으로 7월 권성동을 소환조사하고 불구속 기소했다.

2019년 6월 24일 당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왼쪽)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강원랜드 채용비리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밝은 표정으로 법정을 나서고 있다. 당시에도 그의 옆에는 브라더 장제원 의원이 있었다.연합뉴스.

2019년 6월 24일 당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왼쪽)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강원랜드 채용비리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밝은 표정으로 법정을 나서고 있다. 당시에도 그의 옆에는 브라더 장제원 의원이 있었다.연합뉴스.

무죄! 무죄! 무죄! 다이하드 권성동

수사단이 기소한 권성동의 혐의는 3가지다. 첫번째 교육생 11명 합격 청탁은 업무방해죄. 두번째 비서관 과장급 경력채용은 제3자 뇌물수수죄. 세번째 선거운동원의 사외이사 선임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순형)은 2019년 6월 24일 권성동의 3개 청탁을 모두 무죄로 선고했다. 재판부가 명시한 ‘판단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견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권성동의 3가지 청탁은 모두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게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에 각각 도달했다. 유죄 가능성이 있지만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교육생 합격 청탁은 있었지만 강원랜드 인사팀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았기에 ‘업무방해’가 아니다..과장급 채용 청탁은 했지만 대가에 따른 청탁이 아니기에 ‘제3자 뇌물수수’에 해당되지 않는다..사외이사 선임 압력을 넣었지만 산업부 공무원과 광해관리공단에 대한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는 아니며,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권성동이 공모한 것은 아니다..는 판단이다.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과 형법상‘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언에 따른 것이다. 권성동은 무죄판결을 받자 ‘검찰의 무리한 기소는 정치탄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까지도 사과를 거부했던 그는 20일 페이스북에 사과글을 올렸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까지도 사과를 거부했던 그는 20일 페이스북에 사과글을 올렸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심은 '유죄추정의 원칙'이다

그러나 민심은 다르다. 법정이 법논리에 따라 ‘무죄추정’하는 반면 민심은 경험에 따라 ‘유죄추정’의 확신을 지닌다. 권력자들의 경우 특히 더 그렇다.

검사출신 권성동은 사건발생 당시 강릉의 2선 의원이자 국회 법사위원회 간사였다. 수사와 재판 진행 당시엔 3선의원에다 법사위원장이었다. 법사위는 검찰과 법원을 소관하는 최강 상임위원회다. 권성동은 검찰과 법원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래서 민심은 권성동의 항소심 무죄판결 당일‘사람이길 포기하지 말라’는 안미현 검사의 페이스북 글에 주목했다. 1심에서 징역1년 판결을 받은 염동열의 ‘권성동과 어떻게 다른가’란 질문에 공감했다.

민심은 유죄를 선고할 권한이 없다. 다만 여론으로 의사를 표시할 뿐이다. 그 여론에 반응하는 것이 정치다. 그런데 현 정치판에서 여당을 대표하는 사람이 권성동이다.

대통령실 사적채용 논란은 권성동을 통해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연상시킨다. 권성동은 지인 아들을 뽑아달라고 ‘압력을 넣었다’고 말했다. 그 지인이 자신의 지역구 선거관리위원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해충돌’문제가 제기됐는데도 ‘무슨 상관이냐’고 반박했다.

하나같이 민심을 자극한다. 인터넷에서 조롱과 패러디가 넘쳐나게 생겼다. 디지털 세상에서 분노는 빨리 확산되고 쉽게 증폭된다. 권성동은 뒤늦게 20일 ‘청년 여러분께 상처를 주었다면 사과드린다’는 SNS 글을 올렸다. 이미 늦은, 매우 소극적인 사과다.

사이버세상의 거친 탁류를 인지하는 감수성이 없어 보인다. 원인이 된 인사는 물론 논란에 대응하는 방식이 모두 그렇다. 그래서 이번 논란은 드러난 이상으로 심각하다. 권성동 리스크가 아니라 윤석열 리스크가 되어버렸다.

1980년5월 광부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폭력시위를 벌였던 당시 사북탄광 모습. 당시 폭력상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고 광산업 쇠퇴에 따른 지원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폐광지원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강원랜드 정선 카지노가 바로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

1980년5월 광부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폭력시위를 벌였던 당시 사북탄광 모습. 당시 폭력상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고 광산업 쇠퇴에 따른 지원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폐광지원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강원랜드 정선 카지노가 바로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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