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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보편적 시청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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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송지훈 기자 중앙일보 스포츠부 차장
송지훈 스포츠디렉터 차장

송지훈 스포츠디렉터 차장

최근 한국을 다녀간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는 두 차례 친선경기를 통해 국내 축구 팬들과 교감했다. 국내에 머문 일주일 사이에 ‘손흥민 소속팀’에서 명실상부한 ‘국민 축구팀’으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토트넘 내한 경기의 흥행 성공은 지난 2019년 유벤투스(이탈리아) 방한의 악몽을 지웠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3년 전 유벤투스는 최소 45분 이상 뛴다던 간판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약속과 달리 경기 내내 벤치를 지켜 물의를 빚었다. 거액을 주고 티켓을 구매한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고, 이후 지리한 법적 분쟁이 이어졌다.

‘대성공’이라 평가받은 토트넘 내한 이벤트의 유일한 논란은 중계 방식이었다. TV 방송사 대신 초청사 쿠팡이 운영하는 OTT(Over The Top·셋톱박스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콘텐트를 제공하는 방식) 서비스 ‘쿠팡 플레이’가 독점 중계했다. 이로 인해 중장년층을 비롯해 IT 접근성이 떨어지는 일부 사회적 계층이 시청에 곤란을 겪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 “온 국민이 주목하는 손흥민 경기인데,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지 않은 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007년 방송법에 적용한 보편적 시청권(Public Viewing Right)의 개념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은 스포츠 이벤트의 경우 전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방송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과연 토트넘 경기가 보편적 시청권 적용 대상일까. 토트넘 선수단이 한국을 다녀간 건 기업(쿠팡)이 자사 고객(쿠팡 플레이 가입자)을 우대하고 수익도 내기 위해 스포츠 콘텐트(토트넘+손흥민)에 100억원 가까운 비용을 투자한, 철저히 상업적인 이벤트였다. 만약 쿠팡이 토트넘 초청 경기 대신 BTS 콘서트를 주최하고 자사 OTT 서비스로 생중계했더라도 같은 논란이 불거졌을까.

이번 기회에 보편적 시청권의 개념을 보다 명확히 다듬을 필요가 있다. 콘텐트도 채널도 빠른 속도로 다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국민적 관심’이라는 애매한 표현이 관련 산업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해선 곤란하다. 영상·기사·스포츠 경기를 막론하고 남다른 노력을 들여 제작했다면, 온라인 콘텐트라도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즐기는 게 상식으로 통하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