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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얼음왕자 하뉴 은퇴 “이젠 프로선수로 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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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올림픽 2연패를 기록했던 일본 남자 피겨 선수 하뉴 유즈루가 19일 도쿄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하뉴는 프로 선수로 활동하며 아이스쇼 등에 출연할 예정이다. [AP=연합뉴스]

올림픽 2연패를 기록했던 일본 남자 피겨 선수 하뉴 유즈루가 19일 도쿄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하뉴는 프로 선수로 활동하며 아이스쇼 등에 출연할 예정이다. [AP=연합뉴스]

“이제 더 이상 경쟁자로서 다른 스케이터들과 비교되지 않겠습니다.”

일본의 세계적인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하뉴 유즈루(羽生結弦·28)가 19일 은퇴를 선언했다. 아사히신문과 BBC 등에 따르면, 하뉴는 이날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는 올림픽 등 아마추어 선수가 출전하는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고, 프로 선수로 스케이팅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하뉴는 ‘현역 은퇴 선언이냐’는 질문에 “피겨에는 현역이 아마추어밖에 없는 게 이상한 일”이라며 “고교 야구 선수가 고시엔(甲子園·일본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고 프로 선수가 됐다고 해서 ‘은퇴’라는 말을 쓰지는 않듯, 나 역시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등이 주최하는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고 아이스쇼 등 공연 위주로 활동할 예정이다.

하뉴는 빙상계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다. 그는 2014년 소치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66년 만에 남자 싱글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ISU 세계선수권 2차례, 그랑프리파이널 4차례 우승했다. 주니어 및 시니어 주요 대회를 석권해 남자 싱글 사상 최초 ‘커리어 슈퍼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그는 세계 신기록만 19번을 세웠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100점, 프리 스케이팅에서 200점, 총합 300점(ISU 공인 점수)을 넘긴 최초의 선수였다. ISU 공인대회 최초로 4회전 룹(loop) 점프 성공 이력도 보유하고 있다. 올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선 4위에 그쳤지만, ‘불가능의 영역’으로 평가받던 쿼드러플 악셀(4회전 반) 점프를 처음 시도하기도 했다. 하뉴는 “쿼드러플 악셀을 성공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지만 하뉴의 피겨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하뉴는 4살 때 누나를 따라 스케이트장에 갔다가 우연히 피겨 재능을 발견했다고 한다. 동일본 지역에는 피겨 스케이팅 훈련을 할 수 있는 대형 링크장이 한 곳뿐이었는데, 이마저 재정난으로 문을 닫자 전국 링크장을 돌며 훈련을 했다.

하뉴는 그 흔한 소셜미디어(SNS) 활동이나 인터뷰도 하지 않지만 독보적인 실력과 준수한 외모로 ‘얼음왕자’, ‘피겨왕자’로 통한다. 하뉴는 자신의 꿈을 이렇게 밝혔다. “사람들은 아이스쇼를 보통 우아하고 재미있는 것으로 보지만, 저는 운동선수로 남아있고 싶습니다. 제가 (꿈과 목표를 향해)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것을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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