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얇은 MZ세대 잡자…불붙은 ‘디지털 외상’ 서비스

중앙일보

입력 2022.07.21 00:01

업데이트 2022.07.2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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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디지털 외상

디지털 외상

글로벌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태어남)세대의 뉴노멀이라는 ‘디지털 외상’ BNPL(Buy Now Pay Later·선구매 후지불)은 대세가 될 수 있을까. 현금·카드 없는 사람도 할부로 물건 사게 해준다는 BNPL의 세계에 콧대 높은 애플도 뛰어들었다.

코로나19로 급증한 온라인 쇼핑 수요 덕에 영미권·유럽에선 BNPL로 큰 유니콘들이 여럿 나왔고, 페이팔·마스터카드·씨티그룹·JP모건체이스 등 기존 금융권도 BNPL에 속속 합류 중이다.

애플은 지난달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2에서 ‘애플페이 레이터’를 공개, 연내 BNPL 진출을 공식화했다. 애플이 노리는 건 ▶물건을 파는 가맹점이 애플에 지급할 결제 수수료와 ▶이용자들의 결제 데이터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직접 대출, 리스크 관리, 신용평가 등 금융업을 주도적으로 처리하는 건 이번이 첫 사례”라며 “애플에겐 중요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애플까지 뛰어든 이유는 소비의 주류가 된 MZ세대에게 BNPL이 신용카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디다스·갭·아마존 등 물건 팔 기업들도 BNPL을 반긴다. BNPL이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아놓는 시간을 단축하고, 빠른 구매로 이어줘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BNPL 시장이 2025년 최대 1조 달러(약 1186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미국·유럽에 비해 신용카드 보급률이 높고(2021년 기준 경제활동인구 1인당 4.2개, 여신금융협회) 무이자 할부도 흔하다. 또 현행법상 금융당국으로부터 2년마다 새로 ‘혁신금융서비스’로 허가를 받아야 BNPL 사업을 할 수 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도 일단 국내 빅테크들은 적극적이다.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토스·쿠팡 등이 BNPL에 발을 뻗는 이유는 각자의 ‘OO페이’를 키우기 위해서다. 토스 관계자는 “올 3월부터 BNPL을 시작했는데, 토스페이 재사용률과 월 결제액이 올라가는 등 지표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사회 초년생이나 씬 파일러(금융 이력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팻 파일러(fat-filer)가 됐을 때도 네이버페이를 쓰도록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한다”고 했다.

전통 금융사 중에선 수익성이 예전만 못한 카드사가 가장 적극적이다. 현대카드가 할부 가능한 BNPL ‘카드없이 분할결제’를 내놨고, KB국민카드도 결제대행(PG)사 다날과 함께 BNPL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은행권에서도 신한은행이 지난해부터 NHN페이코와 BNPL 서비스를 함께 개발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선 어펌(미국), 애프터페이(호주), 클라르나(스웨덴) 같은 핀테크 스타트업이 대표적인데, 국내에서도 새로운 사업모델을 접목한 BNPL 스타트업이 나오고 있다.

프리미엄 가구 플랫폼 로마드에서는 고가의 가구·생활용품을 BNPL로 구매할 수 있다. 누적 방문자 수 100만명, 상반기 매출 60억원을 돌파했다. 다날의 계열사 플렉스페이는 암호화폐(페이코인)로 BNPL 결제가 가능한 쇼핑몰 플렉스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페이먼스는 동대문 의류소매상들이 의류를 대량 사입할 때 돈을 먼저 대신 내주는 BNPL 서비스다. 서비스를 만든 장종욱 파이노버스랩 대표는 “소상공인들이 제출하는 매출 정보, 상품 반품률 등을 기반으로 한도 금액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불황에 소비 전반이 위축되면서 서비스 매력도가 급감한 것은 걸림돌이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어펌의 주가도 지난해보다 80% 이상 폭락했다.

또 한국에선 신용카드를 더 선호하는 소비자 인식도 뛰어넘어야 한다. 사용자가 돈을 갚지 못하더라도 강제 회수할 근거가 없는 제도 공백도 문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연체율 관리와 자금회수 방법 등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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