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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가까이' 앉은 푸틴...러, 이란 유전 52조원 개발 협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왼쪽) 이란 최고자 집무실에서 열린 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가운데) 러시아 대통령이 하메네이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AFP=연합]

19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왼쪽) 이란 최고자 집무실에서 열린 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가운데) 러시아 대통령이 하메네이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AFP=연합]

19일(현지시간) 이란·튀르키예(터키)와 정상회담을 위해 테헤란을 찾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란과 강력한 동맹관계를 확인했다고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등이 이날 보도했다.

이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내지 않았다면 나중에 미국과 서방이 크림반도를 구실로 삼아 공격했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옹호했다.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는 2014년 러시아에 강제병합됐다. 하메네이는 푸틴에 "당신이 키를 잡지 않았다면, 결국 상대방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존 러시아의 주장을 이란 최고 지도자가 되풀이한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하메네이의 이날 발언은 중국을 포함한 크렘린의 전통적인 우방보다 더 긴밀하고, 모스크바와 테헤란 간 강력한 동맹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또 러시아와 이란의 오랜 관계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의 제재를 겪으며 진정한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세계에 알리는 신호라고 덧붙였다.

이를 뒷받침하듯 푸틴 대통령은 이날 하메네이와 비교적 가까운 거리(약 2m)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이는 올해 들어 러시아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5m 테이블' 거리를 유지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알리 배즈 국제위기감시기구 이란 담당은 NYT에 "러시아와 이란은 여전히 서로를 신뢰하지 않지만, 지금은 어느 때보다 서로를 필요로 한다"며 "이것은 선택적 파트너십이 아닌 불가피한 동맹"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이후 러시아는 이란과 너무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했다. 중동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이스라엘과 다른 아랍 국가와 관계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푸틴 대통령의 생각을 바꾸게 했다. 갈수록 서방과 무역이 단절되고 있는 러시아 입장에선 이란을 경제 파트너로서, 또 서방의 제재를 피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상대로 여기게 됐다고 NYT는 전했다.

이란 현지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 거대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은 이날 이란의 가스·유전 개발을 위한 400억 달러(약 52조원) 규모의 협약에 서명했다. 또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페르시아만까지 연결하는 이란의 도로 건설 프로젝트의 러시아 구간에 대해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남부 항구로 가는 도로 건설을 포함해 이란의 인프라 개발 측면에서도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란이 러시아에 공격용 드론 수백 대를 팔려고 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회담에서 이는 공식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에브라힘 라이시(가운데) 이란 대통령, 레제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19일 테헤란 사다바드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에브라힘 라이시(가운데) 이란 대통령, 레제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19일 테헤란 사다바드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레제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도 회담을 가졌다. W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재자를 자처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회담 직전 푸틴 대통령에 지난주 이스탄불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곡물 회담'에서 러시아가 "매우 긍정적인 접근"이라고 한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으며,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진전이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회담 후 푸틴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서방이 러시아 곡물 수출에 대한 제한을 해제하면,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곡물 선적을 수락할 것이라고 했다고 NYT는 전했다.

러시아·이란·튀르키예 3국 정상회담에서는 시리아 상황에 대한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시리아 위기가 외교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며, 3국 협력을 강화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하메네이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담에서 "시리아 북부에 대한 어떤 군사 공격도 터키와 시리아, 그 지역 전체에 해를 끼치고 테러리스트에 이익이 될 것"이라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이란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을 지원 중이며, 튀르키예는 서북부를 기반으로 한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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