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얼음왕자 은퇴하며 남긴 말 “다른 스케이터와 비교 거부”

중앙일보

입력 2022.07.20 14:51

업데이트 2022.07.20 20:49

일본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하뉴 유즈루가 19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 선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하뉴 유즈루가 19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 선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제 더 이상 경쟁자로서 다른 스케이터들과 비교되지 않겠습니다.”

일본의 세계적인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하뉴 유즈루(羽生結弦ㆍ28)가 19일 은퇴를 선언했다. 아사히신문과 BBC 등에 따르면, 하뉴는 이날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팬들의 응원 덕분에 여기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는 올림픽 등 아마추어 선수가 출전하는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고, 프로 선수로 스케이팅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하뉴는 ‘현역 은퇴 선언이냐’는 질문에 “피겨에는 현역이 아마추어밖에 없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고교 야구 선수가 고시엔(甲子園·일본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고 프로 선수가 됐다고 해서 ‘은퇴’라는 말을 쓰지는 않듯이, 나 역시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등이 주최하는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고 아이스쇼 등 공연 위주로 활동할 예정이다.

66년 만에 올림픽 2연패

하뉴 유즈루가 2014년 2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남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을 딴 모습. AP=연합뉴스

하뉴 유즈루가 2014년 2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남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을 딴 모습. AP=연합뉴스

하뉴는 빙상계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다. 그는 2014년 소치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66년 만에 남자 싱글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ISU 세계선수권에서 2차례, ISU 그랑프리파이널에서 4차례, ISU 4대륙 피겨선수권에서 1차례 우승했다. 이로써 모든 주니어 및 시니어 주요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면서 남자 싱글 사상 최초로 커리어 슈퍼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그는 모든 기술에 가산점에 해당하는 수행점수(GOE)를 받으며 세계 신기록만 19번을 세웠다. 남자 쇼트 프로그램에서 100점, 프리 스케이팅에서 200점, 총합 300점(ISU 공인 점수)을 넘긴 최초의 선수이기도 하다. ISU 공인대회 최초로 4회전 룹 점프 성공 이력도 보유하고 있다. 올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선 4위에 그쳤지만, ‘불가능의 영역’인 쿼드러플 악셀(4회전 반) 점프를 처음 시도했다는 기록을 남겼다. 하뉴는 “쿼드러플 악셀을 성공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지만 하뉴의 피겨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하뉴는 4살 때 누나를 따라 스케이트장에 갔다가 우연히 피겨 재능을 발견했다고 한다. 하뉴의 고향 미야기(宮城) 현이 포함된 동일본 지역에는 피겨 스케이팅 훈련을 할 수 있는 대형 링크장이 한 곳뿐이었는데, 이마저 재정난으로 문을 닫자 전국 링크장을 돌며 훈련을 했다. 중학교 교사이던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는 하뉴 뒷바라지에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하뉴는 아이스쇼를 돌면서 훈련비를 충당했다고 한다.

훈련 위해 전국 링크장 전전 

지난 2월 10일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연기 중인 하뉴 유즈루. AFP=연합뉴스

지난 2월 10일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연기 중인 하뉴 유즈루. AFP=연합뉴스

하뉴는 그 흔한 소셜미디어(SNS) 활동이나 인터뷰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도 독보적인 실력과 준수한 외모로 일본에서 ‘얼음왕자’, ‘피겨왕자’로 통하는 그를 향한 팬들의 사랑은 국경을 뛰어넘는다. 하뉴는 특히 지난 2017년 한 국제대회에서 3위를 한 중국 피겨 선수가 오성기를 거꾸로 들고 있자 이를 바로 잡아주면서 중국에서 인기가 치솟았다.

올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선 중국 팬들에게서 2만통이 넘는 편지를 받았다. 하뉴의 경기 영상은 SNS에서 2시간 만에 조회 수 3억회를 넘겼고, 중국 팬들이 하뉴를 부르는 애칭인 ‘유즈(柚子)’는 하뉴가 베이징에 도착한 뒤 웨이보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당시 SNS에 일본어로 하뉴를 응원하기도 했다. BBC는 “하뉴의 인기는 일본과 중국의 정치적 긴장을 초월했다”고 평했다.

그런 하뉴는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자신의 꿈을 이렇게 밝혔다. “사람들은 보통 아이스쇼를 보통 우아하고 재미있는 것으로 보지만, 저는 운동선수로 남아있고 싶습니다. 제가 (꿈과 목표를 향해)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싸우는 것을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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