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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 반도체 칩 독자 개발 나서나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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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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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테크 기업들의 반도체 독립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애플을 비롯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최근 몇 년간 앞다퉈 독자적인 반도체 칩 개발에 뛰어들었다.

‘반도체 굴기’를 외치고 있는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대표 인터넷 기업인 BAT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필두로, 샤오미, 오포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연이어 자체 칩 개발에 돌입했다.

바이두(百度)는 2018년 중국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 AI 용 칩 쿤룬(崑崙)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삼성전자와 합작해 2020년 초부터 14nm 공정 기반 1세대 쿤룬 칩 양산에 들어갔다. 2021년 8월, 리옌훙(李彥宏) 바이두 CEO는 직접 1세대 쿤룬 칩보다 2~3배 높은 처리 능력을 갖춘 2세대 쿤룬 칩의 양산 소식을 전했다. 2세대 쿤룬 칩은 7nm 미세공정에서 제작되며, 고성능 컴퓨터 클러스터, 바이오 컴퓨팅, 자율주행 등에 적용할 수 있다.

쿤룬 소개 중인 리옌훙 바이두 CEO [사진 163.com]

쿤룬 소개 중인 리옌훙 바이두 CEO [사진 163.com]

바이두가 쿤룬 1세대 칩을 공개한 2018년, 알리바바(阿里巴巴)는 반도체 회사인 핑터우거(平頭哥)를 세우고 설립 1년 만에 자체 개발한 AI 용 칩 ‘한광(含光) 800'을 공개했다. 이후 지난해 10월에는 자체 설계한 서버용 칩 '이톈(倚天) 710'을 공개하고, 이어진 솽스이(雙十一∙11월 11일 중국 쇼핑축제) 기간 중 여러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텐센트(騰訊∙ Tencent)는 2020년부터 반도체 사업에 투자를 시작해, 지난해 11월 중국 우한(武漢)에서 열린 '디지털 생태환경 서밋'에 자체 설계한 반도체 칩 3종을 선보였다. 공개된 칩은 AI 용 칩인 쯔샤오(紫霄), 영상 변환용 칩인 창하이(滄海), 네트워크 인터페이스 통제용 칩인 ‘쉬안링(玄靈)’이다.

샤오미(小米), 오포(OPPO), 비보(VIVO) 등 반도체 수요가 큰 중국의 대표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들은 잇따라 자사의 신제품에 자체 개발한 칩을 탑재해 대중에게 선보였다. 샤오미는 지난해 12월 출시된 '샤오미 12' 시리즈에 자체 개발한 배터리 관리 칩 '서지(Surge) C2'를 탑재했다. 비보는 올해 4월 자체 개발한 영상 칩 'V1+'를 공개했으며, 신제품 'X80' 시리즈에 해당 칩을 탑재했다.

[사진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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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인터넷 기업과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한바탕 자체 칩 개발을 선언한 데 이어, 이번엔 중국에서 콘텐츠와 SNS 분야를 꽉 잡고 있는 ‘이 기업’이 출사표를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 주인공은 틱톡의 모기업으로 유명한 ‘바이트댄스(字節跳動· ByteDance)’이다.

지난주 중국에서는 바이트댄스가 반도체 관련 엔지니어를 대거 채용하고 있어, 조만간 자체 칩 개발에 돌입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바이트댄스는 글로벌 숏폼 비디오 플랫폼 틱톡(抖音·Tik tok)의 모기업으로, 산하에 중국 유명 뉴스 플랫폼인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와 중국 10대 영상 플랫폼으로 꼽히는 시과스핀(西瓜視頻) 등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VR 헤드셋 제조업체인 피코(Pico)를 인수해 VR과 메타버스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 13일, 중국 IT 전문 매체 IT 즈자(之家)는 최근 바이트댄스가 비메모리 반도체인 SoC(System on Chip)와 반도체 코어 설계, 모델 성능 분석 및 검증, 저전력 설계, 칩 보안 등의 분야에서 관련 엔지니어를 대거 채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해당 소식을 보도하며 “바이트댄스가 자체 칩 개발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확인된 칩 개발 관련 채용 공고 [사진 36kr]

확인된 칩 개발 관련 채용 공고 [사진 36kr]

중국 유명 구인·구직 사이트에 바이트댄스를 검색해 본 결과, 반도체 관련 채용공고가 100개 넘게 등장했다. 이 중 '칩(芯片)'이라는 글자가 직접 붙은 채용공고는 30개 정도로, 바이트댄스는 칩 맞춤형 IP 설계자, 칩 IT/CAD 엔지니어, 칩 IP 연구개발 전문가 등을 구하고 있었다. 'SoC'라는 글자가 붙은 채용공고는 80여 개로 SoC 시스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SoC 아키텍처 설계자, SoC 검증 엔지니어 등이 이에 해당했다.

최근 전해진 바로는, 바이트댄스의 자체 칩 개발팀은 이미 출범한 지 1년이 넘었다. 주력 분야는 서버용 칩, AI 용 칩, 동영상 클라우드용 칩 3가지다. 이중 서버용 칩 개발팀의 수장은 퀄컴(Qualcomm)의 고위 관리자였던 루산(卢山)이 맡았다. 이 밖에, 바이트댄스는 화웨이의 IC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海思· Hisilicon),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 ARM 등에서 상당수의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소식통은 “현재 바이트댄스 내 칩 개발 인력은 많지 않지만,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여러 개”라며 “2022년에는 주로 반도체 모듈 개발에 집중한 더 많은 프로젝트가 가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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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바이트댄스는 일찍이 자체 칩 개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었다.

2018년 4월 바이트댄스 부사장 양전위안(楊震原)은 “바이트댄스는 분석∙이해∙처리가 필요한 영상 크리에이터들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플랫폼의 추천 엔진에는 강력한 머신 러닝 컴퓨팅 성능이 필요하고, 칩 구매 및 사용 수요가 많아 현재 반도체 분야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에는 바이트댄스가 현재 클라우드용 AI 칩과 Arm 서버 칩을 자체 개발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바이트댄스가 자체 칩 개발에 뛰어든 이유는 여타 기업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 내부 관계자는 바이트댄스의 자체 칩 개발 취지에 대해 “칩 구매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사업 내용에 따라 칩을 커스터마이징(맞춤화) 하거나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직 공개된 정보가 적은 만큼, 바이트댄스가 자체 칩 개발에 성공할지는 한참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에도 칭화유니그룹(紫光集團·Tsinghua Unigroup), 우한훙신(武漢虹信·HSMC) 등의 대형 반도체 업체들이 줄 파산한 것을 보면 반도체 사업은 확실히 쉽지 않아 보인다. 반도체는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도 오랜 기술과 노하우가 쌓여야만 투자 원금 회수 및 흑자 실현이 가능한 어려운 시장이다. 이러한 시장에 뒤늦게 발을 들인 바이트댄스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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