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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이상한 중계권 입찰 공고…업계 “특정업체 맞춤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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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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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의 자회사이자 KLPGA 투어를 관장하는 KLPGT가 차기 5년(2023~27년) 방송 중계권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1차 서류 심사, 2차 프리젠테이션 심사를 거쳐 다음 달 12일 결과를 발표한다.

업계에서는 KLPGT의 입찰자 선정 기준이 편파적이고 비상식적이라는 평가가 다수다. 특정 회사를 위해 억지로 기준을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첫째, 주관적인 평가 방식이다. KLPGT 입찰 기준에 따르면 중계권료의 비중은 35%뿐이고 나머지는 기존 실적, 투어 발전 방향 제시 등이다. 한국프로야구(KBO)의 중계권 입찰에서 중계권료 비중은 60%다. 중계권료 비중 35%는 스포츠 선진국이나 국제적인 관례에 비춰 보면 비중이 현저하게 낮다.

KLPGT가 65%를 배정한 발전 방향 등의 항목도 중요하지만,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고 결국 주관적인 평가될 수밖에 없다. 거액을 내고 중계권을 딴 방송사는 협회에서 관여하지 않더라도 수익 창출을 위해 노력한다. KLPGT가 투어에 대한 과거 기여도 항목에 5점(5%)을 배정한 것도 석연찮다. 기존 중계사에 어드밴티지를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둘째, 경쟁자를 배제했다. KLPGT는 ▶24시간 골프방송이 가능한 골프전문채널이어야 하고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입찰하면 안 되고 ▶전체 경기를 고정 편성해 생중계 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스포츠 중계권은 여러 방송사는 물론 통신사업자, OTT 사업자도 관심이 많다. 그러나 KLPGT는 사실상 골프 채널 2개로 대상을 제한했다. 현대 스포츠에서 방송 중계권료는 해당 스포츠를 발전시키는 젖줄이다. 그러나 오히려 입찰 참여자의 범위를 스스로 좁혔다. 집을 팔면서 구매자를 특정 지역 거주자로 국한한 것과 같다. 입찰금액을 훨씬 높일 수 있는 컨소시엄 참여를 막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KLPGT는 2016년 다른 경쟁자의 제안서를 열어보지도 않고 우선 협상 대상자인 SBS 및 SBS플러스와 해마다 64억원씩 5년간 총 320억원에 중계권 계약을 했다. 당시 JTBC골프의 제안액은 연 100억원이었다. 연간 금액 기준으로 SBS 제안액보다 1년에 36억원, 5년으로 계산하면 180억원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KLPGA는 경쟁 입찰을 포기함으로써 180억원을 날린 셈이다.

셋째, 헌법의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제한했다. KLPGT는 심사 평가 결과에 대한 법률적 이의를 제기할 경우 20억원의 위약금을 내겠다는 서약서를 요구했다.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을 KLPGT가 사살상 막은 것이다. 이에 대해 KLPGT 관계자는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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