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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테스트 보는 대기업…31살 그녀가 최연소 팀장 된 비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LG CNS MZ세대 DX전문가들이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왼쪽부터 김명지 팀장, 임승영 총괄 컨설턴트, 황건호 총괄 컨설턴트. [사진 LG CNS]

LG CNS MZ세대 DX전문가들이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왼쪽부터 김명지 팀장, 임승영 총괄 컨설턴트, 황건호 총괄 컨설턴트. [사진 LG CNS]

“선배라서 무조건 더 많이 알고, 후배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 있지 않아요. 연차에 관계없이 역량이 뛰어난 ‘고수’에게 배울 수 있고, 서로 도움을 주는 문화가 가장 큰 장점입니다.”

LG CNS 저연차 팀장·엑스퍼트 인터뷰 #“역량 평가 통해서 승진, 전문가 자격 #동기 부여 분명, 나이·연차 구애 없어”

LG CNS의 김명지(31) 언어 인공지능(AI)랩장과 임승영(29)·황건호(34) 엑스퍼트(총괄컨설턴트)는 1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입을 모아 말했다. 세 사람은 사내 최연소 팀장과 최연소 엑스퍼트 등으로 발탁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태어난 젊은 층) 직장인이다.

이 회사는 ‘역량 레벨’ 평가와 ‘디지털전환(DX) 정예전문가’ 제도를 통해 개인의 직무역량을 키우고, 수평적 기업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2016년부터 연 1회 기술인증시험(TCT)을 시행해 레벨1~5로 역량을 부여한다. 대개 레벨4 이상이면 기술 전문성을 갖고, 대내외적으로 성과를 끌어낼 인재로 인정받는다. 레벨4부터는 그룹 토론과 심층 평가, 임원 면접 등을 거쳐 포텐셜 엑스퍼트→엑스퍼트→마이스터→연구·전문위원으로 선발한다. 또 고과·승진·보상 등 인사제도와 연계해 DX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황건호 LG CNS 클라우드네이티브/NCD개발팀 총괄 컨설턴트(엑스퍼트)는 "엑스퍼트지만 나이가 어리다 보니 주변에서 어려움 없이 질문해온다"고 말했다. [사진 LG CNS]

황건호 LG CNS 클라우드네이티브/NCD개발팀 총괄 컨설턴트(엑스퍼트)는 "엑스퍼트지만 나이가 어리다 보니 주변에서 어려움 없이 질문해온다"고 말했다. [사진 LG CNS]

김명지 팀장은 사내 최연소 팀장으로 ‘언어 AI랩’에서 15명의 부서원을 이끌고 있다. 임승영 총괄은 올해 최연소 엑스퍼트로 선발됐고, 황건호 총괄은 클라우드 개발 분야에서 손꼽히는 엑스퍼트다.

세 사람은 LG CNS의 인사 시스템에 대해 “동기 부여가 분명하고, 나이·연차에 구애받지 않는 역량 평가가 강점”이라고 자랑했다. 김 팀장은 “평가 결과에 따라 임금 인상이나 진급 혜택이 주어진다”고 소개했다. 역량 레벨과 DX 정예전문가로 인정받았을 때 인센티브 역시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황 총괄은 “엑스퍼트로 선발되고 나니 주변에서 기술 관련 질문을 해온다”며 “엑스퍼트지만 나이가 많지 않아 주변에서 격의 없이 질문을 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총괄은 AI 기술 관련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고, 최신 논문을 탐독하는 등 자기계발에 더 투자하게 됐다고 답했다. “누구의 질문에도 정확하고 안목 있는 정보를 주기 위해 더 많이 공부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LG CNS 최연소 팀장으로 선발된 김명지 언어 AI랩 팀장은 "저연차 직원이라도 역량이 충분하다면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은 여느 회사에도 없는 분위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LG CNS]

LG CNS 최연소 팀장으로 선발된 김명지 언어 AI랩 팀장은 "저연차 직원이라도 역량이 충분하다면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은 여느 회사에도 없는 분위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LG CNS]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한 이들이 매년 역량을 평가받고, 새로운 과정에 도전한다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김 팀장은 “반대로 저연차 직원이라도 역량이 충분하다면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는 여느 회사에 흔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람에 따라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분명한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격 테스트가 사내 분위기를 경직시키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임 총괄은 “절대평가다 보니 모두가 협력해 스스로 레벨을 올리자는 분위기지, 누가 누구를 이겨야 한다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다”라며 “대개는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동료들과 함께 공부했다”고 말했다.

사내에서 단 2명 뿐인 AI분야 엑스퍼트에 선발된 임승영 총괄은 최신 논문의 동향을 파악하고 기술 관련 개인 블로그를 운영할 만큼 자신의 일에 열정적이지만 "워라밸은 잘 지키고 있다"고 웃었다. [사진 LG CNS]

사내에서 단 2명 뿐인 AI분야 엑스퍼트에 선발된 임승영 총괄은 최신 논문의 동향을 파악하고 기술 관련 개인 블로그를 운영할 만큼 자신의 일에 열정적이지만 "워라밸은 잘 지키고 있다"고 웃었다. [사진 LG CNS]

세 사람은 역량 레벨 통과나 DX 정예전문가 선발 자체를 목표한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종의 특성상 직무 관련 공부를 게을리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회사의 인사 제도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하는 조력자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엑스퍼트 선발 과정에서 임원 면접을 본 황 총괄은 “다시 신입사원이 된 기분이었다”며 “스스로 부족한 점에 대해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임 총괄 역시 “엑스퍼트 과정에 두 번 낙방했다. 의사소통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부족한 부분을 만회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다음 엑스퍼트 평가에서 선발됐다”고 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이들의 성과가 이른바 ‘워라밸’을 포기해 얻은 성과는 아닐까 궁금해졌다. 임 총괄은 “엑스퍼트가 되기 전보다 일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아지긴 했다. 하지만 벌써 여름휴가를 다녀와 새까맣게 피부가 탔다”며 “회사의 일은 회사에서 집중해 끝내서 워라밸은 지키려 한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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