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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美하원의장, 내달 대만 방문…中 "강력 조치 취할 것"

중앙일보

입력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로이터=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로이터=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내달 대만을 공식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중국 외교부가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펠로시 의장이 대표단과 함께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대만을 방문해 지지를 표명할 계획이라고 익명을 요구한 6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자오 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대만 방문을 고집하면 중국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모든 결과는 미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FT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 소속인 그의 이번 방문은 대만을 대(對)중국 카드로 활용하고자 하는 일종의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현직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찾는 것은 1997년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 때 공화당 소속 뉴트 깅그리치 이후로 25년 만이다. 특히나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한층 고조된 상태에서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추진되는 것이다.

당초 그는 미국의 대만관계법 제정 4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4월10일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확진으로 취소했다. 당시에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그의 대만 방문이 ‘악의적 도발’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FT에 따르면 3명의 소식통은 내달 그의 대만 방문에 대해 백악관 측은 우려를 표명했고 2명의 소식통은 관련해 미 정부 내에서 의견 대립이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8월 1일 중국인민해방군 창립 기념식이 예정돼있고 가을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지을 20차 당대회를 앞둔 만큼 시기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최근 미국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장 중인데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틈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ㆍ일본을 순방한 직후 미국 의회 대표단이 사전 예고 없이 2박 3일 일정으로 대만을 방문했다. 당시에도 이 대표단은 차이잉원 총통과 만나 각종 외교 현안을 논의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하나의 중국’ 정책을 추진해온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대만 문제에 대해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조를 전략적 ‘명료성(clarity)’으로 점차 옮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에도 대만 문제와 관련해 나토의 집단방위 조약 5조를 거론한 바 있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대만 방어와 관련한 책무를 언급하며 적극적인 개입을 시사했다.

한편 펠로시 의장 일행은 대만과 더불어 일본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를 거쳐 하와이에 있는 인도ㆍ태평양사령부 본부도 방문할 예정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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