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공포가 독일 '탈핵 결심' 흔든다…원전 연장 논의 '시끌'

중앙일보

입력 2022.07.19 15:16

업데이트 2022.07.19 17: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심화한 에너지 위기로 유럽 각국이 대체 자원 확보에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전 세계에서 가장 확고한 탈핵 기조를 유지해온 독일에선 남은 원자력발전소의 처분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다. 현재 유럽 전역에는 전례 없는 폭염까지 덮쳐 전력수요가 더 늘어난 상황이다.

독일 남부 슈투트가르트 인근 네카르베스트하임 원자력발전소를 지난 6월 촬영한 모습. 원자로 1기는 2011년 가동을 멈췄고, 남은 1기는 올 연말에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EPA=연합뉴스]

독일 남부 슈투트가르트 인근 네카르베스트하임 원자력발전소를 지난 6월 촬영한 모습. 원자로 1기는 2011년 가동을 멈췄고, 남은 1기는 올 연말에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EPA=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독일의 에너지 위기는 오랜 기간 정치적 금기로 여겨진 것들에도 고민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간 원전 유지 주장의 정치적 대가가 거의 무한에 가깝다고 평가받던 독일에서 남은 원전 3기의 가동 기한을 늘리는 아이디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면서다.

이에 따르면 최근 독일에선 언론사 사설과 TV토론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원전 이용 연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최근 빌트에 기고한 글에서 “기민당도 원전 가동 중단을 원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에너지 위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원전 가동을 연장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독일 연정을 구성하는 3개 정당 중 하나인 자유민주당(FDP)의 크리스티안 뒤르 원내대표도 지난 12일 트위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예측할 수 없어 주의해야 한다. 원전 수명을 늘리고 북해에서의 천연가스 채취를 확대해야 한다”고 썼다. FDP 대표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지난달 베를린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연말까지 가동을 중단하기로 한 3곳 원자력 발전소의 수명 연장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비상시 에너지 공급을 위해 원자력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이를 두고 독일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해왔고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주제지만, 사회적 논의는 이런 안건에 대한 타협의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독일에서 2022년 1분기에 원전에 의해 공급된 전력은 전체의 6% 수준으로, 약 700만 가구가 난방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당초 독일은 올해 말까지 남은 원전 3기의 가동을 중단해 완전한 탈핵을 완성할 계획이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독일 정부는 이날 연내에 ‘원전 3기 폐쇄 계획’과 관련, 새로운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 경제‧기후보호부 대변인은 베를린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력 공급과 관련한 새로운 ‘스트레스 테스트’(위기상황 대응능력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수주 내로 결과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폴리티코는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테스트 결과가 원전 가동 연장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3월 평가에서 독일 정부는 법적 문제와 보험 문제·연료 수급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원전 수명 연장을 권고하지 않았다. 이날 대변인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등 심각한 장애 요소가 있는 경우를 포함해 이번 평가는 지난 평가보다 더 엄격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영국 런던에서 더위로 분수에 발을 담그고 있는 남성. [EPA=연합뉴스]

영국 런던에서 더위로 분수에 발을 담그고 있는 남성. [EPA=연합뉴스]

한편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이 지난 14일 독일 에너지기업 유니퍼 등 유럽 고객사 최소 3곳에 서한을 보내 불가항력 선언을 했다고 18일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불가항력 선언은 자연재해나 전쟁 등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계약 이행 의무를 면하는 조치로, CNN은 이날 “유럽에 40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끔찍한 시기에 가스 중단 위기가 닥쳤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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