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 쓴 '스마일 점퍼' 우상혁 세계육상선수권 은메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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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점퍼'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이 한국 육상의 역사를 새로 썼다. 최초로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따냈다.

19일 미국 유진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높이뛰기에서 은메달을 따낸 우상혁. [EPA=연합뉴스]

우상혁은 19일(한국시간) 미국 오레곤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 남자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뛰어넘었다. 우상혁은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무타즈 에사 바심(31·카타르)에 이어 2위에 올랐다. 2m37을 넘은 바심은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따낸 한국 선수는 경보의 김현섭 뿐이다. 김현섭은 2011년 대구 대회 남자 20㎞ 경보에서 6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후 도핑 재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선수 3명이 나오면서 2019년 뒤늦게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상혁은 한국 선수 최초로 시상대에 오르게 됐다.

우상혁은 선수 소개를 할 때 거수 경례를 하며 입장했다. 예선에서 실수 없이 2m28까지 통과한 우상혁은 결선에서도 성공 행진을 이어갔다. 첫 번째 순서로 나서 2m19를 넘었다. 결선에 나선 13명 중 12명은 2m19를 넘었다. 우상혁은 2m24와 2m27도 한 번에 넘었다.

2m30에 도전한 우상혁은 관중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기합을 지른 뒤 달려간 우상혁은 이번에도 여유있게 성공했다. 팔짱을 끼고 내려다보는 세리머니도 펼쳤다. 우상혁은 5위를 확보해 이진혁이 기록한 역대 최고 순위(1999년)도 뛰어넘었다.

2m30까지 한 번에 성공한 선수는 우상혁과 바심, 셸비 매큐언(26·미국) 뿐이었다. 바심과 함께 도쿄올림픽 공동 금메달을 따낸 장마르코 탬베리(30·이탈리아)는 3차 시기 끝에 힘겹게 성공했다.

우상혁은 2m33 1차 시기에서 바를 넘지 못했다. 이번 대회 들어서 첫 번째 실패. 2차 시기에선 좀 더 좋은 리듬으로 도약했으나 발이 걸렸다. 하지만 위기를 넘겼다. 3차 시기에서 성공한 뒤 환호성을 질렀다.

우상혁은 2m35에서도 1차 시기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상체는 통과했으나 왼 허벅지가 바를 건드렸다. 그러나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특유의 댄스와 함께 팔근육을 뽐내는 세리머니까지 펼쳤다. 탬베리가 세 차례 모두 실패하면서 우상혁은 동메달을 확보했다.

Athletics - World Athletics Championships - Men's High Jump - Final - Hayward Field, Eugene, Oregon, U.S. - July 18, 2022 South Korea's Sanghyeok Woo reacts during the men's high jump final REUTERS/Mike Sega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우상혁은 2m37 첫 도전에서 실패했다. 이어 2m35를 두 번 실패한 뒤 건너뛴 안드리 프로첸코(34·우크라이나)도 1차 시기에 실패하면서 바심과 우상혁의 대결로 좁혀졌다. 바심은 2m37도 한 번에 넘었다.

우상혁은 역전을 위해 곧바로 2m39로 높이를 올렸다. 자신의 키(1m88㎝)보다 51㎝나 높은 한 번도 가지 못한 도전. 그러나 두 차례 모두 뛰어넘지 못하면서 사상 51번째 50클럽(키보다 50㎝ 이상 뛰어넘는 것) 도전에 실패했다. 우상혁은 미소를 지으며 거수경례를 했다.

우상혁이 걷는 길은 한국 육상의 역사다. 지난해 2020 도쿄올림픽에서 2ｍ35의 한국기록을 작성하며 트랙·필드 역대 최고인 4위에 올랐다. 지난 2월 체코 후스토페체에서 열린 세계육상연맹 실내 투어 경기에서 2ｍ36을 넘었다. 3월 베오그라드 세계실내육상선수권(2m34)에서는 한국 선수 최초로 우승했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초청받는 다이아몬드리그에서도 2ｍ33을 넘어 금메달을 땄다.

우상혁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기분이 정말 좋다. 세계선수권, 올림픽이 남았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더 노력해서 금메달을 따는 '더 역사적인 날'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상혁은 "2ｍ33에서 3차 시기까지 가는 등 경기 운영이 다소 매끄럽지 못해서 아쉽다. 최선을 다했다. 바심의 컨디션이 더 좋았던 것을 인정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