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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뉴요커의 유별난 레깅스 사랑…'이 곳' 주가 오를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얼마 전 지인이 뉴욕 여행을 갔다가 깜짝 놀랐대요. 뉴요커들의 유별난 레깅스 사랑 때문이었는데요, 우리나라에선 자전거 타는 분들이 주로 입는 쫄반바지를 일상복으로 소화하고 있더래요. 이 지인은 조만간 쫄반바지 패션이 한국에도 상륙하겠구나 직감했다고 해요. 그 얘길 듣고 바로 이곳 주가부터 찾아봤어요. 레깅스 하면 쫄쫄이, 쫄쫄이하면 스판덱스죠. 바로 스판덱스 점유율 글로벌 1위(32%) 기업인 효성티앤씨입니다. 그런데 이런, 주가가 떨어져도 너무 떨어졌네요.

미국 뉴욕에서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 '레깅스'로 불리는 운동복을 일상복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셔터스톡]

미국 뉴욕에서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 '레깅스'로 불리는 운동복을 일상복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셔터스톡]

지난해 4월 앤츠랩에서 소개할 때만 해도 이익이 스판덱스처럼 쭉쭉 늘 것으로 전망되면서 실제 지난해 7월 '황제주(주가 100만원 이상 주식)' 등극을 코앞에 두고 있었는데요, 그 이후로 일 년 새 주가가 3분의 1토막이 났어요(18일 종가 기준, 30만6500원). 가장 큰 이유는 수급이었죠. 제조업체들이 늘어나는 수요를 대비해 증설을 엄청나게 했는데 수요가 기대만큼 늘지 않았거든요. 올해 스판덱스의 공급 증가분은 13만t인데, 수요 증가분은 11t에 그칠 전망.

글로벌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 부담으로 지갑을 닫은 것도 문제였지만 가장 큰 문제는 중국 봉쇄로 중국 내 소비가 확 줄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의류의 70%를 소비하는 엄청난 시장이거든요.

여기서 스판덱스의 수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가 있습니다. 가동률과 재고일수입니다. 스판덱스 수요가 늘면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겠죠? 중국 스판덱스 가동률은 82%(6월 평균)로 떨어졌고요, 재고일수는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평균 11일 정도였던 재고일수가 지금은 45일이죠. 그만큼 공장에 물건만 쌓아놓고 매출로 연결이 안 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설상가상 그동안 스판덱스의 주재료인 부탄다이올(BDO) 가격이 올랐습니다. ICIS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톤당 3000달러 선이던 BDO 가격은 올해 1월 t당 4000달러로 33%나 올랐네요. 물건이 잘 팔릴 때라면 판가에 원가 반영해서 비싸게 팔면 되지만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에선 어림없는 소리죠. 이런 암울한 지표들로 인해 이 회사 주가는 맥없이 고꾸라졌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성티앤씨를 자꾸만 돌아보게 되는 여러 심리적(?) 지표들이 있습니다. 스판덱스 분야 글로벌 1위란 '네임드'의 가치는 불변하다, 떨어져도 너무 떨어졌다, 조석래 효성 명예 회장도 매수(올해 누적 74억원치)했으니 저점이다 등등.

경북 구미에 위치한 효성티앤씨 폴리에스터 생산공장 전경. [사진 효성티앤씨]

경북 구미에 위치한 효성티앤씨 폴리에스터 생산공장 전경. [사진 효성티앤씨]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실적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선 수요 확인이 필수겠죠. 올해 스판덱스 공장 증설분의 46%를 효성티앤씨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수요만 되살아난다면야 효성티앤씨의 매출 증대는 떼 놓은 당상이거든요. 그러니까 뉴요커가 레깅스 입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결국은 중국인이 레깅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의류)를 입는지가 매우 중요하단 거죠.

여기에 희망의 불씨를 보태자면 중국 내 스판덱스 시장이 ‘빅5(효성티앤씨·화펑·화화이·바일루·얀타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 내 ‘빅 5’를 제외한 기타 스판덱스 제조업체 수는 2015년 22개에서 현재 13개 업체로 준 상태. 이로 인해 기타 업체의 판매 비중 역시 같은 기간 39%에서 23%로 쪼그라들었죠. 당연히 글로벌 1위인 효성티앤씨가 반사 이익을 누릴 수밖에 없는 구조죠.

효성티앤씨로선 이젠 중국인이 외출할 그 날만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다만 봉쇄가 언제 풀릴지 지금으로선 누구도 알 수가 없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란 점~!!!

희망의 불씨는 또 있습니다. 효성티앤씨의 야심작인 ‘리젠’입니다. 리젠은 사실 효성티앤씨 실적에서 스판덱스가 차지하는 비중에 비하면 꼬꼬마 수준도 안 되는 녀석입니다. 하지만 ESG(환경·사회적 가치·지배구조) 관점에서는 굉장히 주목할 만한 소재죠. 요새 내로라하는 회사에서 '친환경 섬유로 만든 유니폼 어쩌고' 하면서 홍보하는 제품은 거의 다 '리젠'이거든요.

효성티앤씨의 친환경 섬유인 리젠. [사진 효성티앤씨]

효성티앤씨의 친환경 섬유인 리젠. [사진 효성티앤씨]

일단 제가 최근에 뉴스에서 본 리젠 제품만 읊어볼게요. 롯데리아·크리스피크림 유니폼, GS건설 현장 근무복, CGV 유니폼 등 B2B(기업 간 거래) 시장만 요정도고요, B2C로 가면 플리츠마마, 닥스셔츠, 무신사스탠다드, 프랜즈 그린라이프(카카오) 등이 있어요.

리젠은 효성티앤씨가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 폴리에스터 섬유입니다. 석유를 원료로 해서 생산되는 기존 폴리에스터 섬유와 달리 페트병이 원료입니다. 페트병을 수거한 뒤 잘게 쪼갠 뒤 플레이크를 만들고, 가공 과정을 거쳐 쌀알 크기의 재생 칩을 만든 뒤 이걸 녹여서 실을 뽑아내죠.

효성 관계자에 따르면올해 리젠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두 배 증가한 1만2000t에 달할 전망입니다. 이는 500㎖짜리 폐페트병 8억5700만개를 재활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요. 효성티앤씨 구미공장은 하루 370t의 원사를 생산할 수 있는데 현재 리젠 제품 비중이 10%까지 증가했다고 하죠.

이러한 추세 속에서 효성티앤씨의 친환경 섬유 분야는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는데요.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생산한 합성섬유 제품의 매출액은 2018년 106억원에서 2020년 315억1500만원으로 2년 새 세 배 가까이 늘었어요. 지난해엔 전 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고 해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친환경도 좋지만 수지가 맞아야 이익이 늘겠죠? 효성티앤씨에 따르면 티셔츠 1장에 들어가는 원사(1yd)를 제작하는 데 500㎖짜리 생수통 10개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많은 생수통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주변에 널린 게빈페트병이니 원재료 가격이 쌀 것 같지만 그렇진 않다고 해요. 플라스틱을 원사로 만드는데 공정이 그만큼 더 많이 들어서라네요. 하지만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하는군요.

왜 비싸도 잘 팔리냐고요?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기업이나 개인(특히 MZ세대)을 중심으로 친환경 섬유에 대한 니즈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요즘 마케팅 차원에서라도 ESG(환경·사회적가치·지배구조)를 내세우고 있고요, 개인도 MZ세대 중심으로 가치 소비가 늘고 있어요. 조금 있어 보이게 말하자면 컨셔스(의식 있는) 패션에 대한 지향인 거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리젠에 대한 얘기가 길어졌는데요, 효성티앤씨에 대해 정리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지금은 업황이 좋지 않고 전반적인 주식 시장 자체가 침체하다 보니 주가의 낙폭이 크지만,소비 심리(특히 중국)가 되살아 날 경우 가장 빨리 반등할 수 있는 체력 조건을 갖추고 있는 기업이 바로 효성티앤씨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그러니 앤짱이 여러분, 언제 중국의 소비 심리가 되살아날지 계속 째려보시길요. 또 하나, 전 세계적으로 부는 ESG 투자 관점을 고려한다면 ‘리젠’이라는 친환경 섬유도 주목할 만합니다. 찬바람 불기 전 효성티앤씨의 배당 전망(지난해 주당 5만원, 올해는 2만원대 추정)도 틈틈이 챙겨보시는 것 잊지 마시구요.

결론적으로 6개월 뒤

기회가 오면 준비된 자는 날아갈지도

이 기사는 7월 18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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