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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시장 열어낸 '뮤직카우'…조각투자 '증권성 인정' 두 갈래 길 [Law談-김영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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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투자는 ‘2인 이상의 투자자가 실물 자산, 기타 재산적 가치 있는 권리를 분할한 청구권에 투자하고 이를 거래하는 방식’의 투자를 말한다. 최근 고가의 미술품, 부동산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유형의 신종 조각 투자 상품과 거래 플랫폼들이 등장하고 있다. ‘단돈 얼마에 값비싼 그림, 건물을 소유할 수 있다’고 하니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금융당국이 최근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 플랫폼인 뮤직카우의 상품을 증권으로 규정한 데 이어 조각투자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서울 마포구 뮤직카우 본사 모습.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최근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 플랫폼인 뮤직카우의 상품을 증권으로 규정한 데 이어 조각투자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서울 마포구 뮤직카우 본사 모습.연합뉴스

하지만 조각투자 상품의 대부분은 자산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청구권을 쪼개어 디지털 권리로 발행·유통하는 것들이다. 만약 그와 같은 권리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한다면 사업자는 사업에 대한 인·허가, 증권의 모집·매출, 공시, 투자자 보호 등에 있어서 자본시장법에 근거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조각 투자 상품 관련 권리의 증권성 여부는 사업자나 투자자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얼마 전 주목할만한 결정이 있었다.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뮤직카우 발행의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증권, 정확하게 투자계약증권으로 판단한 것이다. 금융투자상품 중 하나인 증권은 원본 손실 가능성, 추가 지급 의무의 부존재를 지표로 한다. 이를 기초로 자본시장법은 투자계약증권을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할 목적으로 특정 투자자가 그 투자자와 타인(다른 투자자를 포함한다) 간의 공동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 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 받은 계약상 권리가 표시된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원래 투자계약증권의 개념은 1946년 미국 연방 대법원의‘하위 사건(Howey case)’에서 유래한 것이다. 부동산 개발회사인 하위는 플로리다 감귤농장 부지를 투자자들에게 소규모로 분할해 매각하면서 위탁관리 계약을 맺고 감귤의 판매 수익을 배분할 것을 약정했다. 이러한 거래가 법에 근거하지 않은 불법 증권 판매인지 여부가 논란이 됐고, 연방 대법원은 불법 증권으로 인정했다.

여기서 증권성 판단의 핵심은 ‘공동사업과 그로 인한 손익의 분배’이다. ‘공동사업으로 인한 손익’은 전적으로 사업자 또는 제3자의 노력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어야 한다. 하위 사건은 공동사업 관련 자금 조달에 따른 권리가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는 기준으로 통용돼 왔다.

조각투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카사]

조각투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카사]

그간 뮤직카우에 대해서는 ‘저작권에 직접 투자한다는 인식과 달리 투자자가 취득하는 권리는 뮤직카우에 대한 청구권에 불과해 뮤직카우 도산 시 청구권을 보장받기 곤란하다’, ‘청구권 유통시장의 감시 체계가 부족해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는 등 투자자들의 민원이 있었다고 한다.

증선위의 이번 결정은 조각투자 상품의 투자계약증권성을 최초로 인정한 것으로 투자자 보호의 관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다만 뮤직카우의 경우, 뮤직카우 내의 ‘옥션’과 ‘마켓’을 통해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투자자들에게 유통시킬 뿐 저작권 수익 자체를 만들어 내는 사업 구조는 아니어서 하위 기준이 투자계약증권의 요건으로 제시한 ‘공동사업과 그로 인한 손익의 분배’에 정확히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금융위원회의 조각투자 사업 판단 가이드라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금융위원회의 조각투자 사업 판단 가이드라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29일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최근 확산 중인 조각투자 관련 자본시장 법규의 적용 가능성과 사업화에 필요한 고려 사항을 안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뮤직카우 결정과 위 가이드라인이 역설적으로 자본시장법을 회피하는 신종 조각투자 상품의 등장을 촉발할 수 있을 것 같다. 증권성 적용을 받지 않는 조각투자 상품의 설계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기존 법률로 규율하기 힘든 새로운 상품의 등장은 불가피하다. 그 와중에 행여 법률의 공백으로 투자자가 신종 불공정거래에 노출될 위험은 방지해야 한다. 어느 자본시장법 교수의 제안처럼 일반법의 제정이 어렵다면 우선은 자본시장법으로 규율하기 힘든 상품이나 시장의 불공정거래를 커버하는 법률만이라도 제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신종 조각투자 시장을 올바르게 살리는 길이라고 본다.

로담(Law談) 칼럼 : 김영기의 자본시장 法이야기

주식인구 800만, 주린이 2000만 시대. 아는 것이 힘입니다. 알아두면 도움되는 자본 시장의 현안을 법과 제도의 관점에서 쉽게 풀어 공유하고자 합니다. 시장의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한 제안도 모색합니다. 암호화폐 시장 이야기도 놓칠 수 없겠죠?

김영기 변호사가 중앙일보 로담(Law談)에서 디지털 칼럼 '김영기의 자본시장 法이야기'를 새로 연재한다. 본인 제공

김영기 변호사가 중앙일보 로담(Law談)에서 디지털 칼럼 '김영기의 자본시장 法이야기'를 새로 연재한다. 본인 제공

※김영기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자본시장법)/서울서부지검 부장검사/대검찰청 공안3과장/전주지검 남원지청장/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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