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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김소니아를 누가 막을쏘냐 "why no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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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김소니아(가운데)는 새 시즌 우리은행을 떠나 신한은행에서 농구인생 새로운 챕터를 연다. 남편 이승준(오른쪽)과 구나단(왼쪽) 신한은행 감독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경주=박린 기자

김소니아(가운데)는 새 시즌 우리은행을 떠나 신한은행에서 농구인생 새로운 챕터를 연다. 남편 이승준(오른쪽)과 구나단(왼쪽) 신한은행 감독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경주=박린 기자

지난 15일 경북 경주의 동국대 체육관. 여자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의 포워드 김소니아(29)와 구나단(40) 감독은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 농구 국가대표 출신인 김소니아의 남편 이승준(44)이 훈련을 지켜 보고 있었다.

2012년부터 아산 우리은행에서 뛴 김소니아는 올 여름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신한은행은 자유계약선수(FA) 김단비가 우리은행으로 떠나자 보상선수로 김소니아를 지명했다. 지난 시즌 득점 6위(16.8점), 리바운드 4위(8.2개)에 올랐던 김소니아는 새 팀 적응을 위해 예년보다 한 달 일찍 입국했다.

한국인 아버지와 루마니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김소니아는 한국어를 구사하지만 조금 서툴다. 11살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갔던 구나단 감독과 둘만 있을 땐 영어로 대화했다. 선수 남편이 전지훈련지를 찾는 건 이례적이다. 이승준은 “상주에서 대학 농구를 보고 들렀다. 감독님이 ‘눈치 볼 필요 없다’며 흔쾌히 허락해줬다”고 했다. 구 감독은 “감독보다 남편이 옆에서 ‘수고했어’ 한 마디 해주는 게 훨씬 더 큰 힘이 된다. 다른 선수들의 가족이 와도 ‘노 프라블럼(문제 없다)’”이라고 했다.

김소니아는 “팀에 합류한 지 열흘째인데 아직까지 ‘사실이야?’ 놀랄 때가 있다. 한국에서 제 마음을 100% 이해해주는 분을 만난 게 축복 같다”고 했다. 고기는 닭가슴살과 연어만 먹는 김소니아를 배려해 구 감독은 저녁에 파스타 가게를 예약했다.

이승준은 “네이슨(구 감독 영어명)의 스토리를 들었다. 외국에서 농구 하다가 한국에 자리 잡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영화 같다”고 했다. 캐나다 모학 칼리지에서 가드로 뛰었던 구 감독은 지도자가 되려고 무작정 한국을 찾았다. 2013년까지 생계를 위해 종로 파고다어학원에서 영어 강사를 했던 구 감독은 신한은행 코치를 거쳐 2시즌째 감독을 맡고 있다.

김소니아와 이승준 부부. 경주=박린 기자

김소니아와 이승준 부부. 경주=박린 기자

구 감독은 “소니아가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 마무리가 잘 안되는 편이었다. 승준 형님의 도움 덕분에 하체 밸런스를 잡고 자연스럽게 쏘고 있다. 소니아는 오른쪽을 파고들어 턴 어라운드, 왼쪽 드리블 돌파 후 한발 물러서 던지는 스텝백 기술을 갖고 있는데 성공률이 올라갔다”고 했다. 김소니아는 “승준 오빠가 ‘넌 슈터야’라고 자신감을 심어 준다”고 했다.

이날 오전 이승준(키 2m5㎝)은 김소니아(1m76㎝)와 골 밑에서 일대일과 리바운드 훈련을 했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승준은 남자프로농구 서울 삼성 등에서 뛰었고 한국 국가대표도 지냈다. 이승준은 “나도 예전에 2m21㎝ 하승진을 막기 쉽지 않았다. 골 밑에서 먼저 자리를 잡지 못하게 힘들게 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2년 전에 혼인신고만 한 김소니아와 이승준은 올 시즌이 끝난 뒤 결혼식을 계획 중이다. 둘은 ‘sure thing’이란 커플 타투를 새기고, ‘바부(baby에서 따온 애칭)’란 애칭으로 부른다. 둘은 최근 인천도원체육관 인근으로 집을 이사했다.

신한은행은 에이스 김단비(우리은행)는 물론 한엄지(BNK)까지 떠나보내 전력이 약화됐다. 김소니아-한채진-강계리-유승희-김진영 등 5명이 포지션 구분 없이 빠른 템포로 많이 움직이는 농구를 연습 중이다. 우리은행 훈련이 강도 높기로 유명한데, 신한은행도 3분 안에 속공 26개를 성공하는 훈련을 했다.

이승준은 “소니아가 가세한 신한은행이 어떤 농구를 펼칠지 궁금하다. 소니아는 팀이 힘들고 어려울 때 리딩 할거다. 박지수와 강이슬이 있는 청주 KB가 막강하지만, 농구가 재미있는 건 약팀이 강팀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시즌 리그 3위였던 신한은행은 4강 플레이오프에서 우리은행에 2연패를 당해 탈락했다. 구 감독은 “4강 PO 2차전에서 소니아가 발목이 돌아갔는데도 진통제를 먹고 나와 뛰었다. 우리가 진 뒤 소니아에게 ‘발목 어때? 내년에는 꼭 이길거야’라고 말했는데 같은 팀이 됐다. 영입이 확정된 뒤 전화를 걸었더니 소니아가 ‘이기겠다는 그 약속, 내가 지켜 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소니아가 펄펄 날 때 ‘김소니아를 누가 막을쏘냐’는 말이 나온다. ‘신한은행에서도 그런 말이 나올 수 있을까’라고 묻자 김소니아는 “why not”이라며 웃었다. ‘안될 게 뭐가 있어’란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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