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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 법과 원칙 따라 엄정 대응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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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독 점거 농성 피해액 5000억원 넘어  

정부 “형사처벌·손해배상 책임 불가피”

민주노총 산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이 오늘로 48일째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18일 진수 방해, 22일에는 독 점거농성까지 들어갔다. 농성장이 된 1독 현장엔 선박 건조가 중단되고, 대형 구조물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만 나부끼고 있다. 이들은 임금 30% 인상과 하청지회 조합원에 대한 전임자 임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가 지난 12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1도크를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주노총 산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가 지난 12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1도크를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대우조선 하청노조의 점거농성은 합법의 틀에서 벗어났다. 30% 임금 인상 요구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무리한 수준이다. 법원은 점거를 풀지 않으면 하루 30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는 명령을 내렸지만, 하청노조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은 선박 건조작업을 할 수 없어 지금까지 약 5000억원 이상의 매출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독이 파업으로 한 달 이상 점거되기는 대우조선 50년 역사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 오찬 회동에서 “노사관계에서 법치주의는 확립돼야 한다. 산업 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며 관계부처 장관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하청노조의 파업과 불법 점거농성으로 건조 중단이 길어지면서 협력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총 113개 협력업체 중 3곳이 이미 폐업했고, 4곳이 이달 안에 폐업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수년간의 긴 불황에 고통받아 온 협력업체들이 이제 더는 버틸 여유도, 희망도 없다는 판단에서다. 조선소 앞에는 ‘진수부터 합시다’ ‘우리 회사를 돌려주세요’와 같은 호소와 함께 파업 중단을 요구하는 또 다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대우조선 하청노조의 불법 점거농성 파업은 장기불황이라는 긴 터널의 출구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크다. 대우조선해양은 그간 7년이 넘는 구조조정을 거치는 등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 와중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경영 상황은 더욱 악화돼 왔다. 올 1분기까지 누적적자가 2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부터 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 등 총 26척의 수주가 이어졌다. 절망의 끝자락에 다시 기회를 잡았는데,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회사가 없으면 일자리도 없다. 자칫 계속되는 점거농성으로 모처럼 잡은 회생의 기회를 놓칠까 우려된다. 쌍용차 노조의 긴 투쟁의 결과를 대우조선 하청노조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하청노조는 우선 불법 점거농성부터 풀어 밀려들고 있는 선박 건조작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청노조의 점거는 명백한 위법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재물 손괴 등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