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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과 ‘제주 올레길’ 이젠 함께 걷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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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제주도와 제주올레, 스페인 관계자들이 12일 산티아고 순례길 에서 돌하르방과 올레 표식인 간세를 세운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주도]

제주도와 제주올레, 스페인 관계자들이 12일 산티아고 순례길 에서 돌하르방과 올레 표식인 간세를 세운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주도]

올해 15년이 된 제주 올레길(437㎞)이 1200년 역사를 지닌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800㎞)과 공동완주제를 도입했다.

㈔제주올레는 “스페인 갈리시아주 및 산티아고순례자협회와 우정의 길 협약을 맺고, 공동완주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두 길을 각각 100㎞ 이상 걷고 양측의 완주증서를 받으면 별도의 ‘공동완주증서’와 완주 메달을 제주올레여행자센터나 산티아고 순례자 안내센터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 게 골자다. 또 온라인 명예 전당에도 완주 기록을 남길 수 있다.

두 길의 공동 완주 인증은 오는 9월 1일 시작할 예정이며, 과거에 발급받은 완주증으로도 인증받을 수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자는 연간 30만명 이상이며 제주 올레길 완주자는 연 6000명 수준이다. 아시아에서 산티아고 순례길과 ‘우정의 길’ 교류협약을 맺은 곳은 일본 구마노 고도순례길에 이어 두 번째다.

9월부터 증서 발급, 과거 완주증도 신청 가능  

협약에 따라 두 길의 우정을 상징하는 설치물도 세워진다. 산티아고 순례길에는 제주의 ‘돌하르방’과 제주올레길 상징인 ‘간세’가 세워졌다. 간세는 올레를 상징하는 조랑말 모양의 표식이다. 간세는 제주방언으로 ‘게으르다’는 뜻인데, 그만큼 느긋하게 길을 걷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올레길에는 이르면 9월쯤 ‘가리비 조개’ 관련 조형물이 설치된다. 올레길 1코스에 설치될 ‘가리비 조개’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상징물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들은 배낭에 가리비 껍데기를 달고 다닌다. 순교한 야고보의 시신을 배에 태워 바다로 보냈더니 이 배가 스페인 이베리아 해안에 닿았고 조개 껍데기들이 시신을 보호하고 있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됐다.

제주 올레길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공동 완주메달(왼쪽)과 완주증. [사진 ㈔제주올레]

제주 올레길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공동 완주메달(왼쪽)과 완주증. [사진 ㈔제주올레]

제주도와 ㈔제주올레는 지난 12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몬테도고소에서 제주의 돌하르방과 간세를 설치하는 기념행사를 열었다.

제주 해녀공연과 갈리시아 민속공연, 제주의 자연과 제주올레를 담은 사진들을 활용한 디지털 방식의 제주 관광 사진전이 함께 진행됐다. 제주도는 이번 협약을 통해 스페인 갈리시아주와 관광 부문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실무교류를 하기로 했다. 협약에는 관광 분야에 중점을 두면서 축산과 수산 등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제주도, 제주올레 등과 함께 스페인 마드리드와 산티아고에서 ‘한국 주간’ 행사를 열었다. 한국과 스페인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산티아고 순례길과 제주 올레길에 공동 상징구간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상징구간은 산티아고 순례길의 아레카 구간과 제주올레 1코스가 지정됐다. 돌하르방과 간세가 세워진 아레카 구간의 몬테도고소(Monte do Gozo)는 순례 종점을 4㎞ 앞둔 지점에 있는 언덕이다. 이곳은 출발지가 다른 산티아고 길이 거의 모두 합쳐지는 지점이며, 종점인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길목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자는 연간 30만명

㈔제주올레의 글로벌 프로젝트는 2012년 일본에 해외 첫 자매의 길인 ‘규슈올레’가 생기면서 본격화됐다. ‘자매의 길’은 해외에 ‘올레’ 브랜드를 확장해 여는 도보 여행길이다. 제주올레가 현지 자문에 나서면서 코스개발과 표식 방식, 운영 방침과 철학 등을 공유한다. 첫 자매의 길인 ‘규슈올레’는 2012년 2월 개장 후 19개 코스가 운영되며 50만명 이상이 체험했다.

2017년 6월 문을 연 ‘몽골올레’도 제주올레와 동일한 시스템으로 세 개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5만여 명이 몽골올레를 걸었다. 이후 2018년 10월에는 일본 미야기현에 올레길 두 코스를 개장해 10만 여명이 다녀갔다. 미야기현 올레는 지역에 올레길을 만들고 싶다는 현지의 제안으로 길이 열렸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위축된 지역 외국인 여행시장을 다시 활성화하고, 상처받은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은 “1200년이 넘은 산티아고 길과 우정의 길을 맺고 공동완주제를 추진하게 돼 기쁘다”며 “세계 도보여행가들이 제주도와 스페인 산티아고를 오가며 더 많은 치유와 위로를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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