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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이긴 김우빈, 스크린 복귀 “단단한 로봇으로 변해 행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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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배우 김우빈의 6년만의 스크린 복귀작 ‘외계+인’은 고려시대 도사들과 현대 외계인이 뒤엉킨 SF 활극. 김우빈은 로봇 역할로 주연을 맡았다. [사진 CJ ENM]

배우 김우빈의 6년만의 스크린 복귀작 ‘외계+인’은 고려시대 도사들과 현대 외계인이 뒤엉킨 SF 활극. 김우빈은 로봇 역할로 주연을 맡았다. [사진 CJ ENM]

“로봇으로 변신하는 장면 너무 좋았어요. 멋있고 단단해 보였죠. 나 정말 성공했다, 이런 영화, 이런 연기를 다 해보다니… 행복했어요.”

2017년 갑작스런 비인두암 진단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김우빈(33)이 순제작비 330억원의 SF 액션 영화 ‘외계+인’ 1부(20일 개봉)에서 로봇 역할로 스크린 복귀했다. 이병헌과 함께한 범죄영화 ‘마스터’(2016) 이후 6년 만이다. 18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김우빈은 “긴장도 됐지만 설레고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지난주 (항암) 치료가 끝난 지 5년이 되어 검사를 받았고 전보다 더 깨끗하고 건강하다는 소견을 들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밝게 웃었다.

김태리. [사진 CJ ENM]

김태리. [사진 CJ ENM]

‘외계+인’은 천만 영화 ‘도둑들’(2012), ‘암살’(2015)의 흥행사 최동훈 감독이 각본·연출한 작품. 내년 개봉 예정인 속편까지 총 2부작이다. 도사들이 사는 고려 시대와 2022년 현대를 오가며, 인간의 몸에 봉인됐던 외계인 죄수들의 탈출로 아수라장이 된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이들의 활극을 그렸다. 김우빈은 바로 이 외계인 죄수들을 관리해온 로봇 ‘가드’와 ‘썬더’ 1인 2역을 맡았다. 인간(김우빈) 외양을 한 ‘가드’가 ‘터미네이터2’의 터미네이터같은 우직한 로봇이라면 일종의 프로그램인 ‘썬더’는 자유자재로 변신도 한다. 썬더가 가드의 모습을 낭만파·모범생 등 다양한 형태로 흉내 내는 바람에 한 화면에 4명의 김우빈이 동시에 등장하는 장면도 나온다.

2017년 금융범죄 영화 ‘도청’을 함께 준비했던 최 감독은 김우빈이 암 진단을 받자 아예 ‘도청’을 중단했고, 이후 새로 구상한 작품이 바로 ‘외계+인’이다. 18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최 감독은 “우빈씨는 짓궂은 반항아 역할을 많이 했지만, 실제 만나면 신뢰가 가고 기대고 싶은 느낌이다. ‘도청’은 다른 배우로 대체가 안 될 것 같았다”면서 “조그만 배역이라도 같이 하자는 얘기를 하다가 우빈씨 몸이 회복되는 걸 보며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모델 출신인 김우빈이 사전 의상 미팅, 촬영 과정에서 의견을 내 지금의 ‘4색(色) 김우빈’이 완성됐다.

류준열. [사진 CJ ENM]

류준열. [사진 CJ ENM]

“제가 4명이나 나오는 경험은 저도 처음이라 징그러웠다”고 농담 반 운을 뗀 김우빈은 “다 제 안에 있는 모습들”이라며 “썬더가 비행체 모습에서 인간 모습으로 바뀔 땐 현장에서 모형 인형을 막대기에 달아 높낮이를 조절하며 움직였다”고 했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그려 넣을 이미지가 많다 보니 없는 것도 있는 듯 상상하며 연기하는 게 필요했다고. “SF 영화를 좋아하는데 ‘외계+인’을 하기로 한 후엔 제가 갇혀버릴 것 같아서 일부러 안 봤어요. 외계 로봇 연기는 정답이 없으니까, 처음엔 어렵고 무서웠죠. 그런데 반대로 정답이 없으니까 내가 하는 게 정답이란 생각이 들면서 편안해지고 더 즐기면서 촬영할 수 있었어요.”

소지섭. [사진 CJ ENM]

소지섭. [사진 CJ ENM]

어린 소녀 이안(최유리)을 보호하게 되면서 변화해가는 모습까지, ‘외계+인’엔 20대 김우빈에겐 없던 좀 더 여유롭고 성숙한 30대의 면모도 엿보인다. 그는 “현장에 돌아와 보니 못 봤던 장비도 많이 생겼더라. 일을 스무살 때 시작해 늘 현장의 막내였는데 어느새 저보다 12살 어린 스태프도 있어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염정아. [사진 CJ ENM]

염정아. [사진 CJ ENM]

KBS 드라마 스페셜 ‘화이트 크리스마스’(2011)로 연기 데뷔해 올해 11년째. 스크린 데뷔작 ‘친구2’(2013)의 동수(장동건) 아들 역, 같은 해 드라마 ‘상속자들’(SBS), 청춘 코미디 영화 ‘스물’(2015) 등을 거쳐 주연급 스타로 정상 가도를 달리다 암 투병으로 모든 게 멈췄던 그다. 김우빈은 “하늘이 나에게 휴가를 줬다”고 표현했다. “기존에 저는 스스로 인정을 못 하고 더 잘하고, 열심히 살아야 하고,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채찍질만 했다. 쉬면서 그게 되게 슬프더라”면서 “나는 위로를 잘하는 사람인데 정작 나한테는 위로를 안 했다. 그때부터 나를 아껴주려 노력했다. 칭찬하고 자기 전에 사랑한다고도 한다. 부족한 걸 깨달으면 ‘원래 부족한 놈인데’ 인정도 해준다. 그러면서 연기할 때 내 안에 있는 것들에 더 집중하고 상대 대사를 더 귀 기울여 듣기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차기작은 올해 넷플릭스에서 공개 예정인 드라마 ‘택배기사’. 이후 작품은 새로운 모습을 찾기 위해 찬찬히 노력하며 검토 중이란다. “저는 늘 미래에 살았거든요. 항상 마흔이 되고 싶었죠. 마흔의 남자 배우의 힘과 경험, 그걸 통해 더 좋아진 연기력이 멋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그냥 서른셋의 제가 좋아요. 뭔가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 같고요. 14, 15년간 같은 일을 해와서 여유도 더 생겼죠. 현장에서 즐거움을 찾았어요. 지금을 더 즐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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