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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검역관 "탈북 선박에 혈흔 없었다"…文정부 주장과 배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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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탈북어민 강제북송 당시 이들이 타고 온 선박을 소독한 정부 검역관이 배 안에서 살인의 증거인 혈흔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당시 선박 안에서 혈흔 등 살인의 흔적이 발견돼 탈북어민 2명에 대한 송환을 결정했다고 밝혔었다.

18일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019년 11월 2일 오전 10시 20분 국정원으로부터 북한어선 대상 소독 및 검역 협조요청을 받았다. 이에 따라 검역관들은 이날 오후 1시 45분부터 2시 30분까지 45분간 탈북어부 2인을 소독하고, 오후 7시 15분부터 10시까지 북한 어선을 검역 및 소독했다.

안 의원이 '북한어선 검역 및 소독 당시, 파견됐던 검역관들이 소독, 검역 대상에서 혈흔을 목격한 바 있는지 사실 여부 확인'을 요청하자, 농림부는 '확인 사실 없음. 당시 출장자였던 동물검역관 3명 중 퇴사한 2명 외 1명에게 확인'이라고 답했다.

안 의원이 또 '북한어선 검역 및 소독 당시, 파견됐던 검역관들이 소독, 검역 대상에서 칼, 도끼, 마체테 등 날붙이가 있는 흉기를 목격한 바 있는지 사실여부'를 묻자 '목격한 바 없음'이라고 답했다.

2시간 넘게 선박 소독을 진행했지만 16명을 무자비하게 살해한 칼, 도끼 등 살해 도구는 물론 혈흔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검역관들의 검역 및 소독 현장에는 국정원 직원도 배석했다고 농림부는 밝혔다.

이는 문 정부 당시 관계자들의 주장과 정면 배치된다.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8일 정례브리핑에서 "살해 둔기 확보 여부는 범행 직후에 바다에 유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이 혈흔 같은 것인데, 어느 정도 배 안에 그러한 흔적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타고 온 배에 여러 가지 (살인의) 흔적이 있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에 월북을 조작했듯, 강제북송 사건에서는 혈흔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라며 "박지원, 서훈 전 국정원장 뿐만 아니라 당시 강제북송 사건의 진실을 은폐한 주요 책임자들에 대해 법적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북송된 어민들이 합동신문 과정에서 '범행을 저지른 후 혈흔을 씻어냈다'고 진술했다는 전언도 나온 바 있다.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7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세 명의 젊은 선원들이 선장을 비롯한 동료 선원 16명을 망치와 도끼로 잔인하게 살해한 범죄 행위가 발생했다"며 "범인들은 시신을 바다에 유기하고, 범행도구를 포함한 모든 증거물을 바다에 던져버렸다. 핏자국을 바닷물로 씻어낸 후 페인트칠까지 해서 증거를 완벽하게 인멸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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