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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알박기"…아파트 진입로 막은 '기괴한 석탑' 정체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8일 오전 9시 30분쯤 경기도 의정부시 용현동 탑석 센트럴자이. 아파트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량들이 편도 1차로 진입도로에 걸쳐있는 벽돌구조물을 피하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지난 2일 갑자기 등장한 높이 60㎝, 면적 6㎡의 삼각 석탑 모양 벽돌구조물 때문이다. 조마조마한 순간도 있었다. 이 시각 아파트로 들어서던 승용차 운전자는 도로를 가로막은 이 구조물을 발견하고는 급히 운전대를 왼쪽으로 꺾어 중앙선을 넘었다. 이 순간 아파트 주차장에서 편도 1차로를 타고 바깥으로 나오던 승용차 한 대와 충돌할 뻔했다.

도로 보상 협의 지연 속에, 주차장 진입로 봉쇄

이 아파트 3번 게이트 출입구 앞에서 요즘 매일 위험천만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 아파트 단지는 16개 동 2573가구로 조성돼 지난해 12월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주민 이모(45)씨는 “비 오는 날이나 어두워지는 시간이면 앞이 잘 안 보여 운전자들이 아찔한 상황을 겪기 일쑤”라며 “특히 아파트 주차장 입구를 오가는 어린이나 입주민들도 교통사고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입주민은 “최악의 알박기”라며 “어처구니없는 봉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9시 30분쯤 경기도 의정부시 용현동 탑석 센트럴자이 출입구 앞. 편도 1차로 진입도로가 벽돌구조물로 막혀 있다. 전익진 기자

18일 오전 9시 30분쯤 경기도 의정부시 용현동 탑석 센트럴자이 출입구 앞. 편도 1차로 진입도로가 벽돌구조물로 막혀 있다. 전익진 기자

의정부시, 지난 14일에야 토지 보상공고

어떻게 기괴한 구조물이 아파트 출입구 앞에 들어설 수 있었을까. 구조물이 들어선 땅(150㎡)의 소유주는 충남 아산에 주소를 둔 A법인과 인근의 건물주 B씨다. A법인은 재개발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7년 6월 이 땅을 사들였다가 지난 6월 B씨에게 지분 일부를 넘겼다. 18일 의정부시와 입주민 등에 따르면 해당 부지는 택지 조성과정에서 수용됐어야 하는 땅이지만 의정부시는 준공 3개월 전인 지난해 9월에야 수용이 안 된 사실을 알아챘다고 한다. 윤영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도로를 막고 벽돌구조물을 설치한 것은 상식을 벗어난 행위”라며 “시에서는 사유지라 강제로 철거할 수 없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18일 오전 9시 30분쯤 경기도 의정부시 용현동 탑석 센트럴자이 출입구 앞. 편도 1차로 진입도로가 벽돌구조물로 막혀 있다. 전익진 기자

18일 오전 9시 30분쯤 경기도 의정부시 용현동 탑석 센트럴자이 출입구 앞. 편도 1차로 진입도로가 벽돌구조물로 막혀 있다. 전익진 기자

의정부시청 소속 공무원은 “다른 시보다 공무원 인사이동이 잦다 보니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착오가 생긴 거 같다”고 말했다. 의정부시는 지난 14일에야 협의매수를 위한 보상공고를 시 홈페이지에 공고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입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벽돌구조물이 설치된 땅을 평(3.3㎡)당 1000만원 안팎의 이 지역 상업지구 시세에 맞춰 매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감정평가 등 제반 절차를 거쳐 올해 연말까지는 보상 협의를 마치고, 벽돌구조물을 철거할 방침이라고 한다. 계획대로 처리되더라도 향후 5개월가량 주민들은 곡예 운전을 불사해야 하는 처지다.

부분 준공으로 재건축 조합 해산도 못 해

이미 이 아파트엔 많은 주민이 살고 있지만, 이 구조물 등으로 인해 행정절차가 지연되면서 부분 준공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소유권 등기에는 문제가 없지만, 조합을 해산하지 못해 1500여 조합원은 매달 조합 운영비를 내야 하는 처지다. 입주자대표회의 측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강력하게 요구해 부분 준공은 얻어냈지만, 조합 유지에 따른 비용 지출로 인한 금전적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알박기’ 의 당사자들이 매수 협의를 지연할 경우 입주민들의 피해는 장기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해당 토지 공동소유자면서 벽돌구조물을 설치한 모 법인 측의 연락처가 관련 서류에 나와 있지 않아 지난 14일 토지 보상 공고를 낸 날 등기부상 나온 충남 아산 회사 주소지로 이런 내용을 알리는 우편물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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