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란 말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해 대선 경선에 이어 두 번째 이재명 의원과 맞붙는 이가 있다. 과거 당 내 소신파 4인방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로 불렸던 박용진 의원(재선·서울 강북을)이다.
박 의원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본인 스스로 두 번의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다고 하는 분이 ‘다음 전쟁에선 내가 이길 수 있다’고 하는 근거가 뭐냐”며 이 의원을 직격했다. 그는 또 “여론조사 지표에서 이 의원을 제외한 다른 후보의 지지도를 합치면 오차범위에 들어가고, 무응답층도 상당하다”며 “그의 대세론은 허망한 ‘안방 대세론’”이라고 주장했다.
1971년생인 박 의원은 강병원·강훈식·박주민 의원과 함께 이른바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으로 불린다. 그는 ‘97그룹’이란 호명에 대해 “우리는 계파·팬덤에 대한 생각부터, 이 의원 출마에 대한 입장까지 다 다르다”며 “저는 계파 정치의 곁불을 쬐지 않았고, 악성 팬덤에 휘둘린 적도 없다”며 자신을 차별화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재명 의원은 출마 선언에서 ‘강한 민주당’을 내걸었다.
- “강하지만 선거에선 지는 정당으로 가선 안 된다. ‘어대명’은 또 다른 패배로 가는 막다른 골목이다.”
- 이 의원 사법리스크를 ‘회색 코뿔소’(예측 가능한 위기)에 비유했다.
- “우리가 부인하고 싶어도, 객관적으로 (리스크는) 존재한다. 사법 당국도 이미 문제 제기를 시작했다. (뇌물죄 등으로 기소된 자의 당직을 정지하도록 한) 민주당의 원칙에 비춰 이 사안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곤란함도 있다.”
- ‘97그룹’도 결국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86세대’과 뭐가 다른가.
- “박용진이 국회 들어와서 ‘나 운동권이오’ 얘기한 적이 있나? ‘유치원 3법’이나 재벌 개혁도 상대를 공격한 게 아니라, 구체적인 사안과 제도에 집중했다. ‘86세대’가 이룬 민주주의 성과는 인정하지만, 우리 시대엔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같은 사람들에 대한 과제가 새로 놓여 있다.”
- 그 역시 86세대가 말했던 ‘노동’ 문제 아닌가.
- “더 다양해지고 복잡해졌단 거다. 실제 노동자를 위해 최저임금을 올렸더니, 자영업자에게 엄청난 고통이 생기지 않았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선명한 주장·구호가 아니라, 끝없는 대화와 타협, 디테일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박 의원은 인터뷰 다음 날인 18일 부산 명지시장 활어센터 주차장에서 출마 선언을 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0년 총선에서 서울 종로가 아닌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했을 때, 텅 빈 유세장을 보며 “뭐라고 말해야 하지, 할 말을 잊어버렸는데”라고 말했던 장소다. 박 의원은 “당시 환호해준 사람도, 취재하는 기자도 없었지만, 그 도전이 의미 없었던 건 아니지 않나”라며 “저 역시 외로운 출발이지만, 제 한계와 민주당의 한계를 넘어서려 한다”고 설명했다.
- 박용진은 ‘늘 혼자’라는 비판이 있다.
- “권노갑 상임고문을 만났는데 ‘김대중 대통령도 비주류였다. 제2의 김대중이 되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러면서 김 전 대통령이 원내총무 선거에서 진 뒤 ‘지프 사서 전국을 다니자. 국민 바라보고 가야지’라고 말씀하신 일화를 알려주셨다. 저 역시 국민 민심과 함께 간다. 다만 당 내부 지지를 확장하는 건 저의 숙제다.”
- 대선 경선 때 법인세 인하를 주장했다. 민주당의 왼쪽 날개인가, 오른쪽 날개인가.
- “당시 법인세·소득세의 동시 감세를 주장했다. 진보 베이스지만, 운동장을 넓게 쓰는 것이다. 레프트(left·좌파)라는 이유로 내 주장만 하면 그게 무슨 정치인가. 필요한 정책에 대해선 도그마에 갇히지 않겠다.”
- 민주당 강령에서 ‘재벌 개혁’을 삭제하자는 김병욱 의원 주장에 대한 입장은?
- “‘재벌 개혁’ 안에 전속고발권 폐지나 순환출자 관련 조항, 진출할 수 있는 산업 분야 제한이 다 들어있다. 이런 건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려는 거다. 그게 불편하다고 없애버리는 건 적절치 않다. 김 의원과 가까운 이재명 의원도 같은 생각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