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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결 있다면 이미 난리 났다" 당권 도전 이재명 앞 '3대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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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선언을 마친 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선언을 마친 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이기는 민주당,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구호와 함께 출마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민주당 8·28 전당대회의 막이 올랐다. 그간 “묵언수행 중”이라며 침묵해 온 이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그간 소강상태였던 ‘이재명 대 반(反)이재명’ 경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는 이 의원을 비롯해 ‘친이낙연계’ 설훈 의원(5선), 86세대 김민석 의원(3선), 97세대 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 의원(재선), 1982년생 이동학 전 최고위원, 1996년생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상 원외) 등 모두 9명이다. 민주당 안팎에선 남은 기간 ▶이 의원의 사법리스크 ▶‘친명 대 반명’ 계파 갈등 ▶차기 대선 후보군 관리 등 쟁점을 두고 각 후보가 맞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논란…李 “고발당하면 리스크인가”

경쟁 후보들은 이재명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하기 이전부터 성남FC 후원금 사건 등 검찰·경찰 수사 상황을 들어 ‘사법리스크’ 문제를 거론해 왔다. 이 의원에 대한 검·경 수사가 ‘정치적 탄압’이라 하더라도, 민주당이 이 의원 수사 방어에만 급급하면 위기를 돌파하기 어려울 거란 주장이다.

강병원 의원은 지난 13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경 수사가) 이 의원에 대한 부당한 탄압이라면 저부터 맞서서 싸울 것”이라면서도 “민생을 챙기는 정당으로 인정받아야 할 때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도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는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당 대표 출마선언이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주변엔 이 의원 지지자 100며 영이 응원전을 펼쳤다. 이 의원이 출마선언을 마친 후 회견장을 나서는 모습. 김상선 기자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당 대표 출마선언이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주변엔 이 의원 지지자 100며 영이 응원전을 펼쳤다. 이 의원이 출마선언을 마친 후 회견장을 나서는 모습. 김상선 기자

당내에선 이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된 이후 검찰이 기소할 경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아무리 검찰이 정치적으로 엮는 ‘짜깁기 수사’를 하더라도,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같은 걸 들이밀며 ‘방탄 국회’라고 몰아붙이면 당 차원의 부담이 적지 않다”(재선 의원)는 지적이다. 일부 친명 의원조차 이런 우려를 근거로 이 의원에게 불출마를 권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날 출마 회견에서 “저에게 먼지만큼의 흠결이라도 있었으면 이미 난리가 났을 것”이라며 사법리스크 논란을 일축했다. 이 의원은 검·경 수사 상황에 대해 “수사는 밀행이 원칙인데, 동네 선무당이 동네 굿하듯 하고 있다”며 “굿하는 무당인지 수사하는 검·경인지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당내 우려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고발하고, 그에 동조해 검·경이 수사하는 걸 무슨 사법리스크라고, 고발당하면 사법리스크인가”라고 말했다.

‘친명 vs 반명’ 계파 갈등 재현되나…세(勢) 대결 양상

이날 이재명 의원과 ‘친이낙연계’ 설훈 의원의 출마 회견이 잇따라 열린 국회 소통관 앞에는 양측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들어 세 대결 양상을 보였다. 이 의원 지지자 100여 명은 회견 30분 전부터 국회 소통관 입구에서 ‘당대표는 이재명’, ‘민주당을 살리는 이재명 당대표’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이 의원 이름을 연호했다. 1시간 뒤엔 설 의원 지지자 수십명이 모여 ’민주당 당대표 진짜는 설훈’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민주당 관계자들이 “이게 무슨 대선 같은 상황이냐”라며 허탈하게 웃을 정도였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날 설 의원은 출마회견 직후 ‘이낙연 전 대표와 상의했나’라는 물음에 “출마한다고 통보는 했다. 다른 얘기는 할 필요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설 의원의 출마를 두고 당내에선 “설 의원이 컷오프를 통과하든 아니든, 결국 이낙연 전 대표 조직이 다시 뛰겠다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설 의원이 지난 대선 경선 때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전당대회를 거치며 양측의 격돌이 다시 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결국 이번 전당대회는 이재명으로 상징되는 민주당 신(新)주류가 당권을 잡느냐 마느냐의 싸움”이라며 “친문재인·친이낙연 등 구주류는 당장 이번 전대에서 못 이기더라도, 최소한의 반격을 통해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대선 후보 논쟁도 잠복…“왕(王)보다는 ‘킹 메이커’ 필요”

전당대회 기간에는 5년 뒤 대선에 대한 논쟁도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 사이에선 “이 의원이 당권도 잡고 다시 대선 후보까지 되겠다는 건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비슷한 논쟁은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 대표에 당선됐던 2015년 2·8 전당대회에서도 이뤄졌다. 당시 당 대표 후보로 출마했던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문 전 대통령이) 꿩도 먹고 알도 먹고 국물까지 다 먹으려 한다”고 성토했는데, 이런 호소가 공감대를 얻으면서 실제 결과는 3.5% 포인트 차 박빙 승부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친문 의원은 “그나마 그때는 대선 후보가 10명 가까이 있었다”며 “지금은 차기 대선 후보가 이 의원 한명이라 비토(veto·거부) 정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가운데)이 당선됐던 2017년 5월 9일 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이재명 의원, 최성 전 고양시장과 손을 맞잡던 모습. 이 의원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군이 사실상 사라진 상황에서, 차기 대선 후보군 관리 방안은 민주당 8·28 전당대회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중앙포토

문재인 전 대통령(가운데)이 당선됐던 2017년 5월 9일 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이재명 의원, 최성 전 고양시장과 손을 맞잡던 모습. 이 의원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군이 사실상 사라진 상황에서, 차기 대선 후보군 관리 방안은 민주당 8·28 전당대회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중앙포토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강훈식 의원이 “이번 당 대표는 ‘킹 메이커’의 역할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이같은 기류를 반영한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선대위 전략본부장을 지낸 강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은 대통령 후보의 시간보다는 대통령 후보들을 만들어내는 시간 아닌가”라며 “(그 역할은) 다른 사람이 해야지 더 적임”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 의원 역시 ‘킹 메이커’ 역할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이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당내 다양한 대선 주자가 있어야 정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점은 이 의원 본인도 잘 알고 있다”며 “전당대회 과정에서 그런 메시지를 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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