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中이 어떻게 0%대 성장할수 있나...현지 진출 기업 '쇼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지난 15일 중국 안후이성의 트럭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일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 15일 중국 안후이성의 트럭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일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중국 2분기 경제성장률이 0%대로 추락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 시장으로 나간 업체들의 시황과 매출이 모두 하락하면서 2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적자로 돌아선 대중 무역수지에 이어 현지 진출까지 '빨간불'이 들어왔지만, 중국발(發) 후폭풍이 더 커질 거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17일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 북경사무소, 중국한국상회와 함께 중국 진출 기업 211곳(7개 업종)의 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BSI가 100을 넘으면 해당 항목이 증가·개선됐다고 응답한 업체가 많은 것이며, 100 미만이면 그 반대라는 뜻이다.

조사 결과 2분기 현황 BSI는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시황(64)과 매출(76) 모두 1분기(시황 70, 매출 78)에 이어 두 분기 연속 하락했다. 2020년 2분기 이후 동반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전기전자(110)를 뺀 대부분 업종, 그리고 중소기업(71)을 중심으로 매출액 상 어려움이 두드러졌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영업환경(54)은 2020년 1분기 이후 최저로 떨어졌고, 현지판매(76)는 두 분기 연속 하락했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설비투자(95)마저 8분기 만에 100 아래로 떨어졌다. 그만큼 중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경영 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했다는 의미다.

이들 업체가 겪은 애로사항으론 현지 수요 부진(21.8%)에 따른 어려움이 한층 가중됐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원재료ㆍ부품 조달의 어려움, 가격 상승 같은 원자재 문제(18.5%)와 수출 부진(9.5%) 등도 주된 문제로 꼽혔다.

이처럼 중국에 직접 뛰어든 한국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은 데엔 경기 둔화가 크게 작용했다. 지난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0.4%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올 1분기(4.8%)와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 수치다. 소매 판매가 급감하고, 청년 실업률은 치솟는 등 경제적 불안감이 커졌다. 상하이 등에 내려졌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조치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진출 기업 10곳 중 8곳(79%)이 2분기 코로나19 사태가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비율은 2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특히 부정적 요소 중에선 도시 간 봉쇄, 공급망 차질 문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예전엔 중국이 다른 나라보다 코로나19 여파에서 빨리 벗어났지만, 올해는 반대로 중국의 봉쇄 조치 등이 이어지면서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세계적 수요 위축도 뚜렷해진 만큼 중국 경기가 작년, 재작년처럼 빠르게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도 전방위적 위기다. 지난해 전체 수출액의 25.3%를 차지한 중국 시장은 우리 기업의 수출 '텃밭'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2분기 이후 본격적인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 감소에 따른 경쟁 심화,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지난 5월엔 28년 만에 첫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6월에도 적자가 이어졌다. 이달 초순 역시 8억 달러 넘는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지난달 이후 대중 수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감소하는 등 무역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 5월 한국은행이 낸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GDP 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우리나라 전체 상품 수출 증가율도 0.34%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다 보니 중국의 경기 둔화가 길어질수록 수출, 현지 진출 등 대내외적 여건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따른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조짐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는다. 올 2분기보다 큰 복합적인 위기가 한국 경제에 찾아올 수 있는 셈이다.

지난 11일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인천신항의 모습. 뉴스1

지난 11일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인천신항의 모습. 뉴스1

중국 진출 기업들의 3분기 전망 BSI도 시황(100), 매출(113)은 100 이상을 나타냈지만, 설비투자(99)와 영업환경(94) 등은 기준을 밑돌았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부정적 전망이 크게 늘었다. 조철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처럼 중국 현지 수요를 가진 업종도 중국 내 생산이 크게 줄면서 동반진출한 중소기업 등이 함께 힘들어지는 상황에 부닥쳤다. 향후 중국 내 국내 기업 활동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대중 무역에서도 "수출은 여러모로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 갈수록 적자 상황이 심화할 수 있다"(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중국이 코로나 재확산 여파로 꾸준히 봉쇄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2분기에 바닥을 쳤다고 보긴 어렵다. 세계 경기 침체로 중국의 수출도 줄어들기 때문에 당분간 침체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다"면서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시장 다변화로 중국 의존도를 자연스레 줄여나가는 한편, 환율·금리 정책을 잘 운용해 전체 무역수지가 흑자로 가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