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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리셋 코리아

과감한 세출 조정으로 재정적자 줄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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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경제분과 위원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경제분과 위원

복합 경제 위기로 불리는 퍼펙트 스톰이 한국 경제를 뒤덮은 혼란한 형국에서 새 정부 첫 예산을 편성하는 정책 당국의 어깨는 무겁다. 지난 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건전재정 기조 전환이라는 큰 방향이 결정됐지만, 정부가 약속을 충실하게 지키는가는 오는 9월 국회에 제출하는 내년 예산안과 중기 재정운용 계획을 통해 판가름난다. 새 정부는 실물 경제와 금융 부문의 심각한 불안정에 대응하는 것과 동시에, 5년 만의 정책 기조 전환을 통해 재정 건전화·효율화를 함께 이뤄야 하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오는 27일 발표하는 올해 세법 개정안은 감세 기조를 띨 것으로 예측된다. 과세 기준 하향 조정을 통한 종합부동산세 인하는 정부가 여러 차례 천명했다. 기업 경쟁력 제고와 세율 체계 단순화 차원에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도 예고됐다.

한국경제 뒤덮은 ‘퍼펙트 스톰’
세제 개편으로 세 부담 낮추고
예산은 세입 이내로 통제해야

여기에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득세 부담 증가를 통제하기 위해 14년 동안 고정된 과표구간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크다. 3년 연속 평균 100조원이 넘는 재정 적자를 내는 상태에서 이 같은 감세 기조가 재정 건전화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재정 건전화는 세입을 늘리고 세출을 줄이는 것으로 생각하기에, 이는 자연스러운 문제 제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 재정 규모 확대는 세출만이 아니라 세입 증가도 동반했다. 예를 들어 2017년부터 5년간 총지출이 50% 증가한 것과 마찬가지로, 국세 수입도 50% 증가했다. 지난해와 올해의 막대한 초과 세수를 생각한다면 이 같은 높은 세수 증가율이 이해된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세수 증가율은 30%로 동일하다.

최근의 예외적으로 높은 세수 증가세는 새 정부 재정 운용의 밑그림에 급증 일변도의 세출 통제만이 아니라 국세 수입의 지나친 증가 방지도 포함돼야 함을 의미한다. 높은 종부세 부담 경감은 지난 대선을 통해 사회적 합의로 확인됐다.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보다 높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법인세 과세 체계를 단순화하는 것도 민간 주도의 역동적 경제를 표방하는 국정 방향에 비춰 합리적 선택이다.

소득세 과표구간이 물가에 연동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실질 세 부담을 안정화하고 올해의 높은 물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세금’으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과표구간의 상향 조정은 세제 합리화라 할 수 있다. 다만 감세 기조 하의 재정 적자 대폭 축소는 세출 구조조정 규모를 더욱 키운다는 점에서 재정 당국의 비상한 의지와 각오가 요구된다.

국민 세 부담을 합리적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재정 적자를 축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뿐이다. 그동안 수없이 반복되었으나, 제대로 시행된 적이 없는 이 어려운 과제를 정부는 복합 경제 위기 상황에서, 그것도 새 정부 국정 과제에 상당한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 이번 예산에서 완수해야 한다. 과거 경험으로부터 정책 성과에 대해 우려가 적지 않으나, 다행히 최근 재정 구조 변화는 건전재정 기조로의 전환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희망을 준다.

대표적으로 세수 증가세 회복에 따라 2차 추경 세입경정에서 608조원으로 크게 늘어난 2022년 총수입은 올해 본예산 기준 총지출 607조원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코로나19 피해 지원 목적의 1, 2차 추경만 없었더라도 우리나라의 통합재정수지는 올해 균형 수준을 이룰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로부터 정부가 이번 예산 편성에서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은 매우 간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내년 본예산 총지출 증가 폭을 총수입이 늘어나는 범위 내로 통제하는 것이다. 국정과제 소요 신규 재원을 과거 사업 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모두 충당하라는 뜻이다. 그렇게만 하면 통합재정수지는 균형을 이루고, 관리재정수지적자는 GDP 대비 2%대에 머물러 재정전략회의의 기본 방침에 부합하게 된다. 현 재정 적자를 절반 이하로 줄이면서도 합리적 세제 개편에 의해서 부담을 다소 낮추는 이상적인 재정 운용이 새 정부 첫해에 성공할 수 있기를 국민은 기원하고, 또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감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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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경제분과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