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청년 연 141만~263만원 부담 덜 듯”…모럴 해저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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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최근 정부가 소상공인·청년층 등 취약층을 위한 각종 금융 지원 대책을 발표한 이후 형평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폐업 등으로 빚 갚기 힘든 자영업자 채무를 최대 90% 탕감해주고, ‘빚투’(빚내서 투자)한 청년은 이자를 깎아주기로 하면서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빚을 성실히 갚아온 차주와의 ‘역차별’이나 ‘빚은 버티면 해결된다’는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이번 대책으로 돈을 빌려준 은행의 부담은 배로 커졌다. 1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금융 지원 조치가 9월 종료된 후에도, 은행이 ‘새출발기금’과 동등한 수준의 채무 조정을 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9월 말까지 ‘새출발기금’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지원 대상에서 빠진 일부 자영업자에 대해서도 은행이 채무 조정을 이행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위는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된 후 은행이 자율적으로 소상공인 대출의 90~95%를 자율적으로 연장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폐업·부도 등으로 빚을 상환하기 어려운 자영업자 채무는 새출발기금을 통해 매입할 계획이다. 지원 대상이 되면 거치 기간은 최대 1~3년, 최장 20년까지 분할 상환을 할 수 있다.

새출발기금의 재원은 30조원으로 한정돼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소상공인 채무 중 정책 지원 대상인 660조원(부동산 임대업 제외) 중 500조원 안팎만 정상거래 채무로 분류했다. 결국 나머지 대출에 대해서는 은행과 새출발기금이 부실을 흡수해야 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은행 입장에선 추가 부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미 은행권은 소상공인 대출을 자율적으로 90~95% 재연장하도록 한 데 대해 사전 조율이 부족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나친 채무 감면이나 일률적 금융지원 재연장 등의 대책은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넘어 신용평가를 바탕으로 한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내놓은 청년특례 채무조정 제도는 ‘빚투’로 본 손실까지 정부 예산으로 메워주냐는 불공정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대책은 연체가 발생하기 전에도 이자 감면이나 상환유예 등이 지원된다. 일반 프로그램은 연체 이자만 감면해주지만, 특례 프로그램은 만 34세 이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이자를 30~50% 감면해준다. 원금 상환유예 (최대 3년) 기간에 이자율은 연 3.25%(일반 프로그램 최대 연 15%)만 적용된다.

금융위는 최대 4만8000명이 1인당 연간 141만~263만원의 이자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직장인 오모(35)씨는 “암호화폐는 수익에 대한 과세도 아직 하지 않는데, 손실을 봐 빚을 못 갚는다고 정부에서 나서 이자를 깎아주는 게 납득이 안 된다”며 “결국 매달 월급을 받아 생활비를 아껴가며 이자를 내는 사람만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금융위는 “지원대상, 심사기준 등을 세밀하게 설계해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20대 다중채무자 수가 2019년 말 대비 올해 3월 37만4000명으로 23.4% 증가해 대출 부실 우려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청년들은 향후 일을 해 부채를 상환할 기회가 많은 만큼, 이자 탕감 대신 상환 기간 연장이 더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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